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만 해도 도로에서 수입차를 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입차가 대중화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한적한 시골에서도 수입차를 보기 쉬워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입 장벽이 아주 낮아진 것은 아니다. 가장 대중적인 E클래스도 6천만 원이 넘기에 평범한 직장인들이 구입하기는 어렵다. 물론 2~3천만 원대 수입차도 있기는 하다.

작년 수입차는 28만 대를 넘었다고 한다. 1988년 승용차 시장이 전면 개방된 지 3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제 해외 제조사들도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평가해 점점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한편 이 현상을 두고 국산차에 대한 지적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시장 개방 32년 만에 판매량 최다 기록을 세웠다는 수입차 이야기에 대해 다뤄보겠다.

이진웅 에디터

2010년 대비
3배 증가했다
2010년부터 연도별로 살펴본 수입차 판매량은 다음과 같다. 2010년에는 9만 562대, 2011년 10만 5037대, 2012년 13만 858대, 2013년 15만 6,497대, 2014년 19만 6,359대를 판매했다. 4년 만에 판매량 2배가 증가했다.

2015년에는 24만 3,900대로 처음으로 20만 대를 돌파했다. 2016년에는 22만 5,279대, 2017년에는 23만 3,088대, 2018년에는 26만 705대, 2019년에는 24만 4,780대, 2020년에는 28만 8,598대를 판매했다. 2010년 대비 2020년 판매량이 3배 증가했다.

전체 승용차 시장 165만여 대 중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7.4대까지 치솟았다. 5.7대당 1대가 수입 차인 것이다. 특히 작년 12월 판매량은 역대 월별 최대치인 3만 대까지 급증했으며, 작년 한해 수입차 시장 규모는 27만 대에서 28만 대 사이로 예상했으나 실제 판매량은 29만 대에 가까웠다.

벤츠는 이번에도 1위
BMW, 아우디, 폭스바겐 증가세
벤츠는 2020년 7만 7,125대를 판매해 1.7% 감소했지만 올해에도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1위를 차지한 이후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는 BMW로 5만 8,415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32.3% 증가했다. 2019년 벤츠와 3만 대 차이였던 격차는 1만 대 수준으로 좁혀졌다.

아우디는 전년 대비 113.8% 늘어난 2만 5,549대, 폭스바겐은 전년 대비 106.9% 증가한 1만 7,620대를 판매했다. 볼보는 전년 대비 21.1% 증가한 1만 2,799대를 판매해 한국 진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쉐보레는 1만 2,455대를 판매했다. 쉐보레 전체 7만 7,852대 중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테슬라는 1만 1,826대를 판매해 전기차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미니도 전년 대비 10% 증가한 1만 1,247대를 판매했다. 그 외 포르쉐는 84.8% 증가한 7,877대, 벤틀리는 32.9% 증가한 424대, 람보르기니는 27.9% 증가한 330대를 판매했다.

반면 판매량이 감소한 브랜드도 있다. 렉서스는 27.2%가 감소한 8,913대, 토요타는 42%가 감소한 6,173대, 혼다는 65.1%가 감소한 3,064대를 판매했다. 불매운동의 영향이 2020년에도 미쳤다. 재규어는 64.7% 랜드로버는 37.7%, 푸조는 25.5%, 마세라티는 25.2%, 캐딜락은 16.7%, 지프는 14.5% 감소했다.

주력 모델의 신형 모델 출시와
개소세 인하가 큰 역할을 했다
2020년 수입차 판매 성장은 신차 효과와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큰 역할을 했다. 벤츠와 BMW는 각각 볼륨 모델인 E클래스와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했고, 아우디는 2019년 A6 가솔린 출시에 이어 2020년에는 디젤 모델과 고성능 S6 디젤을 출시했다.

폭스바겐은 티구안 4모션과 올스페이스 7인승을 선보여 주력 모델인 티구안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플래그십 모델인 투아렉을 선보였다. 그리고 제타를 아반떼 상위 모델과 비슷한 가격으로 출시해 한때 이슈를 일으켰다. 연말에는 파사트 GT를 출시했다.

