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는 대한민국 국민차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부자들만 탈 수 있던 성공의 상징이 서민들을 대표하는 국민차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가격, 좀 더 전문가적 시선으로 본다면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역할을 제네시스가 완벽하게 뺏어갔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가격과 포지션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전까지 국민차 타이틀을 쥐고 있던 차의 몰락은 잘 언급하지 않는다. 국민차 타이틀이 바뀌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누군가 가지고 있던 국민차 타이틀을 또 다른 누군가가 빼앗아 갔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원조 국민차 ‘쏘나타’가 몰락하게 된 배경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혁 에디터

스텔라와 그랜저를 기반으로
제작된 고급 세단이었다
쏘나타는 1985년에 처음 출시되었다. 1세대 모델은 후륜구동 중형 세단인 스텔라를 기반으로 제작되었고 미쓰비시의 시리우스 엔진을 탑재했다. 크루즈 컨트롤, 전동 시트 등 당시에는 보기 힘들었던 고급 사양을 탑재하고 크롬 몰딩과 같은 고급 소재 또한 적극 사용했다. 당시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었던 로얄 살롱을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지목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2세대 쏘나타는 상위 모델인 그랜저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이로 인해 크기는 경쟁 모델들 보다 더욱 커지게 되었고,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MPI 엔진을 탑재하여 소비자들에게 고급차로써 인정을 받게 된다.

타깃층을 변경하여
국민차로 거듭난 쏘나타
초기 쏘나타는 패기 넘치게 로얄 살롱을 경쟁 상대로 지목하며 판매량을 뺏어올 것이라는 선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미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들 탄탄하게 다져놓은 로얄 살롱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또한 로얄 살롱 대비 크기도 작았고 가격도 비쌌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선뜻 쏘나타를 선택하지 못했다. 그러나 2세대로 접어들면서 더 커진 크기로 인해 단숨에 경쟁 모델들을 제압하고 우뚝 서게 되었다.

이후 쏘나타는 경제 호황으로 인해 “자동차는 부자들만 타는 것”이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단순한 고급 모델이 아닌, 일반 서민들도 탈 수 있는 모델로 탈바꿈하며 판매량을 급격하게 끌어올렸다. 택시의 보급도 이때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쏘나타에게 ‘국민차’라는 칭호가 붙게 되었다.

독자 개발된 플랫폼이
처음 적용된 쏘나타
EF 쏘나타에서는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플랫폼이 적용되었다. 이 시기부터 현대차의 중형 이상의 승용차들에게 쏘나타의 플랫폼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각종 편의 사양들을 추가하면서 경쟁 모델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 했다.

그러나 1997년에 IMF가 발생한 상태라 경제 침체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마티즈, 아토즈, 티코와 프라이드 같은 경차와 소형차를 많이 선택하며 쏘나타의 판매량은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이후 판매량을 회복하며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세타 엔진을 적용한 NF 쏘나타
논란의 YF 쏘나타까지
NF 쏘나타는 2004년에 첫 출시되었다. 자체 플랫폼이 제대로 녹아들었고, 기존의 시리우스 엔진을 드러내고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세타 엔진이 적용된 모델이다. 특히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모델이기도 하다. 일본 시장에 수출된 처음이자 마지막인 쏘나타였고, 북미 시장에서도 경쟁 모델 대비 큰 크기와 좋은 품질로 인해 인정받았다.

이후 2009년에 YF 쏘나타가 출시되었다. 당시 현대차의 디자인 기조인 플루이딕 스컬프쳐가 적용되며 다른 모델들과 패밀리룩을 이루었다. 이 디자인은 기존의 패밀리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스포티함을 강조하여 큰 파장을 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급발진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쏘나타 모델 중 가장 논란이 많은 모델이기도 했다.

LF 쏘나타를 거쳐
현재 8세대 쏘나타에 이르기까지
2014년엔 7세대 모델인 LF 쏘나타가 출시되었다. 스포티함과 과감한 디자인이 특징이었던 이전 모델 대비, 오히려 그랜저에 어울릴만한 차분한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판매량이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쏘나타 뉴 라이즈가 등장했다. 풀체인지급 디자인 변화를 적용하였고, 각종 편의 사양을 대폭 추가하며 다시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이후 2019년에 현재 판매 중인 8세대 쏘나타가 출시되었다. 그동안 현대차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큰 논란에 휩싸였던 모델이기도 하다. 더불어 1.6L 터보, 고성능 모델인 N 라인까지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 모델 중
세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이다
급격하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국산차 시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이름을 이어올 정도로 쏘나타는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현대차의 전 모델 가운데 아반떼와 엑센트에 이어 통산 판매량 3위에 오를 정도다. 2016년에는 800만 대를 돌파하며 일천만 대에 다가가고 있다.

특히 이런 높은 판매량을 보인 원인 중 하나로 국민차인 것도 한몫을 했지만, 택시 모델의 판매가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길에 돌아다니는 택시 모델 중 대다수의 모델이 쏘나타였을 정도로 많은 모델이 판매되었다.

실험적인 디자인 적용
상반되는 K5의 상승세
그러나 국산차라는 칭호가 위태로운 모습이다. 이유는 8세대로 접어들면서 실험적인 디자인이 적용되었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기 닮은 차를 누가 사냐?”, “디자인 너무 별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쏘나타를 선택하지 않았고, 기록적이었던 판매량은 추락하고 말았다.

이를 놓치지 않았던 기아차는 K5에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며 쏘나타의 자리를 꿰찼다. 패스트 백 형태를 적용하여 스포티함을 더 하여 소비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쏘나타 디자인의 몰락이 K5로 몰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판매 부진에 따른
생산 라인 조절을 단행한다
쏘나타의 판매 부진은 2020년이 끝나가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차의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고 물량을 조절하기 위해 현대차의 아산 공장의 가동을 8일간 멈추기로 한 소식이 전해졌다.

아산 공장에서는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고 있다. 그랜저는 2020년에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이며 부동의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에, 쏘나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차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쏘나타에겐 시한부와 같은 선고를 받은 셈이고 그 자리를 그랜저에게 넘기는 상황과도 같다.

고성능 모델까지 투입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현대차는 계속된 부진을 겪고 있는 쏘나타에게 N 라인이라는 고성능 모델까지 투입 시키며 심폐 소생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하여 반등을 이끌 수 없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고성능 모델 말고 디자인부터 어떻게 해봐라”, “국민차를 이렇게 죽일 셈이냐” 등 현대차의 대처를 꼬집은 의견을 보내고 있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쏘나타를 이런 식으로 방치할 수 없다.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삼각떼라는 조롱을 당해온 아반떼가 빠른 모델 변경으로 인해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고, 이는 판매량 수직 상승이라는 효과를 봤다. 이 경험을 토대로 쏘나타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 현대차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