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화려하게 데뷔하여 소비자들에게 상품성을 어필했으나 결국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쓸쓸히 단종을 맞이한 자동차들이 존재한다. 매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짧은 기사 한 줄로 단종 소식을 알리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런데, 일부 자동차들은 이런 기사 한 줄 없이 조용히 단종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들에게 잊혀질 정도로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한 차가 아닌 이상, 단종 소식은 웬만하면 기사화가 되기 마련인데 별다른 언급도 없이 사라지는 이런 차량들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국산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자동차가 시장에서
단종되는 이유는 대부분
판매 부진 때문이다
매년 출시되는 많은 신차들은 보통 출시 1년 전후로 운명이 크게 갈린다.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자동차,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한 판매량을 보여주는 자동차, 마지막은 판매 중인지도 모를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자동차다.

이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은 자동차는 제조사 입장에선 골칫덩어리일 수밖에 없다. 많이 팔리지 않는 자동차를 굳이 공장 라인을 돌려가면서 판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해당 자동차가 생산되는 라인을 허물고 다른 잘 팔리는 차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게 더 이득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자동차들은 대부분 쓸쓸한 단종을 맞이한다.

짧은 기사 한 줄만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자동차들
결국 단종을 맞이하는 자동차들은 보통 짧은 기사 한 줄만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곤 한다. 2013년 출시된 아반떼 쿠페는 3년간 별다른 존재감 없이 판매되다 결국 2015년 단종됐고, 아반떼 쿠페와 성격이 비슷한 K3 쿱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다 결국 단종됐다.

그랜저의 상위 모델로 등장한 아슬란은 “그랜저에 집중하겠다”라는 현대차의 짧은 발표만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많은 차량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단종되며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자동차로 남게 됐다.

매년 적게는 5대에서
많게는 10대 정도 단종된다
국내 기준으로 살펴보면 매년 적게는 5대에서 많게는 10대 정도가 단종된다. 지난해 단종된 국산차는 총 9종으로 현대차는 I40 , 엑센트를 단종시켰다. 쌍용차는 코란도 투리스모, 티볼리 에어 단종 소식을 전했다. 쉐보레는 판매량이 저조했던 아베오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국산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자동차를 단종시켰다. SM5, SM3, SM7이 모두 단종됐을 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 강세를 띄는 해치백 클리오 역시 쓸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한국 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공식을 깨지 못했다
현대 I30
올해 역시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자동차들이 결국 단종을 맞이했다. 현대차는 유럽시장에서 잘나가는 해치백 I30를 결국 단종시켰다. 현대차가 국내시장에서 유일하게 판매하고 있는 해치백 모델인 만큼 자동차 마니아들은 “아쉽다”라는 반응이지만, 실제 판매량을 보면 정말 아쉬운지는 의문이다.

I30는 2세대부터 내수 판매량이 매우 부진했으며,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는 고작 50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 정도면 더 이상 판매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결국 현대차는 I30를 단종시킨 것이다. 물론 유럽시장에선 계속해서 판매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니로에게 완전히
밀려버린 상품성
현대 아이오닉
토요타 프리우스를 라이벌로 지목하며 출시된 아이오닉도 단종됐다.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버전으로 출시된 아이오닉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여 개발된 니로에게 상품성에서 완전히 밀려 결국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해왔다.

이에 현대차는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기존 모델의 불만사항으로 지적되던 부분을 개선하는 노력을 보였지만 판매량을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아이오닉이라는 이름은 내년에 등장할 순수 전기차 브랜드에 물려주고 단종이라는 쓸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월평균 판매량 289대
결국 단종을 맞이한
현대 벨로스터
2+1 도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출시된 벨로스터 역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다 결국 단종 수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단종되는 모델은 ‘1.4 가솔린 터보’와 ‘1.6 가솔린 터보’만 해당되며, 고성능 2.0 가솔린 터보 N 모델은 계속해서 판매될 예정이다.

벨로스터 N은 확실한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으나, 일반 모델들은 애매한 자동차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본격적인 펀 드라이빙을 즐기려는 소비층들은 N을 선택했고, 신규 소비자들을 유입시키기에는 아반떼 같은 준중형 세단들 대비 벨로스터만의 매력이 부족했다.

환경규제 문제로 결국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는
한국 GM 라보, 다마스
오랫동안 소상공인들의 자동차로 사랑받아온 다마스, 라보도 단종된다. 이 두 차종은 단종을 맞이한 다른 차량들과는 다르게 판매 부진 때문에 단종되는 것이 아니다. 다마스, 라보는 국내 시장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해왔다.

