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요경제)

업체에서 제조한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리콜 조치를 통해 업체가 무상으로 수리 점검을 해주거나 교환해 주는 소비자 제도를 리콜이라고 한다. 특히 자동차는 작은 결함이라도 탑승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리콜 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시행한다.

국내 역시 리콜 관련 법이 시행 중이며, 매년 수백만 대의 차량이 리콜되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정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2월 5일부터 자동차 관리법을 개정하지만 네티즌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이번에 개정되는 리콜 관련 법안에 대해 살펴본다.

이진웅 에디터

작년 리콜 대수 227만 대
4년 연속 200만 대 넘어섰다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작년 자동차 리콜 대수는 227만 대다. 국산차는 156만 대, 수입차는 71만 대가 리콜되었다. 지난 4년 연속 리콜 대수가 200만 대를 넘었다. 2017년 241만 대, 2018년 282만 대, 2019년 216만 대다.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가 2,337만 대인 점을 고려하면 2017년부터 매년 자동차 10대 중 4대 이상이 리콜 대상 차량이었던 것이다. 즉 생각보다 리콜은 꽤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KBS)
중대 결함에도 리콜이 없거나
늦장 리콜이 많았다
리콜 차량 대수가 생각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시행 중인 리콜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중대 결함에도 리콜이 없거나 늦장 리콜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스마트스트림 엔진오일 감소, 세타2 엔진 결함, 코나 일렉트릭 화재 등이 있다. 스마트스트림 엔진오일 감소는 1년 넘게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아직 리콜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세타2 엔진 결함의 경우 결함 은폐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으며, 뒤늦게 평생 보증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코나 일렉트릭 연쇄 화재는 논란이 거세지자 뒤늦게 리콜을 발표했다.
(사진=중앙일보)

리콜 요건이
명확하지 않았다
리콜 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현행 자동차관리법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법상 리콜은 ‘안전운전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 시행한다는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제조사, 소비자, 관련 부처 간 리콜 필요성 판단에 있어 심각한 견해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가령 코나 일렉트릭 화재 리콜처럼 처벌 규정에 대한 부담으로 문제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리콜을 시행할 수 있으며, 정부는 결함에 대한 피해 구제를 전적으로 제작사에 의존할 경우 리콜 조치를 소극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정확한 결함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조치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장기간 위험에 방치될 수 있다.

(사진=KBS)

결함 은폐 시
처벌이 약하다
결함 은폐 시 처벌이 약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관리법은 제작사가 결함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한 뒤 시정하고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임직원에 대한 처벌은 별개다. 늦장 리콜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해당 차종 매출액의 1%였다.

이처럼 낮은 처벌 수위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결함 은폐가 일어나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차량 결함을 인지한 뒤 5일 내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리콜 관련 법규를 위반하면 최대 1억 5천만 달러(한화 1,676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거기다가 리콜을 축소한 사실이 인정되어 추가 리콜 명령이 떨어질 경우 추가 집단소송을 당할 수 있다.

(사진=한국일보)

현대차 세타2 엔진 결함 은폐 논란 당시에 현대차 내부적으로는 미국 검찰의 수사 결과에 훨씬 더 촉각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미국 쪽이 처벌이 더 세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국내 처벌은 신경도 안 썼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국내는 벌금이 적고 결함을 은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커 부적절한 리콜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다”라며 “결함 은폐 시 기업이 물어야 하는 벌금을 1천억 원 수준으로 대폭 높이지 않는 이상 폐단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에 나왔던 자동차 리콜제도 주요 혁신 방안, 사진=서울신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처벌이 상향된다
정부는 리콜 관련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월 5일부터 자동차 관리법을 개정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다. 결함을 알면서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아 소비자 생명과 신체, 재산에 중대 손해가 발생하면 5배 내로 배상해야 한다.

과징금도 상향된다. 결함을 은폐, 축소하거나 늦장 리콜을 했을 경우 추징하는 과징금을 해당 차종 매출액 3%가 부과된다. 결함 조사 시 제조사 자료 제출이 의무화되고 특정 조건에서 제대로 제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사진=연합뉴스)

신속한 리콜 유도를 위해 정부가 제작결함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제조사가 안전기준 부적합을 확인,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50% 이내로 감경한다.

또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결함조사 과정에서 자동차 제작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결함이 있는 차량의 운행으로 화재 등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경찰청장과 협의 후 결함 차량 운행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것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제조사들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부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법에 제조사가 결함을 알면서도 시정하지 않아 중대한 손해가 발생했을 때라고 돼 있는데 이 부분을 두고 법적인 다툼을 벌일 소지가 많다”라며 “실제로 고의로 은폐했는지, 당시엔 결함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징벌을 피하기 위해 업체가 결함이 아닌 부분까지 배상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결국 과도한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 하나의 사건으로 회사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중복규제’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차 제조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규정으로 이미 도입돼 있다. 그럼에도 이번엔 상법 개정안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되면서 기존 법·제도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조선일보)

네티즌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결함의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 있는 것에 대한 개선은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은 결함을 입증할 책임이 제조사에 있지만 국내는 차량 구입 후 6개월 이내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만 제조사가 입증책임을 지고 있으며, 현실은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처벌 규정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당 차종 매출액 3%의 과징금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매출이 높은 차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차라면 과징금 역시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언제부터 언제까지 매출의 3%인지 기한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레몬법 개정도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레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었지만 이 제도를 적용받아 교환, 환불 판정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뿐이며, 그마저도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그 외에는 중재 도중 제작사와 차주 간 합의로 교환이나 환불이 이뤄진 것으로, 제도 밖에서 행해져 사실상 실효가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애초에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해결해 주면 되는 것 아닌가?”, “더 열심히 하겠다가 아닌 어떻게든 빠져나갈 생각만 한다”, “처음부터 잘했으면 이러지도 않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 권익을 향상시키는
법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동차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비자 권익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그 말인즉슨 아직 리콜과 관련된 제도적인 장치가 미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가 탑승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자동차 관리법은 소비자 권익을 향상시키는 법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품은 제조사가 만들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으로 얼마나 개선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계기로 스스로 개선되기를 바라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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