개별소비세 인하는 원래 2019년을 끝으로 종료되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소비 촉진을 유도하기 위해 3월부터 다시 인하했다. 개별소비세 인하는 가격이 비싼 수입차가 더 큰 혜택을 받는다.

작년 12월로 종료될 것 같았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연장되었지만 100만 원 한도가 도입되었다. 즉 7,840만 원을 초과하는 차량은 작년 하반기보다 가격이 소폭 인상된다. 다만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는 수입차들의 가격은 대체로 7,840만 원 이하로 혜택을 기존처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매량 감소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차 가격이
수입차를 따라잡았다
국산차의 현 상황이 수입차 판매량을 높였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수입차는 프로모션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발품을 잘 팔면 국산차만큼 혹은 그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네시스는 동급 수입차와 직접 경쟁할 정도가 될 만큼 비싸졌다. G70과 GV70, G80은 기본 모델에 옵션 몇 가지를 선택하면 동급 수입차 기본 모델과 비슷해지며, 풀옵션은 동급 수입차 상위 모델도 고려해볼 정도다. 단 GV80은 동급 수입차의 기본 가격이 꽤 비싼 편(독일차들은 9천만 원 이상)이라 옵션 타협을 잘하면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현대차도 신차를 출시하면서 가격이 많이 비싸졌다. 쏘나타와 투싼은 옵션 넣으면 3천만 원 이상, 풀옵션은 3천만 원 후반이며, 그랜저나 싼타페는 옵션 넣으면 4천만 원 이상, 풀옵션은 5천만 원을 약간 넘는다. 요즘에는 3~4천만 원대에 출시한 수입차가 많다 보니 대안이 많아졌다. 특히 폭스바겐은 발품을 잘 팔면 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해 엔트리 모델도 시판 중이다. 할인을 포함해서 BMW는 1시리즈를 3,373만 원부터, 2시리즈 그란 쿠페를 3,532만 원부터 판매하고 있으며, 아우디는 A3를 3,130만 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가 점점 줄고 있다 보니 수입차로 수요가 많이 빠져나가는 편이다.

(사진=JTBC)

아쉬운 품질과
미흡한 대응
작년에 국산차, 특히 현대차에 유독 결함 이슈가 많았다. 물론 수입차라고 결함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많이 팔리는 만큼 결함 빈도가 높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언론 보도나 커뮤니티 등에서 결함 사실이 자주 화제가 되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네티즌들은 현대차 신차가 출시되면 기대보다는 결함을 먼저 걱정할 정도다. 거기다가 앞에서 언급한 가격 인상 문제도 함께 연결되기도 한다.

특히 제네시스의 경우 수입차와 직접 경쟁함에도 불구하고 결함 빈도가 꽤 높았다. 실내가 많이 고급스러워졌고, 동급 수입차에는 없는 첨단 옵션 사양을 적용해도 고장 나면 아무 소용 없는 법이다.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수입차 대신 제네시스를 샀는데 고장이 자주 나면 불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프리미엄 모델은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데, 결함이 자주 발생한다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함에 대한 대응도 미흡했다. 대표적으로 코나 일렉트릭 결함 이슈가 있는데, 연쇄 화재의 경우 2019년 국토부가 원인 조사를 지시했으나 1년이 지나도록 원인을 내놓지 않았다. 그 와중에 화재 몇 건이 더 발생했다. 그리고 소방서와의 합동 감식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다 뒤늦게 리콜을 실시했지만 1차적인 조치가 BMS 조치에 불과했으며, 조치 받은 차 중 800여 대가 벽돌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산차라는 특성 때문인지 현대차 판매량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연이은 결함과 미흡한 대응이 아쉽다. 만약 결함이 적고 대응도 잘했다면 쓴소리가 아닌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수입차 수요를 더 끌어오는 것은 덤이다. 2021년에는 결함 많은 차라는 인식이 바뀌도록 노력해야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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