원래 다마스, 라보는 2015년부터 안전 및 환경 문제 때문에 단종 될 계획이었지만, “차를 계속 생산해 달라”는 소상공인들의 꾸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판매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단종된다.

군산공장 폐쇄로
2018년 6월 조용히 단종된
쉐보레 올란도
단종 소식이 유독 알려지지 않은 자동차들도 존재한다. 다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MPV인 쉐보레 올란도는 레조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였다. LPG 모델도 출시가 되어 준중형 MPV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기아 카렌스를 견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018년 6월, 한국 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올란도와 크루즈는 자연스럽게 단종 수순을 밟게 됐다. 단종이 될 때쯤엔 상품성의 노후화로 판매량도 그리 좋지 못했기에 결국 단종되고야 말았다.

출시 20년 만에 결국 단종된
쌍용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
쌍용 체어맨은 한때 현대 에쿠스를 견제하며 국산 후륜구동 플래그십 세단의 자존심으로 불렸다. 1세대 체어맨은 벤츠의 W124 프레임과 파워 트레인을 활용해서 만들었기에 완성도나 성능이 매우 뛰어났다. 그러나 독자기술이 부족했던 쌍용차는 결국 오랫동안 체어맨에 변화를 주지 못해 점점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그러다 2008년엔 2세대 체어맨 W를 출시했으나 이미 시장은 에쿠스의 독무대였다. 결국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출범하며 입지가 더욱 좁아진 체어맨은 2017년 12월 단종이라는 쓸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진짜 아무도 몰랐습니다”
올해 9월에 단종된
기아 스토닉
올해 단종된 자동차 중에서도 정말 소리 소문 없이 단종이 된 자동차가 존재한다. 주인공은 기아 스토닉이다. 기아차는 공식적으로 올해 9월 27일부로 스토닉을 내수시장에서 단종시켰다. 스토닉이 잘 팔리는 유럽 시장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지만, 존재감이 미비했던 내수시장에선 결국 신형이 출시되지 않고 단종이라는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아는 소비자들은 거의 전무했다. 스토닉이 단종되었다는 기사 한 줄조차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 마저도 이차의 단종 소식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해외에는 신형 공개
국내에선 단종 선언한
현대 코나 일렉트릭
해외에는 신형 모델이 공개됐지만 국내에선 단종을 맞이한 자동차가 하나 더 있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 페이스리프트가 주인공이다. 현대차는 출시된 지 2년 정도가 지난 코나 일렉트릭을 내수시장에서 더 이상 팔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 시장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지만 국내 시장에만 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생산되는 차세대 E-GMP 기반의 순수 전기차들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포지션이 겹치는 코나 일렉트릭을 미리 단종시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3개월 만에 첫 문의입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
단종 소식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자동차들 중, 유독 주목을 받은 차는 기아 스토닉과 코나 일렉트릭이다. 스토닉이 단종됐으나, 이를 아는 소비자들이 거의 없으며, 기사 한 줄 조차 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관심도가 떨어진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기아차 전시장에 스토닉이 단종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연락을 취해본 결과 담당자는 “단종된 것이 맞지만 3개월 동안 스토닉에대해 문의한 고객이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에서 얼마나 멀어진 자동차인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함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코나 전기차
단종 소식이 이슈가 되면
역풍 맞을 수도 있어
코나 일렉트릭은 내년에 출시될 아이오닉 전기차를 위해 단종이 됐다고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화재 가능성과 브레이크 불량으로 인한 리콜 때문에 코나 일렉트릭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화재사건으로 논란이 불거진 뒤 코나 전기차 이미지는 추락한 상태다.

결함 논란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코나 전기차 단종 소식이 이슈가 된다면 현대차 입장에선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고 차를 단종시켰다”라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제조사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합리적인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제조사는 코나 전기차가 단종된 이유가 “내년에 출시될 아이오닉 전기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유럽시장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버젓이 팔면서 국내에서만 단종을 시켰기에 “내수와 수출형 모델이 같은 차라면 해외에만 파는 건 내수 차별이 아니냐”라며 제조사를 향한 강한 비판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는 코나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으며, 아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차를 출시해봤자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에 조용히 단종을 선언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대차 입장에선 이런 이야기가 기사화되는 게 반갑지 않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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