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디젤을 외치며 수많은 디젤차를 판매했던 유럽시장은 이제 어느덧 전기차 시대에 접어드는 추세다. 내연기관은 수일 내로 사라질 거라는 소식들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으며, 자동차 선진국들은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거나 내연기관차를 아예 판매하지 못하도록 정책을 수립해 놓기도 했다. 대한민국 역시 차세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서서히 줄여갈 것임을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수입차 대중화를 외치며 여러 신차들을 국내에 선보이는 중인 폭스바겐 코리아가 때아닌 재고떨이 논란에 휘말렸다. “유럽에 팔지 못하는 재고차들을 한국에 가져와서 판매한다는 것”인데 정말 폭스바겐은 한국에 재고떨이를 하고 있는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논란에 휘말린 폭스바겐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폭스바겐 코리아가 출시한
신차 6대중 5종이 디젤차
지난해 10월, 폭스바겐 코리아 슈테판 크랍 사장은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출시한 신차 제타는 사전계약 시작과 동시에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신차들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출시한 티록을 포함하여 폭스바겐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신차들은 6종 중 5종이 디젤이라는 것이다. 선택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폭스바겐의 주장과는 다르게 해외에는 판매하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같은 모델들을 국내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최근 친환경 자동차들이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며 자동차 제조사들은 앞다투어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차들을 선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환경규제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디젤차는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내연기관 자동차 자체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요즘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는 친환경차 대신, 디젤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만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일하게 제타만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디젤차만 팔려고 하냐”라는 반응들을 보이기도 했다.

“유럽에 못 파는 차
한국에 재고떨이하려는 속셈”
의문을 품는 소비자들
폭스바겐 코리아가 연이어 디젤차를 선보이며 많은 소비자들과 업계에선 “유럽에 팔기 어려워진 디젤 재고차를 한국에 떨이로 판매하려는 속셈”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국내 소비자들이 그간 수입 디젤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고는 하지만, 최근 시장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출시한 소형 SUV 티록에도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만 출시된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반감을 드러냈다. 국내를 포함한 해외에도 디젤차만 판매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인도에도 판매하는 가솔린 모델을 배제하고 디젤만 국내에 출시한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이제 유럽에선 디젤차를
제대로 판매할 수 없는 상황
“유럽에 못 파는 차를 한국에 재고떨이하려는 속셈”이라고 해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유럽에선 2021년 올해부터 디젤차를 제대로 판매하기 어렵게 됐다. 유럽은 올해부터 신차를 판매하는 모든 제조사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km로 제한했으며, 초과량에 대해선 막대한 과징금을 징수한다.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대다수의 수입 디젤차들은 유럽 이산화탄소 배출량 수치를 훌쩍 넘어선다. 티록은 124.0g/km, 파사트 GT 2.0 TDI는 126.0g/km, 투아렉 3.0 TDI는 188.0g/km에 달한다. 디젤차 비중을 낮춰야 하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 입장에선 이런 디젤차들이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특별한 규제가 없는 한국
남은 디젤차를 팔기에 최적이다
그런 골칫거리 디젤차들을 판매하기 좋은 시장은 어디일까? 현재로썬 한국이 최적이라는 분위기다. 한국 소비자들은 수입 디젤차들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으며, 오히려 그간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다. 플래그십 세단인 아우디 A8, 벤츠 S클래스같은 차도 심지어 디젤이 가장 잘 팔릴 정도이니 말 다 했다.

아직은 유럽에 준하는 강력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도 없는 한국이기에 유럽산 디젤차들을 처리하기엔 한국이 최적이라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형제그룹인 아우디를 살펴봐도 주력 모델인 A6와 A8은 디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SUV Q7과 Q8은 모든 트림이 디젤이다.

다른 유럽 브랜드들 역시
디젤차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유럽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이 강화되다 보니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브랜드들 역시 국내에 디젤차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앞서 언급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는 지난해 디젤 모델이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차 E클래스, 그다음인 BMW 5시리즈 역시 디젤 모델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SUV 라인업에는 디젤의 공세가 더욱 강하다. BMW X5는 30d 디젤 모델 판매량이 가장 높았으며, X6와 X7 역시 마찬가지다. 랜드로버 역시 주력 모델인 레인지로버 스포츠, 벨라, 디스커버리 스포츠 등 모두가 디젤 판매량이 가장 높았다. 거의 유일하게 디젤차를 찾아볼 수 없는 브랜드는 볼보밖에 없었다.

“그래서 싸게 파는데 뭐가 문제냐”
선택은 소비자 몫이라는 반응들
폭스바겐이 연이어 디젤차만 출시하는 상황을 놓고 재고 처리라며 비판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으나, 이에 반박하는 의견들도 다수 존재했다. 결국 신차를 출시하는 건 제조사의 몫이고, 이를 선택하는 것 역시 소비자의 몫인데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 네티즌은 “디젤차를 연이어 들여오는 건 알지만 그래서 싸게 팔지 않냐”라며 “싸게 판다는데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네티즌들은 “어차피 안 팔리면 제조사도 알아서 바뀔 것”, “어떤 차를 파는지는 제조사의 자유다”, “결국 싸다고 살 거면서 말이 많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막상 차주들은 만족한다”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들도 다수였다
또한 폭스바겐 디젤차를 타고 있는 실제 차주들은 “차 타보니까 만족스럽다”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파사트 차주 A씨는 “디젤차인걸 알고 샀지만 연비도 잘 나오고 경제적이라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한다”라며 “친환경차가 대세인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한국에선 디젤차의 매력이 유효한 거 같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아테온을 구매한 차주 B씨는 “그랜저 살 돈으로 아테온을 샀는데 디자인도 그렇고 연비도 잘 나와서 정말 만족한다”라며 “막상 실제 차주들은 만족하며 타고 있는데 살 생각이 없는 사람들만 비판하는 거 같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현시점에 디젤차 구매는
망설여질 수밖에
냉정한 소비자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사실 현시점에 디젤차 구매는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 자동차들에 대한 각종 규제들이 강화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역시 순차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개체 수를 줄여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디젤차는 퇴출 대상 1순위로 거론되는 만큼 신차를 구매해 10년 이상 탈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라면 디젤차 구매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차를 판매하는 건 기업의 자유이지만, 유럽에 판매하기 어려운 디젤차를 한국에 재고 처리용으로 판매하는 것이라는 논란은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들에게도 꾸준한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차를 사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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