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남자카페 ‘김민재’님 제보)

“언제 밥 한 끼 해야지”, “얼굴이나 한 번 보자” 등 기약 없이 인사치레로 전하는 말을 우리는 “K-약속”이라고 부른다. 엄밀히 따지면 거짓말이지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기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언제 밥 한 번 먹어야지”라는 말과 함께 그때 사용할 밥값을 미리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상종 못할 사람이라고 욕을 하며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버릴 것이다.

최근 쌍용차를 인수할 기업으로 점쳐지고 있는 HAAH의 발언이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에게 지원을 요구하며 한 말이 “K-약속”처럼 기약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해당 발언을 망언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마저 생기고 있다는데, 과연 어떤 말이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추가 지원을 요구한 HAAH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12년 만에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는 지난 15분기 동안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12월, 국내외 금융 기관으로부터 빌린 1,650억 원의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결국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계속되는 경영난 속에 이미 모기업인 마힌드라 그룹까지 등을 돌린 상황이라, 이를 타개하기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부품 조달 관련 문제로 평택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며, 24일로 예정된 재개일 또한 지켜질지 미지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자동차는 해결책으로 P 플랜을 염두에 두고 있다.

P 플랜의 성사는
투자 자금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
이번 P플랜의 성사 여부는 기간 내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려있다. 이에 쌍용차는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함과 동시에 새로운 투자자 물색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의 지원 요청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신중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과거 한국GM에 대한 자금 지원 직후, 노조 파업이 진행되어 결국 군산 공장이 폐쇄되었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쌍용차를 가져갈 새로운 투자자가 언급되면서 쌍용차에게 서광이 비치는 듯했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국내에 전해지면서, 이내 그 빛도 꺼져버렸다.

새로운 투자자로 언급된
HAAH 오토모티브 홀딩스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으로 점쳐지고 있는 HAAH 오토모티브 홀딩스는 미국의 완성차 딜러 업체이다. 작년 8월부터 쌍용차 인수를 두고 마힌드라 그룹과 협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쌍용차를 수렁에서 건져올릴 기업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HAAH의 연 매출이 20억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 HAAH의 자본 규모가 1조 6천억에 달하는 쌍용차의 부채를 감당하기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HAAH 기업이 뱉은 한 마디 때문에 또 한 번 세간이 시끄러워지고 있다.

HAAH가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북미 시장 가능성 때문이다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여 헐값에 내던져진 쌍용차를 선뜻 가져가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경영을 정상화시킬만한 경쟁력 있는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내연 기관 자동차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꾸준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연속되는 적자에 이를 타개할 방법마저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모기업인 마힌드라까지 등을 돌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HAAH가 쌍용차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쌍용자동차의 미국 시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 자동차 시장의 선호 모델은 쌍용자동차의 주력 모델인 픽업트럭, SUV이다.

이미 쌍용자동차의 오프로드 성능은 증명되었으며, 완성차 제조 기술도 확보된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만 잡힌다면, 꾸준히 준수한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HAAH 내부적으로도 해당 내용에 대한 회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2년 뒤엔 연 10만 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지만 이미 세간에 알려진 대로 HAAH의 자본금은 쌍용자동차를 수렁에서 끌어올리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에 HAAH는 산업은행 측에 자본 지원을 요청하면서 “쌍용차는 미국 시장에서 연간 10만 대 이상 팔릴 것이다”, “2년만 시간을 벌어달라”라는 말을 함께 전했다.

미국에서 신차를 팔기 위한 사전 허가 절차와 딜러망을 확보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대략 2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 동안 약 5,000억 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HAAH에선 절반의 자금은 외부 투자자를 통해 끌어올 테니, 나머지 절반을 산업은행 측에서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멍가게가 대형 마트를
인수하겠다고?”
비관적인 네티즌 반응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반감을 드러냈다. 15분기 이상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는 입장이다. “기업 인수에 국민 혈세를 이용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도 상당한 수준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었던 반응은,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의 조치를 시행한 이후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더불어 HAAH 그룹에 대해서도 불신을 나타냈다. “쌍용차에 비해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은 HAAH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연 매출 20억으로 뭘 할 수 있겠냐?” 등, 회생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구체적인 회생 방안을 통해
K-약속이 성공적인
비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이미 쌍용차는 티볼리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줘 왔다. 구체적인 회생 방안 없이 지원만 계속되는 상황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부정적으로 돌아선 여론을 다시 되돌리고, 투자 자금을 성공적으로 모아 P 플랜을 성사시키려면, 구체적인 회생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이를 통해 HAAH가 주장한 미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K-약속이 아닌 성공적인 비전이 될 수 있길 기원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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