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포스트에서는 며칠 전, 쌍용차 위기 타임라인에 대해 다룬 바 있다. 두 차례 위기를 겪은 쌍용차는 2010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후 어느 정도 정상화되었고 2015년 4분기와 2016년 전체 흑자를 내기도 했으나 201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적자만 발생했다.

특히 작년에는 적자금액이 대폭 늘어난 데다 모기업인 마힌드라 그룹도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결국 쌍용차 지배권을 포기하게 되었으며, 작년 연말에는 기업 회생을 신청하기도 했다. 티볼리 신화를 이끌어 소형 SUV 시장 확대까지 주도했던 쌍용차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며칠 전 포스팅했던 쌍용차 위기 타임라인의 후속 포스팅으로, 쌍용차가 또다시 위기를 맞은 원인에 대해 살펴본다.

이진웅 에디터

(사진=조선일보)

노사 문제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쌍용차는 다른 국산차 제조사에 비하면 노사 문제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2009년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2010년 이후 11년 연속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했다. 다른 제조사 노조들이 임단협 협상을 결렬하고 파업까지 불사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며 자동차 업계 최고의 노사 화합을 자랑하는 사업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9년에는 노조가 회사의 경영 상황을 걱정해 고통을 분담하고 회사는 노조의 추가적인 부담을 막아주는 상생이 이뤄지기도 했다. 2020년 역시 경영정상화와 고용안정을 위해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합의를 이뤘다. 상호 양보하는 태도 덕분에 대체로 국내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먼저 임단협 교섭이 타결되는 편이다.

(사진=한국경제)

그 외 2019년 9월부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복지 중단과 축소 등 경영쇄신 방안에도 원활히 합의했으며, 12월에는 전 직원 임금 및 상여금 반납, 사무직 순환 안식년제 시행 등 고강도 경영 쇄신책을 마련해 추진한다.

최근에는 총 고용이 보장된 회생 절차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으며, 1월과 2월 월급은 절반만 받음에도 별다른 마찰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GM처럼 파업으로 인해 생산 손실은 마힌드라 인수 이후에 없었기 때문에 쌍용차 위기의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조선일보)

과도한 인건비
업계 최저 수준의 생산성
그렇다면 쌍용차가 위기를 맞은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인건비가 과도하게 높은 편이면서 생산성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쌍용차 평균 인건비는 8천만 원에 달한다. 파업만 안 할 뿐이지, 인건비는 규모나 실적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과도한 인건비는 생산성 하락으로도 이어진다. 1인당 생산성은 4억 2,254만 원으로 현대차의 10억 5,89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공학과 교수도 이를 지적하며 “생산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차를 팔수록 회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티볼리의 성공까지는 좋았지만
너무 의존한 것이 문제였다
2015년 쌍용차가 출시한 티볼리는 당시 틈새시장으로 분류되었던 소형 SUV 분야를 파고들어 크게 성공했다. 이후 적재공간을 넓힌 파생모델 티볼리 에어까지 성공시켜 2016년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티볼리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티볼리 판매 비중은 40%~55% 사이를 기록했다. 2018년에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한 이후에는 30%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형 SUV와 같은 엔트리급은 많이 판매해도 마진이 적기 때문에 경영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티볼리보다 차급이 높은 코란도나 렉스턴을 더 많이 팔아야 한다.

현대차를 살펴보면 그랜저,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주력 모델이 중대형 모델이다. 기아차는 중형급인 K5나 쏘렌토가 많이 팔리고 있으며, K7 역시 적지 않게 팔리는 편이다. 물론 소형 SUV인 셀토스 역시 잘나가는 모델이다. 한편 쌍용차는 코란도나 렉스턴의 판매량이 꽤 저조한 편이다. 다행히 렉스턴 스포츠가 많이 판매되어서 그나마 쌍용차가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

신차 경쟁력이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하다
위 항목과 이어지는 것으로 쌍용차의 신차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티볼리가 흥행하자 다른 제조사 역시 소형 SUV를 선보였다. 특히 2019년 기아차에서 선보인 셀토스는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티볼리의 수요를 빼앗아 왔다.

