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stagram)

길에서 아기를 만나면 습관처럼 하는 놀이가 있다. 바로 “까꿍 놀이”다. 대상 영속성이 없는 아기는 손 뒤에 얼굴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해 까꿍 놀이를 할 때마다 자지러지게 웃곤 한다.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금방 들킬, 뻔하고 얕은 속임수.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최근 각종 매체는 제네시스가 북미 시장에서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심지어는 “렉서스를 따라잡았다”라는 말까지 붙여서 말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기뻐하기보다는 외려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냐”라며 불만을 제기한다. 무슨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제네시스 북미 시장 흥행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제네시스 미국에서
성장률이 돋보인다
자그마치 101.1%, 제네시스가 지난달 미국에서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다. 제네시스는 GV80 등 신차 라인업을 앞세워 1년 만에 판매량이 배 이상 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와 기아가 해외에서 SUV를 중심으로 ‘양적 성장’은 물론 고급차 전략을 통한 ‘질적 성장’까지 이룰 것”이라는 평가를 더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달 미국에서 2,814대를 판매했다. 1년 전에 1,399대였는데 약 두 배로 는 것이다. 제네시스의 급성장은 지난해 말 출시된 GV80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11월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GV80은 올 1월에만 1,512대가 판매됐다. 이는 곧 제네시스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판매량이다.

GV80은 옵션까지 더하면 미국에서 최고 7만 1,350달러, 즉 한화로 약 8,000만 원에 팔린다.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품질 덕분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실제로 한 미국 품질조사 기관에서 밝힌 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제네시스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프리미엄 브랜드 1위 자리를 차지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내구품질조사에서 ‘품질의 대명사’로 불리는 렉서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제네시스가 100% 넘게 성장할 동안 도요타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판매량은 0.1% 느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에 몇몇 매체는 “제네시스가 렉서스 따라잡았다”라는 내용을 실은 기사도 발행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다수 소비자는 이 소식에 코웃음을 친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는 “뻔한 방식이고, 레퍼토리다”라는 반응까지 보인다. 이 소식에 정작 중요한 게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게 도대체 무엇일까?

정작 중요한 건 판매량
실제 미국 판매량 분석해보니…
소비자가 말한 제일 중요한 정보는 ‘판매 대수’다. 판매량 증감률이 산출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예컨대, 10대가 팔리다가 20대가 팔리면 “2배가 늘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1,000대가 팔리다가 1,001대가 팔리면 “고작 0.1% 늘어났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판매량 증감률을 강조하며 “제네시스가 렉서스를 따라잡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신빙성이 없는 말이 되겠다. 그렇다면 실제 판매량은 어땠을까? 지난 1월, 미국에서 렉서스 브랜드는 1만 9641대, 제네시스 브랜드는 2,814대를 팔았다. 결과적으로 100%로는 어림도 없고, 앞으로 400% 넘게 증가해도 렉서스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이 현대차한테
오히려 독이 되는 이유
제네시스가 성장한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소비자는 더 이상 예전의 소비자가 아니다.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않았던 아주 오래전에는 통하는 수법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인터넷의 엄청난 발전으로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2021년, 이런 첨단 기술 시대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좋은 점만 부각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소비자는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일본 브랜드와 비교해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장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관련 기사가 수두룩하다.

“좋은 일이긴 하네”
“소비자를 바보로 아냐?”
이번에는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자. 일부 네티즌은 “판매량 증감은 기분 좋은 일이긴 하네”,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좀 더 노력해서 일본 브랜드 이기자”라며 제네시스에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소비자를 바보로 아냐”, “숫자 장난치지 말아라”, “의도적으로 마케팅을 위해 판매 대수는 빼고 판매 증감률만 알려주는 것 아니냐”라며 정작 중요한 정보는 제하는 모습에 반발심을 드러냈다. 항간에선 “렉서스는 더 오를 곳이 없어서 제자리인 거겠지”라며 이미 저명한 북미에서의 렉서스 인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자극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분명 필요하다. 특히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필수불가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좋은 이미지를 위해 정보를 걸러내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다. 소비자들이 분노한 까닭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만약 판매 대수도 밝히고 판매량 증감률도 함께 밝혔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에 기반한 공정한 판단이 가능했을 것이다. 판매 대수가 생각보다 낮아 실망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이를 밝히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이를 밝혀냈을 때와 애초에 기반에 두고 정보를 전달했을 때 반응은 다르지 않을까? 양심적인 홍보가 필요한 때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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