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의 시동 꺼짐 현상
딜러사 측의 미흡한 대처가 화근

언뜻 보면 매장 앞에 평범하게 주차되어 있는 ‘페라리 458’같지만, 그렇지 않다. 자세히 보면 주차된 페라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매장 입구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 페라리 차주의 횡포일까?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사진은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차주의 횡포가 아닌 메르세데스-벤츠 딜러사의 횡포 때문이다. 페라리 차주에 따르면, 그는 원주 메르세데스 매장에서 작년 7월 1일에 ‘S 63 AMG’를 구매했다. 그런데 차량 출고 후 2~3주가 지나자 차량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그는 원주, 수원, 서울 메르세데스 서비스센터를 모두 방문했으나 시동 꺼짐 현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차주는 차량 출고 후 자신이 운전한 시간보다 서비스센터에 입고되어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그의 게시글에 따르면 차량 출고 후 그가 운전한 시간은 3달 정도, 서비스 센터에는 무려 7개월 정도 입고되어 있다고 한다.

문제가 된 것은 메르세데스 딜러사 측의 태도와 미흡한 대처였다. 당초 딜러사 측이 신차로 교환을 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고 했고, 환불 시에는 차주가 2천만 원 정도 손해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고, 차주는 이에 대해 동의했다. 그러나 몇 달동안 환불 금액은 지급되지 않고, 현재는 납득할 수 없는 환불금액을 말하고 있다고 한다. 차주는 상황 설명과 함께 “벤츠 매장 이용하시는 분들, 불편하시겠지만 이해해주세요. 죄송합니다”라며 글을 마쳤다. 위 상황 설명을 보면서 지난 2015년에 일어난 ‘골프채 벤츠’ 사건을 많은 분들이 떠올리셨을 것 같다. 골프채 벤츠 사건 당시 문제가 됐던 차량은 ‘S 63 AMG’였고, 공교롭게도 이번 ‘페라리 매장 입구 주차 사건’에서 문제가 된 차량 역시 ‘S 63 AMG’다.

‘S 63 AMG’는 메르세데스의 기함급 세단 ‘S-클래스’의 고성능 모델이다. 5.5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은 585마력, 91.8kg.m 토크를 발휘하며, 2톤에 가까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제로백 4.4초, 최고속도는 250km/h를 기록한다. 가격만 무려 2억 1,900~2억 5,100만 원이다. 골프채 벤츠 사건 당시 차량이 왜 시동이 꺼졌는지에 대해 명확히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동 꺼짐 현상’ 자체만 놓고 보면 치명적인 결함인 것이 명백하고, 이번에도 같은 차량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메르세데스와 딜러사 측의 적극적인 문제 소명과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골프채 벤츠 사건에 대해 메르세데스는 일주일 만에 고소를 취하하고 새 차 교환에 합의한 바 있다. “2억 원이 넘는 차를 오죽했으면 부쉈겠는가”라는 의견과 “리스 차량은 소유주가 리스회사이기 때문에 불법 개조의 책임도 있다”라는 의견이 충돌했지만 메르세데스는 일주일 만에 새 차 교환에 합의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는 치명적인 이미지 실추와 정부까지 나섰던 결함 조사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골프채 벤츠 동영상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보도되면서 메르세데스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고, 정부까지 해당 차량에 대한 결함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벤츠 코리아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당시 벤츠 코리아는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 ‘페라리 벤츠 매장 입구 주차 사건’과 더불어 같은 결함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국산차에 면죄부 주더니 외제차들이 그걸 이용한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힘들다”, “이걸로 답은 나왔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라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꽤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나라의 법이 국산차에 최적화되어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럴만도 하다. 각종 안전규제 및 환경규제 등이 특정 국산 브랜드의 신차 출시 시기에 맞춰 개정되고, 이 때문에 안전 규제 및 환경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미미하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명확한 안전 관련 규제가 있지 않다. 또한 환경 관련 규제 역시 노후 디젤차 관련한 것만 규제의 목소리가 높을 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클린 디젤’이라고 불리던 것이 말이다.

때문에 수입차 브랜드들은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유럽이나 미국에선 안전 및 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판매할 수 없는 차량이지만, 상대적으로 규제 범위가 낮은 우리나라에선 판매가 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피해자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결함 때문에 일어난 사건 사고를 겪는 것도 피해자, 그로 인해 시간 및 정신적 피해를 보는 것도 소비자, 문제를 찾아내야 하는 것도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것도 소비자가 된다. 이는 ‘코리아’가 붙는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차 브랜드뿐 아니라 국산차에도 명백히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크고 작은 결함으로 사망사고까지 일어나도, 기업에선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어도, 소비자들의 공분이 커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허다하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소비자들이 피해보는 정도가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미국의 ‘레몬법’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레몬법’이다. 시사상식사전에는 ‘차량 및 전자 제품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 환불, 보상 등을 하도록 규정한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정식 명칭은 상원 의원 워런 매그너슨과 하원 의원 존 모스의 이름을 딴 ‘매그너슨 모스 보증 법(Magnuson-Moss Warranty act)’이다.

레몬법은 미국에서 지난 1975년에 제정됐다. 차량 또는 전자 제품의 결함이 일정 횟수 이상으로 반복되어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이나 환불 또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레몬’은 영미권에서 결함이 있는 자동차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레몬법에도 ‘코리아 에디션’?
미국과 다른 한국형 레몬법
미국은 법적 강제성 있지만 한국엔 없다

레몬법에도 국내에 들어오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른 바 ‘코리아 에디션’이 적용된 것일까? 한국형 레몬 법에도 문제가 많다고 소비자들은 지적한다.

국내 레몬법에 대한 내용은 최근에 개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레몬법의 기준은 한국의 경우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은 ‘레몬법’으로 하고 있다. 교환 및 환불 기준은 한국의 경우 1개월 이내 주행 및 안전 관련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하여야 하고, 12개월 이내에 중대 결함 및 동일하자가 4회 이상 발생하여야 한다.

미국의 경우 2만 9,000km 주행 시 혹은 18개월 전 사망이나 중상을 초래한 하자가 발생하거나, 동일하자로 4회 이상 수리했을 경우 교환 및 환불 기준을 충족한다.

가장 큰 차이는 제재 부분이다. 한국의 경우 내용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법적 강제성을 두고 있다. 즉, 기존 내용에서 완화만 됐을 뿐 법적 강제성은 여전히 없다는 것이다. 2019년 1월부터 시행될 한국형 레몬법은 누구를 위한 법일까? 언제나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