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네시스 클럽 ‘충남GV쭌럽’ 님)

“우리나라는 참 장사하기 좋은 나라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의아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장사를 해도 겨우 가게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가 수두룩하며, 하루에도 수백 명의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을 조금만 바꾼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장사하기에 참 좋은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대기업에게 후한 인심을 보여준다. 때문에 개인이 대기업의 횡포에 피해를 겪는 일은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개정 법안에 대해 소비자들은 오히려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허울뿐인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사진=남양주소방서)

올해에도 국산차는
수많은 결함 소식을 전했다
올 한해 동안 국산차는 뛰어난 기록을 세웠다. 풀체인지를 진행한 카니발은 사전 계약 첫날 2만 대 이상의 계약 건수를 기록했으며, 신형 투싼은 중형 SUV 최초로 사전 계약 1만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도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체 판매량 8위에 오를 정도로 상당한 판매량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국산차가 보여준 놀라운 기록은 판매량뿐만이 아니었다. 높은 판매량만큼 결함 소식도 꾸준히 전한 것이다. 조립 불량은 예사로 벌어졌으며 신형 그랜저에선 엔진 오일이 감소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세간을 뒤흔든 코나 일렉트릭 화재 사건까지 이어지는 등 국산차는 올해도 수많은 결함 소식을 전했다.

(사진=그랜저 동호회 ‘그랜저 멤버스’)

안일한 대처도
문제가 되었다
결함 소식과 더불어 소비자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은 제조사의 안일한 대처이다. 그랜저 엔진 오일 감소 결함에 대해선 무상 수리를 진행했지만, 엔진 오일 게이지를 교체하는 정도에 그쳐 빈축을 샀었다. 증상 재발 시 다시 수리를 진행한다곤 했지만, 결국 소비자에게 결함을 떠넘긴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코나 일렉트릭에 대한 대처도 이와 비슷했다. 현대차는 배터리 분리막 손상을 화재 원인으로 꼽으며 무상 리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조치만 이뤄졌을 뿐, 문제 발생 위험이 있는 배터리 교체는 일부 차량에서만 진행되었다. 더군다나 화재 원인에 대해선 기업 간 분쟁까지 이뤄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왜 이럴까?
문제는 허울뿐인 레몬법
안일한 대처 외에도 문제로 꼽히는 것은 해외와 국내의 차등적인 리콜 범위였다. 결함이 발생한 차량에 대해 선제적으로 리콜을 진행하고, 대상 범위도 넓었던 북미 시장의 리콜과 달리 국내에서의 리콜은 소극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도대체 자국 기업인 현대차가 왜 국내 시장에서만 유독 야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일부 소비자들은 대기업을 규제할 만한 마땅한 법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 이른바 “레몬법”을 국내에 도입했다. 하지만 도입 이후부터 한국형 레몬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이를 배상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미국형 레몬법과 달리, 한국형 레몬법은 단순 권고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년 2월부터
징벌적 손해 배상 금액이
최대 5배로 증가한다
이러한 비판이 계속되자, 정부는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 처벌 수위를 기존보다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했을 시, 기존에 기업이 지불해야 했던 징벌적 손해 배상금은 피해액의 3배 정도였다. 하지만 개정된 법에 따르면, 내년 2월부터는 징벌적 손해 배상 액수가 5배까지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리콜이 잦은 차량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최근 자주 전해졌던 국산차 결함 문제로부터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일까?

하지만 네티즌들의
비판은 여전했다
정부의 징벌적 손해배상 처벌 수위 강화에 대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법률의 내용이 오히려 대기업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5배 이내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는 내용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액 산정 기준도 재화의 가치에 국한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네티즌들은 “언제까지 대기업 뒤를 봐줄 것이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 “중대 결함이면 정신적인 피해도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모호한 법률에 대해 거센 비판 의견을 보였다.

기업의 처벌 수위가
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국내 네티즌들이 국내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기업 처벌 수위 때문이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레몬법의 경우, 기업에 의해 소비자가 피해를 겪게 되면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정도의 징벌적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징벌적 손해 배상 액수가 피해액의 3배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기업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내년 2월부터 5배 이내로 처벌 수위가 확대된다곤 하지만, 여전히 기업 입장에선 부담없이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징벌적 손해 배상이 적용되는 범위도 다르다.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 배상의 적용 범위는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포괄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상을 입었을 때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며, 재산 피해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함 내용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소비자가 직접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 기형적 구조도 소비자 권익 보호법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이유이다. 제조물 책임법 3조 2항에는 “손해가 제조물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자동차처럼 복잡한 기계장치의 경우,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기업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소비자가 손해를 감수하고 기업과의 싸움을 결심한다고 해도, 기형적 구조 때문에 싸움을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소비자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국내 제조사의 변화된 모습을 촉구하는 청원이 진행되는 경우도 늘었다. 이는 기형적 구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 사회를 풍자한 한 웹툰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기선 그래도 되니까” 뛰어난 복지를 자랑하는 외국 기업이 자국과 달리 국내에서 횡포를 부리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사이다. 대기업으로부터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법률 제정과 제도 정비를 통해 대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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