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정부와 경찰, 기업의 뒷이야기를 다루는 대한민국 영화에 대해서 “진부하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실제로 정경유착 사례가 주변에서 자주 들려오고 있으며, 심지어는 현실에서 영화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기업이 다시 한번 정경유착 의혹에 휘말렸다.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기준 완화로 해당 기업의 자동차가 수혜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둘러싼 현대차와 국토부의 정경유착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친환경 자동차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정부
현재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기인 만큼, 소비자들 중에선 아직 전기차 구매를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정부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혜택도 이 중 하나이다. 연비 효율을 인증받은 자동차에 한해 개별 소비세나 교육세, 부가세 및 취득세까지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시키고,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려는 것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친환경 자동차 인증 없이
사전 계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작년 초 국내 자동차 시장을 시끄럽게 했던 이슈가 있다. 바로 기아자동차의 중형 SUV, 쏘렌토와 관련된 이슈이다. 쏘렌토는 작년 3월, 풀체인지를 통해 강력한 인상을 전달하며 디자인은 역시 기아자동차라는 말을 증명하듯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차량이다.

문제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있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친환경 자동차로 인증받기 위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당시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기준에 부합하려면, 배기량 1.6리터 이하급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5.8km/l 이상의 연비 효율을 발휘해야 했다.

그런데,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는 15.3km/l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단 0.5km/l 때문에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을 땐 이미 사전계약이 진행된 후였기 때문에 급하게 사전 예약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자동차가 친환경 차량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아자동차는 친환경 인증을 위한 신청조차 하지 않은 채 사전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이후 기아자동차는 해당 문제에 대해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친환경 자동차
인증 관련 개정으로
혜택을 본 쏘렌토
최근,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한번 일고 있다.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개정한 친환경 자동차 인증 관련 규정 때문이다. 기존 친환경 자동차 인증 규정은 배기량에 따라 충족해야 할 연비 효율 수치에 차등을 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배기량뿐만 아니라 차체 크기에 따라서도 인증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 효율 정도가 차등적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배기량 대비 차체가 큰 SUV 차량에 대한 기준이 전체적으로 완화되면서,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도 친환경 인증을 받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개정된 규정에 따라 친환경 인증을 위한 연비 효율 기준이 14.3km/l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친환경 게이트”다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
그런데 해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법률 개정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차량이 명확해지면서, 해당 조치에 대해 “대기업 밀어주기의 일환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도대체 누굴 위한 법이냐?”, “법이란 게 우스운 것이었냐?”, “이럴 거면 쏘렌토 법이라고 불러라”라며 비판했다. 기업이 수혜를 받는 모습에 대해서도 “기업이 정부 기준에 맞추는 게 아니고 정부가 기업을 맞추는 것 같다.” “기능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법을 바꿔버리는구나”, “현토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법률 개정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번 친환경 차량 인증 개정이 네티즌들의 의혹대로 정말 쏘렌토만을 위한 처사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렵다”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법이 제정된 것은 11년 전이며, 이미 그동안 배기량만으로 기준을 나누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사실 정부의 이번 법률 개정이 앞뒤 없이 쏘렌토 때문에 이뤄진 처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이 정경유착 의혹을 내비치고 있는 것은 이미 이전부터 정부가 이번 사건과 비슷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경유착 의혹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오토포스트 측으로 한 제보가 전해졌다. 8세대 쏘나타 엔진 소음 관련 결함으로 보상받기 위해 중재위원회에서 심의를 받던 중 이상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취재 결과, 하자 여부를 결정하는 중재 위원장이 현대차 제휴 자동차 공업사 블루핸즈의 대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내용이 보도되자 현대차와 정부의 정경유착 의혹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또한 사건을 접한 박용진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해당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결국, 이미 제도적인 부분에서 대기업을 밀어주는 듯한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되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주장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직시하고
명확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작년, 쏘렌토 하이브리드 문제에 대해 기아차가 해명한 내용은 “직원의 실수”였다. 친환경 자동차 인증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에 생긴 문제가 직원의 실수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동차 제조사 직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귀족노조, 강성노조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었으며, 조립 불량, 단차 등의 원인으로 직원들의 근무태만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쏘렌토 하이브리드 문제와 관련된 기아자동차의 해명은, 결국 기업을 향한 화살을 직원들에게 돌리기 위해 부정적인 인식에 불을 지핀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기업이 이러한 불미스러운 의혹에 휘말리지 않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아니, 그전에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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