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는 가성비가 장점이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각에선 “돈이 없어서 수입차를 탄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제네시스를 비롯해 “국민차”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던 현대차 모델들마저 수입차가 대신할 수 있을 만큼 그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다.

최근에 출시된 신차의 경우 그 양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아반떼를 겨냥해 출시된 폭스바겐의 제타만 봐도 그렇다. 제타는 사전계약 물량 완판을 이뤄내며 수입차 대중화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다만 제타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어떤 수입차를 살 수 있을까? 또 현대차가 계속해서 가격대를 높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오늘 오토포스트는 현대차 대신 살 수 있는 수입차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이건 역차별 아냐?”
부담스러운 개소세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국산차와 수입차의 과세표준의 차이로 인해 국산차 구매자가 수입차 이용자보다 38% 개소세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세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 기준이 국산차와 수입차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국산차의 경우 제조원가에 마진을 더한 공장도가격이 과세표준이다. 반면 수입차는 통관된 수입원가에 관세를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개소세 등을 계산한다. 그런데, 국내 수입차 시장의 주류인 유럽산과 미국산 수입차는 FTA에 따라 관세가 ‘0원’이다. 따라서 수입차는 마진에 해당하는 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세금이 덜 계산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이건 역차별 아니냐”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국산차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국산차 가격이 수입차와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할 정도로 비싸진 것도 문제다. 실제로 최근엔 일부 모델들이 수입차보다 더 비싼 가격에 출시되기도 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예전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서 농담조로 말한 건데, 이젠 진짜 국산차가 더 비싸다”라는 반응이 다수다.

중형 SUV인 싼타페나 쏘렌토 역시 옵션을 넣다 보면 4,000만 원을 쉽게 넘기고, 그랜저 풀옵션은 5,000만 원인 시대다. 아무리 물가가 비싸졌다지만, 10년 전 국산차 가격 수준과 현재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국산차 가격의 상승폭은 어마 무시한 수준이다.

현대차 아반떼와
폭스바겐 제타
앞에서 언급했던 아반떼와 제타를 한번 살펴보자. 제타의 가격은 2,000만 원 후반대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할부 구매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2,330만 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1,570만 원에서 2,779만 원 사이로 가격이 형성돼 있는 아반떼의 상위 트림을 기준으로 일정 부분 겹치는 가격대를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옵션은 아반떼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제타는 “아반떼 가격에 살 수 있는 수입차”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을 토대로 대란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 독일차 특유의 탄탄한 주행 질감, 높은 완성도, 거기에 합리적인 보증정책 등을 이유로 소비자들은 주저 없이 제타를 선택했다. 계약 시작과 동시에 초도 물량이 모두 완판됐으니, 폭스바겐의 가성비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현대차 쏘나타와
폭스바겐 파사트
쏘나타와 파사트도 살펴보자. 쏘나타는 가장 대중적인 2.0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2,386만 원에서 3,607만 원, 취등록세 포함 2,554만 원에서 3,859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가장 비싼 모델인 N라인은 3,053만 원에서 3,951만 원, 취등록세 포함 3,278만 원에서 4,241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주목했던 파사트 GT의 가격은 어떨까? 파사트는 4,490만 원에서 5,390만 원으로 가격 책정이 이뤄졌다. 쏘나타 가격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폭스바겐 파이낸셜 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8% 할인이 적용되면서 3,000만 원대에 파사트를 구매할 수 있다.

제네시스 G80과
E클래스, 5시리즈, S90
제네시스 구매를 고려하는 예비 오너들은 실제로 동호회에 제네시스와 수입차 브랜드를 비교하는 글을 올리면서 적극적인 비교를 하고 있다. 글들을 살펴보면, G80을 구매하려는 많은 소비자들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같은 E세그먼트 수입차들과 G80 중 어떤 차를 사는 게 나을지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E클래스와 5시리즈 외에도 위급으로 살 수 있는 차도 있다. 바로 볼보 S90다. 볼보 S90 B5 기본 트림 ‘모멘텀’은 실구매가가 약 6,359만 원이며, 상위 트림 ‘인스크립션’은 실구매가가 약 7,054만 원에 이른다. 제네시스 G80 2.5 가솔린 터보는 기본 사양 실구매가가 약 5,672만 원이고 최고 사양 실구매가는 8,006만 원이다. G80에 옵션을 추가하다 보면 7천만 원을 쉽게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S90과 가격대가 겹친다고 볼 수 있다.

제네시스 GV70과
폭스바겐 투아렉
SUV는 어떨까? 제네시스 GV70을 살 가격으로는 폭스바겐 플래그십 SUV, 투아렉도 선택 가능하다. 최근 폭스바겐은 2021 투아렉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2021 투아렉에는 2D 디자인으로 간결해진 폭스바겐 신규 로고와 폰트가 사용됐으며, 신형 스티어링 휠이 탑재됐다.

투아렉에 각종 할인 혜택 적용 시 프리미엄 기준 6,800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최근 출시된 GV70과 가격대가 겹치는 모습이다. GV70의 기본 가격은 4,791만 원부터 6,038만 원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상위 트림에 풀옵션을 더하면 7,500만 원, 취득세까지 고려하면 약 8,0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자랑한다. 물론 풀옵션을 더하는 것과 안 더하는 것의 차이가 있지만, 국산차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차와 일정 부분 겹치는 게 포인트다.

자동차 선택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가 이대로 가격을 계속 높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긍정적인 면 먼저 살펴보자. 어쩌면 수입차와 가격 차이가 점점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GV70 예상 가격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싸다”, “이 돈이면 그냥 수입차 사는 게 낫겠다”라는 반응들을 보인 바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이젠 돈 없어서 벤츠 BMW 탑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수입차를 발견하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웠지만, 지금은 쉽게 벤츠, BMW 등을 볼 수 있는 이유 역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가격 덕분일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나만 빼고 다 부자가 된 게 아니라, 비슷한 가격으로 국산차 대신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됐으니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만약에 수입차도
가격을 올린다면?
장점과 단점은 항상 공존하는 법이다. 부정적인 면도 살펴보자. 지금은 다운사이징의 영향도 더해져서 수입차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만약에 수입차 브랜드도 현대차를 따라서 가격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국산차가 비싸게 팔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입차가 흐름에 따라 가격을 올리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이용해서 모든 브랜드가 고급화 전략을 택했을 때, 소비자는 더 이상 “가성비”라는 단어를 자동차에 적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진=조선일보)

지금까지 국산차 대신 수입차를 사게 되는 이유와 어떤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지 그리고 현대차가 계속해서 가격을 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알아봤다. 결론을 말하자면, 개소세에 대한 부담과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것, 그리고 국산차 모델을 대신해 구매할 수 있는 수입차 모델이 생각보다 더 다양했다고 말할 수 있다.

2020년은 유난히 국산차 결함에 대한 이슈가 많았다. 수입차도 품질 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유독 국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시동 꺼짐 등의 중대 결함이 발견되면서 국산 브랜드의 신뢰도는 하향세를 타고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품질이 보장된다면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산차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국산차의 합리적인 가격 책정과 향상된 품질을 기대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