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옹벽이 무너지는 순간 새 역사가 시작된다. 오랜 기간 철옹성처럼 판매량 1위를 지켜오던 현대 싼타페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신형으로 탈바꿈한 기아 쏘렌토가 싼타페를 압도적인 수치로 밀어내며 중형 SUV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것이다.

만년 1위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싼타페가 어쩌다가 쏘렌토에게 추월당하게 된 걸까? 네티즌들은 “쏘렌토가 너무 잘 나왔다”, “싼타페가 못 나온 거다”라며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현직 현대기아차 딜러들은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직 딜러들마저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싼타페와 쏘렌토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국산 중형 SUV의 대명사는
언제나 싼타페였다
현대 싼타페는 오랫동안 국산 중형 SUV 시장의 터줏대감 역할을 맡고 있었다. 너무 잘 팔려서 “SUV 계의 쏘나타”라고 불릴 정도였으니 싼타페의 위상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2019년엔 그랜저마저 제치고 국산 승용차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였다.

싼타페와 경쟁하는 대표적인 라이벌 모델은 기아 쏘렌토다. 그 어떤 자동차도 싼타페를 넘어서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쏘렌토는 싼타페보다 조금 더 몸집을 키워 경쟁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싼타페의 벽을 허물기는 어려웠고, 2018년 싼타페 TM이 출시되면서 판매량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신형 쏘렌토가 출시되며
판도가 뒤집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기아차가 풀체인지를 맞이한 신형 쏘렌토를 출시하며 판도가 뒤집어졌다.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신형 쏘렌토는 “역대급 풀체인지”라는 수식어와 함께 무섭게 팔려나갔다. 출시와 동시에 사전계약 역대 기록을 경신하는 저력을 보여주더니, 이윽고 싼타페 판매량마저 제치고 차를 출고하기 위해선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돌풍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인증 이슈로 인해 계약이 이틀 만에 중지된 쏘렌토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결국 2020년 한해 쏘렌토는 7만 6,882대가 판매됐고, 싼타페는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이전 모델을 합쳐 5만 7,578대가 판매됐다. 쏘렌토의 압승이다.

네티즌들은 디자인 호불호,
상품성을 주요 원인으로 손꼽았다
쏘렌토가 싼타페의 위상을 꺾은 이유에 대해 네티즌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쏟아내며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디자인으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더 뉴 싼타페의 외관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매우 심하게 갈렸다. 아쉽게도 호보다는 불호에 가까운 반응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싼타페보다 쏘렌토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장착하며,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두 자동차이기 때문에 결국 선택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는 디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불어 상품성 역시 미묘하게 쏘렌토가 싼타페를 앞선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기왕이면 큰 차가 더 좋지요”
쏘렌토에 열세인
싼타페의 크기 제원
싼타페와 쏘렌토에 대해 현대기아차 현직 딜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실제로 주변의 딜러와 대리점에 문의해본 결과 흥미로운 답변들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기아차 영업사원들은 대체적으로 쏘렌토가 싼타페보다 제원 수치가 큰 것을 강조했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만들었지만 길이와 휠베이스는 쏘렌토가 싼타페보다 길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쏘렌토가 더 유리한 실내공간을 가지게 되는데 한 기아차 딜러는 “2열 무릎 공간이 쏘렌토가 더 넓다”라며 강조했다. 그는 여기에 더불어 “기왕이면 큰 차가 더 좋지요”라는 말을 남겼다.

“현대는 세단 위주,
기아는 SUV, RV 위주입니다”
한 기아차 딜러는 “현대차는 그간 세단 위주, 기아차는 SUV와 RV 위주로 만들어온 회사라 쏘렌토가 더 좋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같은 세단들을 잘 만들어왔다. 그러나 기아차는 과거 스포티지, 모하비 같은 SUV들을 포함하여 카니발 같은 미니밴도 만들어온 회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대차보단 SUV를 만드는 기술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물론 정확히 따지자면 결국 두 자동차는 한 지붕 아래에서 나온 이복형제이기 때문에 적용된 기술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래도 기아차의 이미지가 조금 더 SUV, RV에 특화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딜러의 말도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싼타페는 옵션을 묶어놓은 게 많아요”
세분화된 쏘렌토의 선택지
한 딜러는 “쏘렌토는 고객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싼타페는 옵션을 묶어놓은 게 많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살펴보니 쏘렌토는 트렌디, 프레스티지, 노블레스, 시그니처, 그래비티 5개의 트림으로 나눠져 있었으며, 싼타페는 프리미엄, 프리미엄 초이스, 프레스티지, 캘리그래피 4개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싼타페와 쏘렌토에 적용되는 옵션은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교묘한 현대기아차의 가격정책 때문에 트림별로 적용되는 기본 사양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국 원하는 사양을 추가해서 구매하려고 견적을 내어보면 얼추 비슷한 가격대로 비슷한 모델을 구매할 수 있다.

