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격은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다.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할 때 일명 ‘가성비’를 따지는 것도 가격이 중요하고 예민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그중에서도 국산차의 가격이 화제다. 좋은 얘기였으면 좋겠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수입차 가격은 거의 그대로인데 국산차 가격은 눈에 띄게 늘었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국산차 가격이 치솟는데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똑같은 가격이라도 100년 역사의 메르세데스-벤츠를 뒤로하고 국산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국내 소비자들이 벤츠 대신 제네시스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정지현 에디터

수입차 다운사이징
6기통에서 4기통 엔진으로
뭇 소비자들 사이에서 “요즘 출시되는 수입차의 가격이 예전 같지 않다”라는 얘기가 들려온다. 국산차와 달리 가격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출시되는 수입차가 6기통에서 4기통으로 엔진을 다운사이징 하는 변화도 이 같은 가격 하락에 한몫을 거들고 있다. 실제로 단순히 C클래스도 아니고 고성능의 상징인 AMG 브랜드에서 나온 C클래스 신형 C클래스도 다운사이징의 흐름을 따랐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는 배기량 2000㏄ 급이 대세라고 볼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고급 중대형 세단의 기준과도 같던 3,000㏄ 이상 6기통 엔진 대신 대부분 ‘2리터 급’으로 배기량을 줄인 것이다. 수입차의 이 같은 행보에 “배기량만으로 차의 ‘급’을 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국산차는 상품성 향상에
온 힘을 기울였다
반면 각종 전자 장비가 대거 추가되면서 국산차 가격은 수입차와 달리 치솟는 중이다. 최근 출시된 GV70을 예로 들어보자. GV70에는 ‘차량 내 간편 결제 제네시스 카페이 연동 지문 인증 시스템’과 레이더 센서 기반 ‘어드밴스드 후석 승객 알림’ 등 최신 사양이 대거 탑재됐다. 심지어 이 기능들은 세계 최초로 GV70에 적용된 기술이라고 한다.

최신 기술을 대거 탑재해서 그런지, 중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대도 상당하다. 최고 트림에 풀옵션을 더한 가격이 8,000만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제네시스라는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생기면서 가격 범위가 상당히 높아졌다. 과거에는 수입차가 부자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는 돈 없어서 수입차 사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로 제네시스와
독일차 가격을 비교해 봤다
수입차의 다운사이징과 국산차의 첨단 사양 탑재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인해 이들의 가격대는 상당히 비슷해졌다. 실제로 동급으로 비교해도 제네시스와 독일차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GV70의 풀옵션 가격이 8,000만 원에 육박하니 그 기준으로 한번 찾아보자.

먼저 메르세데스-벤츠 GLC가 있다. 이름에도 나타나 있듯이 C클래스급 SUV로 중형 SUV에 속한다. 가격은 6,750만 원부터 1억 2,910만 원까지다. 이와 비슷한 가격대로 BMW의 X3 또한 빼놓을 수 없다. X3는 2003년에 첫 등장한 중형 SUV로 가격은 6,410만 원부터 1억 1,250만 원까지로 책정돼 있다. 물론 최고 가격은 독일차가 더 비싸지만, 잘 선택하면 정말 GV70살 돈으로 벤츠 살 수 있는 셈이다.

1. 한국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공적인 자리매김
가격이 비슷하다면 일반적으로 독일차를 선택할 것 같은데, 한국에서만큼은 제네시스가 압도적인 판매량 보인다. 실제로 이번 연도 7월에 제네시스는 4년 만에 벤츠를 꺾고 국내 고급차 판매 1위를 한 전력이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은 세 가지 이유로 추려서 살펴보자.

해외에선 인지도가 없어 찬밥 신세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어느 정도 통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실제로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는 제네시스”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과거엔 그랜저가 성공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제네시스가 하고 있는 셈이다.

2. 수입차에 버금가는
상품성 향상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상품성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게 두 번째 이유다. 기존에는 주로 가성비로 평가받던 제네시스였으나, 최근에는 실제로 뭇 네티즌들 사이에서 “수입차를 포기해도 좋을 만큼 상품성이 좋아졌다”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는 수입차에 버금가는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수입차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인디 오더 시스템을 도입한 점 등 상품성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물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품질 문제는 별개로 두고 말이다.

3. 편리한 접근성이
주효했다
일각에선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전시장과 블루핸즈를 사용한다는 점이 “독립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자.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면 이 부분이 편리한 접근성으로 작용해 실제 소비자들에겐 좋게 다가올 수도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다양한 기능과 혜택, 뛰어난 기술과 성능,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와 경험을 강조한다. 여기에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합리적인 가격대와 편리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독립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현대차 전시장과 A/S 센터를 가면 제네시스를 만나고 고칠 수 있는 게 편의성이 높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일각에선 “제네시스가 이러한 접근성을 잘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프리미엄 브랜드 역사
지난 2015년,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G70부터 G80, G90, GV80, GV70을 출시하며 성공의 궤도에 안착했다. 제네시스는 서구 자동차 역사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각인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가져야 할 책임감도 막중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여전히 혹자는 제네시스가 수입차 브랜드를 이길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일각에선 “아직 브랜드 가치가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제네시스는 출범한 지 겨우 5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벤츠의 기본기와 브랜드 가치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한편, 또 다른 네티즌은 “브랜드 가치는 단 몇 년 만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며 제네시스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소비자의 기대감이 클수록 제네시스의 어깨가 무겁겠지만, 천천히 기본기를 다지고 노하우를 쌓으면서 제네시스만의 길을 개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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