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스쳐가는 생각. “만약 현대와 기아가 서로 반대였다면 어땠을까?”.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런 생각이 만약 현실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요즘 워낙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아인 만큼 형과 아우가 뒤바뀐다면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요즘 기아가 워낙 잘나가다 보니 “이럴 거면 차라리 현기 말고 기현해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보다는 확실히 낫다”라는 평을 듣는 기아가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더 높은 곳으로 일찍 올라갈 수 있었지 않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기아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역대 최고 주가 9만 9,500원
요즘 잘 나간다는 국산차 제조사
요즘 국내에서 제일 잘나가는 자동차 제조사를 꼽아보라면 많은 소비자들이 기아를 언급할 것이다. 최근 사명과 브랜드 로고를 변경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린 기아는 “애플카를 생산할 것”이라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주가가 역대 최고치인 9만 9,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은 애플사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보다는 기아가 애플카 사업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선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차후 제조사의 공식 발표를 주목해봐야 한다. 애플카 소식 외에도 기아는 여러 방면에서 좋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시장에선
터줏대감 현대차를
판매량으로 밀어내기도
먼저 내수시장을 살펴보면 오랫동안 현대차가 주력으로 판매하던 모델들이 기아에게 역전당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20년 넘게 국민차로 불려온 쏘나타는 이제 K5 판매량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을 정도이며, 중형 SUV 계의 터줏대감 싼타페는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쏘렌토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간 두 차종은 모두 기아가 아무리 상품성과 디자인을 훌륭하게 출시했다 하더라도 현대를 넘어서는 판매량을 기록했던 적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기에, 최근 기아의 내수시장 활약은 매우 두드러진다. 마땅한 라이벌이 없는 카니발은 미니밴 시장을 제패했으며, 소형 SUV 시장은 셀토스가 1년 넘게 굳건한 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디자인 부문에선
“국산차 제조사 중 최고”라는
평가가 이어져
디자인 역시 국산차 중 최고라는 평이 이어진다. 호불호가 매우 강하게 갈리는 요즘 현대차 디자인과는 다르게 기아가 선보이는 신차 디자인엔 연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디자인으로 곤욕을 치른 쏘나타와 싼타페 페이스리프트는 각각 K5, 쏘렌토와 더욱 대비되어 이것이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해석이 이어졌다.

해외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쏘렌토는 2021 폴란드 올해의 차, 2021 왓카 어워즈 올해의 대형 SUV, 2021 푸로스 오토, 라틴 올해의 SUV를 수상했으며, 북미 시장에서 활약 중인 텔루라이드는 2020 북미 올해의 SUV, 2020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K7-그랜저
경쟁 구도가 뒤바뀔 수 있을까?
하지만 기아에게도 넘어설 수 없는 사차원 같은 벽은 존재했으니, 준대형 세단 K7과 그랜저의 경쟁구도다. 기아는 그간 그랜저보다 휠베이스나 길이를 더 길게 만들어 상품성을 갖추었으나 매번 그랜저 판매량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랜저가 모델 체인지를 거치기 전인 끝물 시즌이 되어야 K7이 간신히 넘어설 수 있었을 정도다.

디자인 호불호도 심하게 갈리는 그랜저가 이토록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임밸류를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4천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6기통 준대형 세단을 구매하려면 그랜저만 한 가성비가 좋은 자동차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랜저는 그저 그랜저이기에 잘 팔리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그랜저와 K7 브랜드와 이름을 서로 뒤바꿔 놓았을 때도 현행 그랜저가 이토록 잘 팔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K5가 쏘나타로
출시됐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쏘나타를 잡은 K5가 현대 브랜드를 달고 쏘나타로 출시되었다면 어떤 일이 펼쳐졌을까? K5 디자인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행 쏘나타보다 훨씬 불티나는 판매량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렇게 국민차 타이틀을 이어갈 것이고, 쏘나타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K5는 이번에도 쏘나타의 큰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뻔한 구조가 되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역시 기아보단 브랜드 가치가 높은 현대차로 판매되었다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을 수도 있다. 현대차가 2010년 YF 쏘나타를 북미시장에 선보이며 선사했던 충격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임팩트를 주었을 것이다.

K9은 제네시스만큼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지금은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기아 K9이 제네시스로 출시되었다면 어떤 결과를 맞이했을까? 그간 꾸준히 “K9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엠블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K9의 브랜드 가치가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외관 디자인이 플래그십 세단의 웅장함을 잘 나타내지 못했다”라는 평이 이어지기도 했으나, 이렇게 엠블럼을 기아가 아닌 제네시스로 변경해 놓으면 거짓말처럼 차가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는 느낌이다. K9이 제네시스로 출시됐다면 지금보다 훨씬 법인차로 많이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벤츠에 열광하는 이유
브랜드 가치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상품에 매겨지는 브랜드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같은 재질, 기술로 개발하여 출시하는 상품이더라도 어떤 브랜드를 달고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소비자들이 벤츠에 열광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4기통 엔트리급 벤츠인 E250 같은 모델들은 벤츠 엠블럼을 달고 있지 않았다면 국산차보다도 못한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상품성이 뒤떨어진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이차가 벤츠라는 사실에 열광한다.

기아에 현대의 이름값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좋은 활약 펼칠 수 있을 것
기아와 현대가 만약 서로 뒤바뀌었다면 기아는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매번 기아차는 현대차를 넘어설 수 없도록 사양이나 성능에서 제한을 받는 등 서자 취급을 받아왔다. 기아가 고급 브랜드인 에센시아를 론칭하려고 하자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크게 화를 냈다는 설은 이미 업계에서 유명하게 돌고 돌았던 이야기다.

당시 한 관계자는 “아직 제네시스 브랜드도 시장에 안착시키지 못한 상태에 기아차까지 고급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아가 독자적인 행보를 걸을 수 있거나 현대의 이름값이 더해진 상황에서 활약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기아가 현대를
넘어서지 못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브랜드가치로 대변되는 이름값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언급하고 싶었다. “현대와 기아가 서로 뒤바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작은 생각에서 글이 시작되었지만, 요즘 분위기를 대입해본다면 기아가 현대를 넘어서지 못하리라는 보장도 없어 보인다.

이미 내수시장에선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대보단 기아가 확실히 낫다”라고 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해외시장에서의 평가 역시 매우 훌륭하기 때문이다. 기아의 성장을 현대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리는 없을 터. 둘중 높게 비상하는 회사는 어느쪽이 될지 지켜보자.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