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커뮤니티)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오렌지를 닮은 신 레몬이었다는 비유에서 유래된 레몬법. 미국에서 먼저 시행된 이 제도는 반복적인 고장으로 수리를 해야 해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자동차를 교환 또는 환불해 주는 법이다.

2019년 1월부턴 한국에서도 레몬법이 시행됐는데 그간 꾸준히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 법을 활용하여 신차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은 소비자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레몬법을 시행한지 2년 만에 공식 환불 절차를 밟게 된 사례가 등장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다시금 레몬법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한국형 레몬법의 실효성 논란과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
중대하자 2번 발생 시
차를 교환 또는 환불해 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먼저 시행된 레몬법은 신차를 구매한 뒤 반복적인 고장으로 인해 차를 계속 수리해야 하는 경우 차를 교환 또는 환불로 보상해 주는 제도다. 미국 기준으로 살펴보면 ‘사망이나 중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중대한 동일하자’가 2회 이상 반복해 수리를 진행하거나, ‘그 외의 일반 하자가 동일하게 4회 이상 반복’될 때 소비자는 신차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만약 소비자가 원할 경우엔 제조사로부터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타던 차를 그대로 탈수도 있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신차를 구매한 뒤 하자로 인한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법인 것이다.

한국형 레몬법은
2019년 1월부터 시행됐다
한국에서 레몬법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8년 BMW 연쇄 화재 사태 때였다. 당시 많은 소비자들은 레몬법을 한국에도 도입하자며 목소리를 내었고 결국 2019년 1월부터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됐다. 자동차의 교환과 환불을 규정한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안에 일반 하자가 3회, 중대하자는 2회 발생 시 수리를 받고도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되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동차 업계에선 큰 반발이 이어졌다. 일부 제조사들은 “레몬법을 도입하느니 차라리 차를 안 팔겠다”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엔 레몬법을 적용받는 제조사와 이를 거부하겠다는 제조사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0년 12월까지
레몬법이 적용된
교환 사례는 0건
2019년 1월부터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됐으니, 법이 시행된 지 어연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11월까지 중재기구에 접수된 사례는 총 673건이었지만, 이를 통해 차를 교환 또는 환불받은 사례는 0건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한국형 레몬법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나갔다. 법이 생겼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사진=KBS 뉴스)

0건 vs 38건
한국형 레몬법의
실효성 논란
법을 시행한지 2년이라는 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한국형 레몬법이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2년간 중재기구에 접수된 사례 673건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레몬법을 통해 교환을 받은 소비자들이 38건 존재한다고 보도하기도 하지만 이는 중재를 신청한 뒤 제조사와 합의를 통해 교환 또는 환불받은 건수다.

하지만 이마저도 673건 중 38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제대로 차를 교환받거나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소비자들은 “정작 레몬법은 소비자들을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사진=MBC 뉴스)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 그쳐
제조사가 중대 결함을
인정한 사례는 0건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레몬법을 활용하여 제대로 보상을 받기 어려운 이유는 레몬법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형 레몬법은 권고사항에 그친다. 또한 제조사가 아닌 소유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결함을 부정하거나 “원인을 파악해 봐야 한다”라며 버티기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보통이다.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결함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조사와 결국 합의를 통해 개별적으로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일반 하자의 경우엔 4회 이상 동일 하자가 반복되어야 하지만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제조사는 이를 동일 결함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들이 빈번하며,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을 내놓는 경우도 많다. 특히 안전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하자는 아직까지 제조사 스스로 결함임을 인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러니 레몬법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신차 구매 시 계약서에
교환, 환불 내용이 포함된 경우에만
적용되는 허점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구매한 모든 신차들이 레몬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행법상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 구매 시 계약서에 교환 및 환불에 대한 내용이 명시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단순히 레몬법이 시행됐다는 소식에 신차를 계약했다가 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테슬라가 ‘차량 인도 기간 경과 후 발생한 모든 손해는 고객이 책임진다’라는 불공정 조항을 시정 조치 받은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레몬법을 적용할 수 없는 사례 중 하나에 해당된다. 법을 진행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며, 문제는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고, 제조사는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니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래한다.