“작년 판매량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자신감 넘치는 기아차 영업사원들
눈여겨볼 점은 많은 기아차 딜러들이 “지난해 판매량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결국 많이 팔리는 차가 좋은 차라는 이야기인데, “그간 쏘렌토가 싼타페를 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싼타페를 눌렀다”라는 것을 강조했다.

대기 기간 역시 쏘렌토는 최소 2개월이 걸리지만 싼타페는 곧바로 받을 수 있는 차도 많으며, 인기 있는 트림 역시 3~4 주면 차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언급한 딜러도 있었다.

“솔직히 제가 봐도…”
호불호 강한 싼타페의 디자인
그럼, 현대차 딜러들은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놀라운 점은 대다수의 현대차 딜러들이 “싼타페가 쏘렌토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딜러는 “솔직히 호불호의 영역이라지만 제가 봐도 싼타페의 디자인은 좀 그렇다”라며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쏘렌토로 기울 거 같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직 딜러들은 “솔직히 싼타페와 쏘렌토는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했고, 플랫폼 역시 동일하기 때문에 사실상 고객들은 디자인을 보고 사는 경우가 많다”라며 “신형 싼타페 디자인 호불호가 많이 갈리다 보니 아무래도 싼타페 판매량이 예전 같지 못한 거 같아 안타깝다”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아무래도 페이스리프트이다 보니…”
쏘렌토를 뛰어넘지 못한 옵션
한 딜러는 “아무래도 쏘렌토는 풀체인지를 진행했지만, 싼타페는 페이스리프트였기 때문에 쏘렌토를 넘기 어려웠던 거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적용된 파워트레인과 플랫폼 같은 사양들을 따져보면 두 자동차는 사실상 거의 동일한 자동차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싼타페는 쏘렌토만큼 디자인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다.

기존 틀을 유지한 채 변화를 주는 페이스리프트의 특성상 신선한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주지 못했다는 평이 이어진 것이다. 또한 거기에 바뀐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다 보니 결과적으론 싼타페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 없었다. 옵션 역시 “싼타페엔 6인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토로하는 딜러들이 다수 존재했다.

“싼타페엔 하이브리드가 없어요”
라인업 부재에 대한 갈증
많은 현대차 딜러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싼타페의 약점은 “하이브리드의 부재”였다. 한 현대차 딜러는 “요즘은 디젤보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라며 “그럼에도 싼타페엔 하이브리드가 없기 때문에 판매 전선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쏘렌토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판매한 7만 6,882대의 쏘렌토 중 하이브리드는 2만 1,246대였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제외한다면 싼타페와 비슷한 수준인 5만 대에 머무른다는 걸 감안하면 하이브리드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다.

“싼타페의 장점은 빠른 납기일”
상품성을 어필하지 못했다
결국 많은 현대차 딜러들은 “쏘렌토는 2달을 기다려야 하지만 싼타페는 빠르게 출고할 수 있다”라며 장점을 묻는 질문에 “빠른 납기일”을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한 딜러는 “세계 최초로 적용된 운전자 인식형 스마트 주행모드가 싼타페에만 적용이 된다”라며 장점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해당 기능은 크게 매력이 없는 사양이다.

이는 주행 모드를 스마트로 설정할 시 프로필별 운전자의 주행 습관을 기억하고, 운전자의 성향에 부합하는 주행모드를 자동으로 전환하여, 개별 운전자의 주행 성향에 최적화된 드라이브 모드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것이 정말 꼭 필요한 기능일까?

“싼타페는 지금 사면
얼마 지나지 않아 풀체인지 될 겁니다”
기아차 영업사원의 한마디
판매량과 더불어 판매 전선에 뛰어든 딜러들마저 싼타페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보니, 당분간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쏘렌토의 독주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법규가 바뀌게 되면서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친환경차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어,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오면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 기아차 딜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 싼타페를 사면 얼마 지나지 않아 풀체인지가 될 겁니다”. 2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해 기존 싼타페 TM을 겨냥한듯한 발언이었다. 신형 싼타페가 이렇게 저조한 성적을 이어간다면 또다시 2년 또는 3년 이내에 풀체인지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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