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구매할 수 없는 건 맞습니다” 근처에 있는 벤츠 전시장에 직접 전화해 E클래스 디젤 모델 구매 가능 여부를 물어보니 듣게 된 말이다. 평소 같았으면 “입항되는 물량이 부족하여 당장 출고는 어렵고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라는 말이 들려왔겠지만, 이번엔 아예 출고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이다.

E클래스 뿐만이 아니었다. 벤츠 코리아가 판매하는 모든 디젤 차종은 당분간 신차로 구매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벤츠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이라는 소식에 많은 소비자들은 “무슨 문제가 생긴 거 아니냐”, “다음 주에 차 출고 받기로 했는데 큰일 났다”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돌연 출고 중단 사태를 맞이한 벤츠 디젤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지난 6일부터 모든 벤츠
디젤차 판매가 중단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판매하는 거의 모든 디젤차 판매가 돌연 중단됐다. 지난 5일 벤츠 코리아는 국내에 판매하는 디젤 라인업 출고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공식 딜러사들에 통보했다. 이에 딜러사들은 6일부터 디젤 모델 출고 정지에 돌입한 상황.

출고 중단된 모델들을 살펴보면 사실상 벤츠가 판매하는 모든 디젤차라고 할 수 있다. 리스트를 보니 A200d, C220d, CLS300d, CLS400d, E220d, GLB 220d, GLC 220d, GLE 300d, GLS 400d, S350d, S400d 정도다. 특히 가장 이들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신형 E클래스 디젤 모델의 출고 중단 소식은 차를 구매하고 기다리는 대기자들 입장에선 충격적인 소식이다.

코리아가 아닌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이라 화제다
이번 출고정지 사태는 코리아가 아닌 독일 벤츠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이라는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벤츠 코리아가 각 딜러사에 통보한 전문을 살펴보면 “독일 본사로부터 하기 모델 중 일부 차량에 대하여 판매 보류 요청을 받아 안내드린다. 해당 차량에 대하여 현시점부터 리테일/등록 보류해 주시기 요청드리며, 판매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확인되는 즉시 안내드리도록 하겠다”였다.

전문에서 알 수 있듯이 급작스레 본사의 요청으로 인해 판매가 중단된 것이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이미 국내 인증이 끝난 모델들도 모두 판매를 중단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출고를 중단시키는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판매 중단 이유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심화되는 중
그간 벤츠는 다양한 이유로 잠시 판매가 중단된 적이 존재했었기에 이번 역시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론 일시적인 출고 중단 사태를 맞이할 시, 왜 판매가 중단된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공지가 이어진다.

일반적으론 입항 물량이 유동적이지 못해 당월 출고가 가능한 차가 아예 없는 상황이거나, 국내에 입항된 차량들에 문제가 발견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엔 출고가 중단되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음과 동시에, 판매 중인 거의 모든 차가 발이 묶였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차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냐”, “저번처럼 배출가스 조작 사태 걸린 거 아니냐”라는 분위기다.

“이번엔 정말 큰일 난 거 같은데…”
벤츠 관계자의 증언
해당 내용으로 관련 보도가 나왔지만, 여전히 출고가 중단된 이유는 알 수 없어 벤츠 관계자에게 내용을 문의해봤다. 관계자에 따르면 “차종 무관 모든 디젤 모델 출고가 보류된 상태다”라며 “정확한 사유에 대해 아직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거 같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이어 그는 “곧 사유가 공개될 예정이지만, 본사 차원에서 급작스럽게 출고를 중단시킬 정도면 인증 관련 이슈는 아니고 무언가 차에 큰 문제가 생긴 거 같다”라고 언급했다. “지난번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혹시 연관이 있을 수 있느냐”라는 질문엔 “아직 확인된 바가 없어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현재로썬 배출가스 관련 문제라고 예상해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배출가스 때문이라면 큰일 난 거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미 독일에선
배출가스 인증 문제로
과태료 1조 원을 낸 이력이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벤츠 디젤 출고 중단 사태를 두고 “배출가스 조작이 들통난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미 벤츠는 지난 2019년, 독일에서 디젤 배기가스 조작과 관리 감독 의무를 태만하였다는 이유로 무려 8억 7천만 유로의 벌금을 낸 이력이 존재한다. 한화로는 약 1조 1,440억 원 규모다.

당시 조사에 나선 독일 검찰은 “다임러그룹이 2008년부터 배출가스 기준치를 초과한 디젤 승용차 68만 여대를 판매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그룹은 “사건을 빠르게 종결시키고 이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라는 입장이었다. 작년엔 한국에서도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한 혐의가 들통나 과징금 776억 원을 청구했다. 벤츠 코리아는 당시 환경부에 불복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태료 부가 소송에
보복성 판매 중단이라는 이야기도
일각에선 벤츠가 과태료 부가 소송에 불복한 것에 대한 보복성 판매 중단이 이뤄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임러 그룹이 독일 검찰에 지불한 벌금과는 별개로,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의 행정명령에 대해서는 불복했다. 또한 벌금에 대한 행정명령 역시 최종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

당시 배출가스 조작으로 문제가 됐던 차량들은 이미 2018년 5월 생산이 중단된 단종 차량들이었기 때문에 인증을 취소한다고 해도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보복성으로 현재 판매하고 있는 디젤차 판매를 중단시킨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본사 차원에서 먼저 차량에 문제를 감지하여 판매를 중단시킨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더 실린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는 벤츠에겐
더 없는 악재일 수밖에
만약, 출고 중단된 디젤 벤츠들이 이번에도 배출가스 관련 소프트웨어를 조작했거나, 이와 관련된 문제에 연루되어 있다면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벤츠에겐 배출가스 조작 타이틀은 더 없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2015년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 폭스바겐은 오랫동안 조작 회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는 걸 생각하면 벤츠에겐 매우 치명적이다. 그간 운동성능이나 옵션 같은 부분들이 라이벌 모델 대비 뒤떨어진다는 평가에도 브랜드 가치 때문에 벤츠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수입차 판매량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벤츠 코리아에 과징금 776억 원을 부과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 사건이 디젤 게이트에 연루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실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배출가스 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벤츠 판매량은 끄떡없었다. 2021년 1월 역시 수입차 판매량 1위는 벤츠가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모든 디젤차에 해당함에 따라 지난번과는 다른 차원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금 당장 판매하고 있는 차량들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에 판매 중지 및 인증 취소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방금 언급한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생길 수 있다. 만년 1위를 유지하던 벤츠에게 암흑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BMW, 아우디, 제네시스는
판매량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이러한 논란이 터지는 시점에 BMW나 아우디는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E세그먼트 세단 영역에선 E클래스만큼 강한 수입차가 없는 만큼 BMW는 5시리즈를, 아우디는 A6를, 제네시스는 G80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찬스다.

이미지로 먹고살아야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혐의는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때보다도 벤츠의 공식 입장 표명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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