미국에 벌써 출시된 줄 아는 분들이 꽤 된다. 사실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미국 시장에는 내년 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쉐보레 미국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확인할 수 있다. ‘쉐보레 블레이저’ 이야기다. 신형 블레이저가 공개되면서 한국 출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말리부, 스파크 등에 적용되던 쉐보레의 대중적인 패밀리룩이 아닌 카마로와 통하는 패밀리룩을 입었다. 외관뿐 아니라 실내에도 말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블레이저가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 판단했나보다. 관련 기사 댓글에 국내 출시에 대한 요구가 꽤 많다. 만약 블레이저가 한국에 상륙한다면, 이쿼녹스의 실패 사례를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쉐보레 블레이저가 한국 시장 성공을 위해 선택해야 할 조건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국산 차량들과의 파워트레인 및 크기 제원 비교는 덤이다.

김승현 기자

현재 한국지엠은
출시를 놓고 고민 중이다

한국지엠은 올해 초 군산공장 사태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신차 출시를 통한 재도약을 노린다고 밝혔었다. 첫 주자가 ‘이쿼녹스’였는데 말 그대로 처참한 결과였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월 400대를 넘긴 적이 없으며, 8월에는 한 달 동안 97대를 판매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지난 6월 부산 모터쇼에서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부사장은 내년 하반기까지 재도약을 위한 전략 모델들을 출시한다고 말했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대형 SUV ‘트래버스’, 그다음으로 준대형 SUV ‘블레이저’ 등이다.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도 출시 예상 리스트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파워트레인 제원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사이
변속기는 아직 모른다

블레이저가 들어온다면 분명 많은 언론들이 ‘싼타페’와 함께 경쟁구도를 만들 것이다. 블레이저의 제원들을 따져보니 싼타페와 직접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하기엔 다소 모호했다. 생각보다 블레이저만의 포지션이 명확했다. 파워트레인 제원부터 살펴보면 이렇다.

‘블레이저’는 현재 2.5리터 4기통 가솔린과 3.6리터 V6 가솔린 모델이 공개된 상태다. 모두 자동 9단 변속기를 장착하는데, 한국에서도 새로운 9단 변속기를 장착할지는 아직 모른다. 2,457cc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은 193마력, 26.0kg.m 토크를 발휘한다. 3,564cc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310마력, 38.0kg.m 토크를 발휘한다.

싼타페 가솔린 모델은 4기통 엔진만 탑재한다. 1,998cc 4기통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이 235마력, 36.0kg.m 토크를 내고,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하며, 공인 복합연비는 9.0~9.5km/L다. 블레이저 4기통 가솔린 모델과 배기량을 제외한 나머지 제원이 비슷하나, 블레이저 V6 모델과 비교하면 차이가 당연히 크다.

그렇다면 가솔린 V6 엔진을 탑재하는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어떨까? 팰리세이드는 3,778cc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295마력, 36.2kg.m 토크를 발휘하고,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하며, 공인 복합 연비는 8.9~9.6km/L다. 블레이저 V6 모델이 마력과 토크 제원 모두 앞선다.크기 제원은 위치가 더 명확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사이

크기 제원은 파워트레인 제원보다 더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각자의 포지션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우선 ‘블레이저’의 크기 제원은 길이 4,862mm, 너비 1,948mm, 높이 1,702mm, 휠베이스 2,863mm다. 공차중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싼타페’는 길이 4,770mm, 너비 1,890mm, 높이 1,680~1,705mm, 휠베이스는 2,765mm이고, 공차중량은 1,680~1,935kg이다.

‘팰리세이드’의 크기 제원은 길이 4,980mm, 너비 1,975mm, 높이 1,750mm, 휠베이스는 2,900mm이고, 공차중량은 1,880~2,030kg이다. 블레이저의 크기는 싼타페와 가깝다 하기도, 팰리세이드와 가깝다 하기도 모호하다. 거의 정확하게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사이에 위치한다.

1. 포지션을 명확하게
어정쩡한 경쟁상대 지목은
어설프게 S-클래스나 렉서스를
겨냥하는 것과 같다

한국지엠은 재도약을 원한다고 밝혔다. 만약 이것이 진심이라면 제대로 된 성공을 위해 한국에서 블레이저를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고, 소비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포지션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이쿼녹스가 이미 나쁜 선례를 가지고 있다. 출시 이전에는 싼타페와 쏘렌토를 겨냥한다 했으나, 알고 보니 크기 및 파워트레인 제원이 투싼과 싼타페 사이였다. 여론이 좋지 않자 다급하게 경쟁 상대를 ‘르노삼성 QM6’로 변경해 지목하기도 했다. 어정쩡하게 경쟁상대를 지목하는 것은 어떤 브랜드가 ‘S-클래스’나 ‘렉서스’를 겨냥만 하고 제대로 쏘지는 못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소비자들이 비판하는 나쁜 선례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1차적으로 시기가 중요
이쿼녹스처럼 들어올 거면
안 들어오는 것이 낫다

신차는 보통 가격과 제원 공개 전에 출시 시기부터 공개된다. 진정으로 재도약을 원한다면 충분히 조기 출시도 고려해볼 만할 것이다. 터무니없이 늦게 들어올 거면 안 들어오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이미 이쿼녹스에게 나쁜 선례가 존재한다. 이쿼녹스는 북미에서 2016년 9월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국에는 2년 뒤인 2018년 6월 부산 모터쇼 시즌에 출시됐다. 당시는 투싼 부분변경 모델이 공개되었던 시기였고, 싼타페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차효과를 보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적절한 시기에 출시되지 못한다면 판매량도 이쿼녹스의 판매량을 따라갈 수도 있다. 한국지엠은 팰리세이드 인스퍼레이션 트림 출시 시기를 잘 노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참고로 현재 팰리세이드 인스퍼레이션 트림 출시 시기를 두고 현대차 본사와 노조가 조율 중이다. 본사가 이기면 북미 출시 시즌인 내년 여름, 노조가 이기면 내년 11월에 출시될 예정이다.다양한 경쟁 시장 
“블레이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이쿼녹스보다 명확해야 한다

이쿼녹스가 실패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포지션과 가격을 제대로 잡지 못해 ‘이쿼녹스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명 크기는 투싼과 싼타페 사이다. 그런데 파워트레인은 제원은 투싼과 더 가깝다. 가격은 오히려 싼타페와 가깝다. QM6와 비교하면 600만 원가량 차이 난다.소비자들은 저렴하게 투싼을 구매하거나, 아주 조금만 더 고민하면 싼타페, 그렇지 않으면 아예 합리적이고 무난한 QM6를 선택할 수 있다. 이쿼녹스보다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블레이저도 마찬가지다. 이미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사이’라는 명확한 포지션이 존재한다. 어느 정도 전략도 나온 셈이다. “싼타페와 팰리세이드의 수요를 모두 끌어들이겠다”라는 목표와 함께 ‘블레이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한다면 소비자들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국에서 재도약을 원한다”… 소비자들은 블레이저를 통해 진심인지 아닌지 판단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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