티볼리도 이후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베리 뉴 티볼리를 출시했지만 문제는 코란도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티볼리 에어를 단종시킨 것이다. 티볼리 에어는 셀토스보다 크기가 크고 짐칸이 넓은 데다 가격도 조금 더 저렴해 충분히 셀토스와 경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쉽다. 단종 1년이 지난 작년 10월, 티볼리 에어를 페이스리프트 해 재출시했으나 이미 늦었다.

쌍용차가 3,5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코란도의 경우 쌍용차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코란도는 쌍용차에 있어서 상징이라고 할 만한 차량인데, 티볼리와 비슷한 디자인을 적용해 논란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코란도는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끝물 모델인 투싼과 스포티지에 판매량이 밀리는 굴욕을 당했다.

게다가 작년에 출시된 신형 투싼은 크기가 대폭 커지고 상품성이 크게 향상되어 코란도를 완전히 압도했다. 그리고 셀토스나 트레일블레이저, XM3가 코란도와 비슷하게 커진 까닭에 코란도의 포지션이 상당히 애매해졌다. 소비자들은 “코란도의 헤리티지를 버린 결과다”, “이왕 판매량이 적을 것, 차라리 쌍용차가 잘하는 정통 SUV로 갔으면 기술력이라도 인정받는 등 그나마 나았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플래그십 SUV인 렉스턴은 가격 책정은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대형 SUV로 마케팅한 점 역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당시 경쟁 모델로는 모하비뿐이었는데, V6 3.0 디젤엔진을 장착했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어 모하비보다 렉스턴의 판매량이 조금이나마 더 높았다.

하지만 2018년 연말에 현대차에서 팰리세이드를 출시하자 전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가격은 렉스턴이 저렴하지만 상품성 부분에서 한참 부족했기 때문에 렉스턴을 꼭 사야 하는 이유가 사라졌고, 돈 더 주고 팰리세이드를 산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이후 모하비도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팰리세이드와 렉스턴과 완전히 차별화했다. 지난 11월, 렉스턴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상품성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판매량은 2천 대 이하다.

올해 출시될 전기차 E100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혹평이 많았던 코란도와 비슷한 디자인은 그렇다 치고 주행거리가 NEDC 기준으로 420km 정도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300km 초반 정도로 인증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전기차에 있어서 주행거리는 매우 중요한데, 현재 400km도 짧다고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300km 초반이면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신차 경쟁력이 부족하다 보니 판매량은 계속 부진할 수밖에 없고, 쌍용차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

친환경차 부족
다시 살아나도 걱정이다
친환경차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다른 제조사가 전기차를 하나둘씩 내놓는 현시점에서도 쌍용차는 시판 중인 전기차가 없다. 올해 E100 전기차를 출시하긴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경쟁력 부족으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보니 다시 살아나도 걱정이다. 현재 E100 이외 다른 친환경차 개발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친환경 시대에 쌍용차 혼자 뒤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수 판매와 마찬가지로
수출 실적도 부진하다
수출 역시 부진을 겪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1만 9,528대를 수출해 마힌드라 인수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수출 2만 대 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쌍용차의 수출 실적은 2013년 8만 1,679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4년 7만 2,011대, 2016년 5만 2,290대, 2018년 3만 4,169대, 2019년 2만 5,000대로 매년 줄었다.

쌍용차의 수출이 줄어든 데에는 전체 수출의 30%가량을 담당했던 러시아가 2014년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사실상 수출이 중단되었고 또 다른 주요 수출국이었던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수출길이 막혔다. 그 외에 유럽, 사우디, 호주, 남미 등으로 주요 수출국이 재편되었지만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에 밀려 상황이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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