레몬법으로 환불 절차를 밟는
첫 차는 벤츠 S350d 4Matic이다
그렇게 2년 동안 레몬법을 적용하여 신차 교환 및 환불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으나, 새해가 밝고 레몬법으로 신차 교환을 받는 첫 사례가 등장했다. 법 시행 2년 만이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안전, 하자 심의위원회는 2019년식 벤츠 S350d 4Matic에서 발생한 하자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결과를 차량 제작사와 소비자에게 모두 전달했으며, 벤츠 코리아는 “심의위원회의 판정을 존중한다”라며 “고객 차량을 절차에 따라 교환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하게 환불이 진행될지 교환이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ISG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환불 사유다
한국형 레몬법 첫 사례로 남게 된 S350d 4Matic에서 발생한 문제는 ISG 시스템의 오작동이었다. 정차 중 시동을 꺼트려 연비 향상에 도움을 주며, 배출가스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심의위원회 중재부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연구원과 함께 사실조사를 거쳐 ‘수리 불가’판정을 내렸다. 수리 자체가 불가능한 문제가 되었으니 신차 교환 또는 환불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다른 차주들은 레몬법을
적용받을 수 없어 논란이 불거졌다
그런데,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같은 S350d 4Matic을 타는 다른 차주들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교환 판정을 받은 차와 동일한 증상이 발생하더라도 해를 넘겼기 때문에 레몬법을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출고 후 1년 이내에 발생한 문제들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2019년식 모델들은 레몬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주행거리는 2만 km 이내여야 한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은 “유명무실한 한국형 레몬법”, “결국 기업 편의를 봐주는 법이다”, “기준과 절차 모두 소비자들에겐 너무 애매하고 불리하다”, “같은 문제가 발생한 다른 차주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사진=보배드림 커뮤니티)

레몬법 1호 사례 소식에
난데없이 뭇매를
맞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런데, 레몬법 1호 사례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문제 많은 현기차는 왜 레몬법 적용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냐”, “현대는 결함이 없어서 교환해 주지 않는 건가”, “현대차는 레몬법 피해 갈려고 엔진 오일이 줄면 오일 게이지를 갈아주더라”라는 반응들을 이어갔다.

난데없이 현대기아차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또한 레몬법 첫 사례가 수입차라는 점도 콕 집어 “역시 국토부는 현대기아차에게 한없이 관대하다”라는 반응들도 이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도 인정한
현대기아차 신차품질 문제
레몬법이 실제로 적용된 첫 사례가 현대기아차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음과 동시에, 가장 많은 신차에서 다양한 품질 문제 및 결함이 발생하고 있는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신차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결함 사례들을 모아보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이는 대중 브랜드인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차가 프리미엄이라고 앞세운 제네시스 브랜드 품질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레몬법이 적용될만한
중대한 문제들도 다수 존재했다
도색 불량, 단차 같은 사소한 문제가 아닌 레몬법이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결함들도 다수 발생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현대 그랜저는 2.5 스마트스트림 엔진에서 오일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쏘렌토 하이브리드에선 엔진에서 헬기 소리가 나는 결함이 발생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신차들에선 각종 전자 장비 오작동 및 시동 꺼짐 문제들이 발생해 많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제네시스를 구매한 뒤 결함으로 곤욕을 치른 소비자들은 “애국하는 마음으로 국산차를 샀는데 품질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며 “다시는 제네시스를 사지 않을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왜 수입차만 물고 늘어지냐”
날이 선 네티즌들의 비판
현대기아차는 긴장할 수밖에
거기에 일부 네티즌들은 “수입차는 ISG 문제로 레몬법을 적용시키면서 국산차는 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묵묵부답인지 모르겠다”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결함 문제들을 살펴보면 벤츠에서 발생한 ISG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들이 여럿 존재한다.

여론도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현대기아차로썬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동일한 하자가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서비스센터에 수차례 방문했으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많은 현대기아차 차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레몬법으로 교환 및 환불을 받게 되는 현대기아차가 등장할지 지켜보자.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