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토포스트 독자 ‘정근우’님 제공 | 무단 사용 금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대화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의 말 한마디에 상대방은 노여웠던 마음을 풀 수도 있으며, 반대로 호의적이었던 마음을 적대적으로 돌릴 수도 있다.

최근 현대차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신차 결함을 겪은 차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결함보다 제조사의 대응에 속 터진다”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불친절한 서비스센터의 대응 방식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오늘 소개할 신형 쏘나타 차주의 사연도 여기에 포함된다. 오늘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은 블랙박스에 녹취된 현대차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소름 돋는 발언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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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구매 후
심한 엔진 진동으로
골머리를 앓은 차주의 사연
2019년 5월에 현대 쏘나타 LPI를 구매한 한 차주는 엔진 소음으로 오랜 기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가솔린 엔진에 준하는 정숙성을 가진 LPI 모델을 구매했으나, 디젤 엔진에 버금갈 정도로 알 수 없는 엔진 소음들이 지속되어 운행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여 문제를 해결해보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센터에서 돌아온 답변은 “문제가 없다”, “정상이다”라는 말뿐이었다. 그러다 결국 문제를 인정받아 엔진을 교체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진행되었음에도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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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서브 엔진 교체
2020년 1월 토탈 엔진 교체
7개월 만에 엔진 교체만 2번
차를 구매한지 3개월 만인 2019년 8월, 현대차는 해당 차주의 서브 엔진을 교체해 주었다. 현대차 엔진은 일반적으로 헤드 부분과 쇼트 엔진 블록 등 3파트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가 있는 부분만 부분적으로 교환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음의 원인으로 예상되던 서브 엔진을 교환해 준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소음은 없어지지 않았고, 결국 2020년 1월 엔진 전체를 교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차를 구매한지 불과 7개월 만에 엔진 교체만 2번을 받은 것이다. 출고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새 차가 엔진 교환이 두 번이라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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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교체 이후에도
동일 증상이 반복되어
레몬법 중재 신청을 진행했다
그렇게 엔진 전체를 교환해서 문제가 해결됐으면 다행이다. 해당 차주의 차량에선 여전히 같은 소리가 나더니 결국엔 소리가 더욱 심해져 차주는 레몬법 중재 신청을 진행했다.

아직 차를 구매한지 1년이 지나지 않았으며, 중대 하자라고 할 수 있는 엔진 교환을 2번이나 진행했고, 주행거리 역시 2만 km를 넘지 않아 레몬법 중재 대상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차주로써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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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정상이라는 최종 판정으로
소비자는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레몬법은 소비자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중재 위원회는 해당 사건 자동차의 엔진 소음은 통상적인 엔진 소음으로 하자가 재발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하자가 재발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중대한 하자로 2회 이상 수리하였으나, 그 하자가 재발한 자동차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결국 레몬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판결 끝에 기각이 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서비스센터에서 엔진을 두 번이나 교환받고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나, 이것이 중대하자로 인정받지 못했으니 그저 답답한 마음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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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법 중재 위원장이
블루핸즈 공업사 대표라는
사실도 밝혀져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차주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레몬법 중재 기각 이후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레몬법 중재 위원장이 자동차 정비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해당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보니 그는 현대차 블루핸즈 정비소 대표였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레몬법 중재 위원장이 현직 현대차 정비소 사장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 “현대차 결함으로 레몬법을 적용받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저 위원장은 어떻게 선출된 것인지 정확하게 밝혀내야 한다”, “이러니까 현대차 공화국이라고 하는 거다”라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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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소음이라는
제조사의 주장에
모든 걸 교체했지만 소음은 더 심해졌다
이후에도 소비자는 지속적인 소음에 시달렸고, 서비스센터를 다시 방문한 결과 센터 측에선 “휠 타이어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차주는 당시 출고 때 끼워져 있는 순정 휠이 아닌 사제 휠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지적받은 것이다.

이에 차주는 곧바로 순정 휠 타이어로 교체를 진행했으며, 당연히 소음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는 타이어 업체에서 “멀쩡한 타이어를 왜 바꾸려고 하시냐”라는 말까지 들어가면서 4번이나 타이어를 교체했다. 그러는 와중에 소음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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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소음이 아닌 거 같다”
엔지니어들도 문제를
확실하게 인지했다
그런데, 서비스센터에 방문하여 시운전을 실시한 엔지니어들이 나눈 대화가 차주의 블랙박스에 녹음되어 있었다. 해당 내용을 확인해본 차주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살펴보면 “타이어에서 나는 소음이 아닌 거 같다”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국 둘은 스스로 “타이어 소음이 아닌 거 같다”라며 차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어진 둘의 대화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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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얘기해서 보냅시다”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해결할 의지 자체가 없어 보였다
“타이어 소음이 아닌 거 같다”라는 말 뒤엔 “그냥 이상 없다고 해야지 뭐”라는 말이 이어졌으며, “잘 얘기해서 보냅시다”라고 답하는 다른 엔지니어의 말이 뒤를 이었다. 그들 스스로도 소음을 확인하였으며, 이것이 타이어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를 잘 달래서 돌려보내기로 합의한 것이다.

해당 내용을 확인한 차주는 답답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명백히 차량에 문제가 있음을 제조사 서비스센터 측에서도 인정하였으나 “해결해 줄 수 없다”, “정상이다”라는 일관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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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는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나
결국 나아진 건 없었다
이후 차주는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그는 센터 측에 직접 사비를 들여서 같은 연식에 엔진을 적용한 다른 차를 찾아올 테니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제조사 측은 “안된다”,”싫다”라는 짧은 답변만을 남겼다.

그는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서도 같은 차를 만나면 다른 차주에게 양해를 구해고 소리를 비교해 보는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갔다. 같은 차를 타는 다른 차주들 역시 차에 문제가 있는 거 같다고 인정했음에도 제조사만이 이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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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는 소송도 고려했으나
현실적으론 불가능했다
화가 난 차주는 소송도 고려했으나 현실적으론 불가능했다. 우선 레몬법은 2021년 1월 기준으론 신차를 출고한 지 1년이 지났으며, 주행거리도 3만 km를 넘어섰기 때문에 문제가 있더라도 적용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 현대차 서비스센터는 이유를 불문하고 방문증을 끊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차주 입장에선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는 입증 자료가 필요하여 방문증을 요청했으나 센터 측은 끊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법과 제도를 이용하여 민사 소송을 진행하자니 일반인이 대기업을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차주는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차를 계속 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적용 사례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는
한국형 레몬법
최근, 한국형 레몬법이 등장한지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법을 적용하여 차를 교환 환불받는 사례가 등장했다. 레몬법 1호 대상은 벤츠 S클래스였는데 해당 차량의 ISG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벤츠 코리아는 판정을 받아들이고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형 레몬법 실효성은 논란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와 국산차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게 아니냐”라는 논란부터 “국산차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결함들은 왜 외면하고 있는 것이냐”라는 불만 섞인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 레몬법은 차에 하자가 발생한 내용 역시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기에 “반쪽짜리 레몬법”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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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일이 아니라면
그냥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최근 오토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자동차 정비 명장 박병일 씨는 “자기 앞에 일이 닥쳤을 때는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으려고 하는데 자기 문제가 아니면 그냥 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해 주목받았다. 그의 말처럼 실제로 대한민국에선 수많은 신차에서 결함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자 역시 속출하고 있지만 이는 금방 잊히기 마련이다.

결함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소비자들은 입을 모아 현실을 바꿔보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의 관심은 부족한 상황. 소비자들이 진정한 권리를 찾기 위해선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냥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이었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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