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부터 외장까지, 자동차의 거의 모든 부분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로 만들어진 자동차에 부식이라는 것은 피곤한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던 내 차가 어느 날 정비를 해보니 이미 부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차가 새 차라면 어떨까?

걱정도 하고 싶지 않은 이 일이, 실제로 여러 차주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차량 곳곳에 녹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도 참담한데, 서비스 센터로부터 합당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차주도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쏘렌토 녹 현상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쏘렌토 녹 현상
이번이 처음 아니다
쏘렌토 녹 현상은 올해에만 벌어진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무려 5년 전인 2015년도에도 있던 일이다. 당시 쏘렌토 차주 374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차량 내부 시트 프레임에 녹이 스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소송한 사례가 있다. 해당 소비자들은 “쏘렌토는 기본 차량 가격이 3,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차량인데 차량 구입 단계에서 관련 결함을 알리지 않았고, 이어진 기아차의 조치가 불합리했다”라며 소송을 진행했다.

기아차는 “특정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문제고,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소송은 2년여 만에 피해자들에게 50만 원 상당의 보상을 해주면서 매듭지어졌다. 50만 원은 시트 녹 제거 및 녹 방지를 위한 방청 작업, 엔진오일 쿠폰 3장 또는 기아 레드포인트 30만 포인트 지급, 열선시트 무상수리 기간 연장 등의 보상을 포함한 가격이다.

11월에 출고했는데도
녹이 발견되고 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0년, 또다시 쏘렌토에 속속들이 녹이 발견되고 있다. 녹 현상 피해자들은 보통 동호회 카페에서 다른 차주들이 호소하는 문제를 보고 확인한 자신의 차량에도 부식을 발견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11월에 출고한 차량에도 녹이 생겼다는 게시글이 이어졌다. 이에 몇몇 소비자들은 “오래된 차량이면 그래도 이해를 하겠지만, 출고한 지 한 달 정도 된 차에 어떻게 녹이 발견되냐”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사실상 이미 녹이 발생된 부위는 후처리를 진행해도 부식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탈거를 하는 등 큰 공사를 거쳐야만 한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부식 부위는 조수석 시트, 운전석 시트, 운전석 시트 하단 부분, 에어컨 필터 옆, 2열 시트 하단 등 다양했다. 주로 눈에 쉽게 띄지 않고 자세히 봐야 보이는 부분들에 녹이 진행되고 있었다.

“소비자 잘못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비스 센터 측은 녹 현상을 호소하는 한 차주에게 “조수석 부식은 탑승자가 무언가를 흘려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차주는 “조수석에 뭔가를 그렇게 많이 흘린 게 없다”라며 반박했으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진 못했다. 제조사 내부에서는 오히려 “소비자가 뭔가를 흘려서 발생한 녹인데 이를 사원 선에서 해결하지 못해서 문제가 커졌다”라며 영업 사원의 잘못을 묻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 다른 차주에게는 “녹이 발생된 건 인정한다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안전상에는 문제가 없으니 그냥 타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쏘렌토 UM 시트 녹 발생 당시 사용한 스프레이로 방청 처리해 준다거나, 문제가 유난히 심각한 한 차주에게는 소정의 위로금을 준다는 식으로 해결을 시도했다.

환경 탓, 파업 탓
미루기 바쁜 책임 소재
몇몇 서비스 센터는 자연환경에 있으면 부식이 비교적 빨리 발생된다며 환경 탓을 하기도 했다. 이 주장은 “녹은 차량 내부의 습도의 문제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라는 이야기로 해석 가능하다. 더불어 모든 차가 똑같은 상황에서 방청 처리를 진행하는데 어떤 차는 녹이 슬고 어떤 차는 녹이 슬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환경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기아차 파업으로 예약을 잡기 힘들다”라며 수리를 미루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실제로 한 서비스 센터는 “카페를 통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는 있지만, 당장은 수리를 해줄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사업소는 파업 중에 있어 오전에만 작업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사업소 예약을 진행하려고 해도 “안 그래도 다른 차량 수리가 많이 밀려서 예약이 안 된다”라는 대답만 돌아오는 상황이다.

시트 제조 업체 관계자가
실제로 말한 속사정
그렇다면 녹이 주로 발생되는 시트를 만드는 업체의 입장은 어떨까? 실제로 시트 제조 업체 관계자는 “납품 일자를 맞추기 위해서는 용접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다시 도장을 보냈다가 받아서 조립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힘들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예컨대 10대의 쏘렌토 생산 의뢰가 들어오면 한 달 전이 아닌, 하루 이틀 전에 의뢰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런 촉박한 상황에서는 복잡한 과정의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더불어 시트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도장 과정은 도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과 필수적으로 도장이 되어야 하는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이 때문에 방청 매뉴얼이 없는 부품까지 작업을 하게 되면 날짜를 맞추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부식이 생기는 건 당연”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부식 문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철인데 부식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부식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또한, “일부 차주의 문제를 일반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라며 의심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네티즌은 “기본적인 품질 관리에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기술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정작 중요한 건 품질 아닌가? 품질은 왜 퇴보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더불어 “내 차도 확인해 봐야겠다”라며 자동차 부식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4세대 쏘렌토는 올해 약 7만 대가 팔리며 SUV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개소세 인상 직전인 6월 한 달에만 1만 1,596대가 팔려 국내 승용차 판매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실로 대단한 인기를 자랑한 것이다.

기아자동차는 촘촘한 SUV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SUV를 원하는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중에서 특히 쏘렌토는 정제된 강렬함이라는 콘셉트의 디자인과 활용도 높은 플랫폼 그리고 개선된 파워트레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다양한 SUV 라인업도 소용이 없게 될 수 있다. 서비스 센터는 고객이 대면으로 만나게 되는 제조사의 얼굴과 다름없다. 무책임한 답변은 앞으로의 신뢰 관계 형성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고 하지만, 겉모양이 예쁜 떡의 속이 상해있다면 배탈이 나기 마련이다. 자동차도 똑같다. 제조사의 제품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이 배탈이 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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