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중엔, 명령 체계를 고집하다 소대가 몰살당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긴박한 상황에 닥쳤을 경우, 먼저 행동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선 행동 후 보고 방식이 장려되기도 했다. 이처럼 형편이나 경우에 따라 신축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우리는 융통성이라고 부른다. 원칙과 이상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고집한다면 집단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GM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7년간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 악화를 겪고 있음에도, 고용부에선 원칙을 내세우며 무리한 시정 요구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차라리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게 낫겠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한국GM의 경영난과 고용부의 고용 시정 명령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국내 자동차 제조사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해외 근로자보다 높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해외보다 높다. 대표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평균 연봉은 9,584만 원에 달하며, 기아는 8,637만 원 정도이다. 이는 독일보다 높은 수준으로, BMW의 평균 연봉은 7,600만 원, 벤츠가 6,500만 원 수준이다.

중견 제조사인 르노 삼성과 한국GM은 상대적으로 낮다. 르노 삼성의 경우 평균 연봉은 5,805만 원, 한국GM의 평균 연봉은 5,832만 원 정도이다. 하지만 잦은 파업과 경직된 생산 구조로 인해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저조한 편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는 르노 삼성과 한국GM도 생산율 대비 임금은 해외 대비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하도급 업체를 이용한다
이처럼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제조사는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다. 하청 업체 도급제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는 설비 비용이나 인력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직접 부품을 제작하기보단, 하청업체와 협약을 맺고 부품을 수급 받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필요 부품을 위탁 중소기업에 요청하면, 관련 설비를 갖추고 있는 중소 기업에서 공장으로 부품을 넘기는 방식이다. 더불어 하도급 업체의 직원이 도급직으로 원청 업체의 공장에서 근무하는 방식도 자주 사용된다. 이 경우, 도급직은 원청업체의 직속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업무 지시는 받지 않으며, 원청업체의 요구에 따라 할당된 업무를 소속 하청 업체에게 전달받아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한국GM이 도급직
채용 문제와 관련하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상당한 수준이다. 때문에 제조사들은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앞서 설명한 도급제 방식을 활용하여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 한국GM도 마찬가지로 하도급 제도를 통해 공장을 운영하며 인력을 충당해왔다.

지난 2012년, 한국GM은 고용부와 “사내 하도급 서포터즈 협약”을 채결하며 도급제 운영 우수 사례로 평가되기도 했다. 더불어 2013년 2월, 2018년 1월 특별 근로 감독 당시에도 도급직 운영에 대한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사내에서 근무하는 하도급 업체 도급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사법부의 압박이 전해지고 있어 한국GM이 곤란을 겪고 있다.

현재 한국GM에서 근무 중인
하도급 업체 직원 수는
전체 직원의 20%에 달한다
지난 2018년 5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제너럴 모터스 본사로부터 7조 7천억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받은 직후, 고용부에선 돌연 한국GM의 도급직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GM 창원, 부평, 군산 공장에서 근무하던 하도급 업체 도급 직원들을 불법 파견으로 본 것이다.

이에 고용부는 약 1,800여 명의 공장 근로 도급직에 대한 직접 고용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는 한국GM 전체 근로자의 약 15~20% 수준이었다. 이에 한국GM은 하도급 업체와의 협약 등을 근거로 항소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더불어 작년 9월에는 부평, 군산 공장의 도급직 945명에 대한 직접 고용 시정 명령을 내리고, 약 95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GM은 과태료 납부나 명령 이행 없이 해당 처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에도 전체 직원 20% 수준에 달하는 하도급 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고용부의 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가 부과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한국GM은 하도급 법에 의거하여 도급직을 운영했다며 항소했고, 현재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은 7년째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과거 두 번의 패소에 이어 이번에도 법원이 고용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한국GM의 경영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GM은 경영 악화로 인해 2018년 3월, 군산 공장을 폐쇄했다. 더불어 경영난 극복을 위해 3,000여 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본사와 산업은행으로부터 총 8조 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에도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거나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판매량 증가로 인해 7년 만에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전해졌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기대가 좌절되기도 했다. 여기에 과태료와 함께 고용 시정 명령까지 맞물린다면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를 죽일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먼저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고용부의 처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이러다 기업이 국내에서 철수해야 정신 차린다”, “정부가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을 쥐고 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회사를 죽이려는 잘못된 생각이다” 등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더불어 중견 제조사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자동차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끼리 등급을 나누는 비정규직, 도급직 제도는 없어져야 할 병폐”라며 고용부의 시정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선
중견 제조사의 성장이 시급하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규모 인력을 갑작스럽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더군다나 경영 악화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부담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중견 3대 제조사의 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중견 제조사들은 기업 회생 절차, 서바이벌 플랜 등을 진행하며 난항 겪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고용 압박까지 더해진다면, 중견 제조사들의 성장이 지금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이고, 자동차 시장의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원칙보다 융통성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물론 적법한 테두리 안에서 말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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