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RIC MARTINEZE)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말이란 순식간에 멀리까지 퍼져 나가므로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가히 맞는 말이다. 최근 애플과의 협약을 진행 중인 현대차에 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기아를 중심으로 협력을 하고, 몇 조 원을 투자할 것이며, 어디서 생산할 것일지 다 정해졌다는 것이다.

전 국민의 관심 주제이기에 이와 같은 소문이 날이 갈수록 파급력을 더하는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애플과 현대차가 협력한다면, 그 시너지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애플카를 기대하는 이유도 그러한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일각에선 “다 근거 없는 소문이다”라는 반응을 더한다. 어떤 말이 맞는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애플과 현대차, 그 진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현대차와 애플
협력 계약 추진하다
요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바로 현대차와 애플카다. 최근 애플 전문 분석가인 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애플카 출시 시기가 이르면 2025년이 될 것”이라며 “첫 모델 생산 때 현대차그룹과 협업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 입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 파트너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현대차가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계획한 시기에 맞춰 새로운 자동차를 실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점을 주목한다.

(사진=맥옵저버)

최근에는 기아가
애플카 프로젝트를
맡는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인 ‘기아’를 중심으로 애플카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일부 기사에는 기아가 애플카 프로젝트를 맡을 것이고 생산은 미국에 있는 기아 조지아공장에서 이뤄진다는 소식이 실려있다. 게다가 애플이 기아에 4조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라는 사뭇 구체적인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다.

더하여 기아가 생산하는 애플카 물량은 초기 연간 10만 대 수준이고 최대 40만 대 규모까지 확대 가능하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꽤 구체적인 기사 내용에 혹하는 소비자가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실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한다. 현대차의 공식 입장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ubergizmo.com)

사실 결정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기사에서는 거의 모든 협약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고, 업계 안팎에선 애플카 협력업체로 현대차그룹을 유력하게 보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작 당사자인 현대차는 초기 단계라 결정된 게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기아 측은 애플카 생산 정식 계약설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자율 주행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다수 해외 기업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애플과는 결정된 바 없다“라는 입장까지 더하며 입장을 공고히 했다.

그렇다면 왜 벌써부터
사람들은 기아가 애플카를
맡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기아가 애플카를 전담할 것이라는 추측에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있다. 먼저, 현대차는 제네시스 등 독자 브랜드의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기에 애플 브랜드로 전기차를 위탁 생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그리고 기아가 현대차보다 더 빠른 전기차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는 2019년 말 ‘탈 내연기관’ 계획을 수립했고 2025년 전기차를 연 50만 대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정의선 회장도 기아에 애정을 갖고 기아를 ‘전기차’ 혁신 기수로 밀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약 애플카를 현대차그룹이 맡게 된다면 기아가 전담할 것이라는 추측이 더해지는 것도 어느정도 합리적인 추측이 될 성싶다.

미래 전기차 시장
선점과 주도권 확보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전망치는 687만 8,000대다. 이는 지난해 판매 전망치인 480만 대 보다 약 43% 늘어난 규모다. 또한, 이들은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1%씩 성장해 2030년에 4,000만 대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만약 현대차가 애플과 실제로 협력해서 애플카를 제조하게 된다면, 미래 전기차 시장 선점과 주도권 확보와 관련해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현대차는 자동차의 비중을 50%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로보틱스나 개인 비행체 등 미래지향적 분야로 이동하려는 계획이 있다. 따라서 애플과의 협업에서 이를 실현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더해지고 있다.

애플의 충성고객에 의해
현대차 이미지 달라질까?
대규모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과의 협업은 현대차와 자국민에게 꽤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런 상징적 측면이 현대차그룹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록 지금은 전기차에 관한 결함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애플카 제품 완성도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 대한 이미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한 마디로 이번 협약이 체결된다면, 혁신과 브랜드 명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를 이길
가능성이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 세계에 전기차 13만 대를 판매해 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1위는 테슬라, 2위는 폭스바겐에 이어 3위는 르노닛산미쓰비시가 차지했다.

한 자동차 학과 교수는 “애플은 테슬라가 두려워할 정도의 회사이며, 만약 현대차가 애플과 협력할 수 있다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지금으로서는 현대차가 테슬라를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이 많지만, “애플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라는 반응이 더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협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쇳물부터 자동차 조립까지 일관 생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과연 애플과 쉽게 섞일 수 있겠느냐는 분석 때문이다. 애플은 보통 생산을 외부에 맡기는 ‘팹리스’ 원칙을 고수한다. 이에 디자인부터 부품 설계까지 주도하려는 애플의 깐깐한 요구를 자존심 강한 현대차그룹이 수용하기 힘들 것이란 반응이 많다.

한편 일각에선 아이폰처럼 애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제품을 현대차가 하청 생산하는 게 아닌, 현대차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애플의 운영체제와 칩을 탑재하는 ‘파워드 바이 애플’ 혹은 ‘애플 인사이드’ 형태의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들려온다. 결국 양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 될 듯하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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