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가 공개되자 가장 주목받은 것은 가격도, 옵션도 아닌 주행거리였다. 출시전 “배터리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500km를 넘을 것”이라 자신했던 현대차였기에, 예상보다 짧은 주행거리를 확인한 많은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물론, 그럼에도 흥행가도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 보인다.

주행거리가 예상치 보다 짧게 설정된 이유로 다양한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업계 전문가들과 많은 소비자들은 아이오닉 5에 최초로 적용된 이 기술 하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테슬라도 적용하지 못했다는 신기술을 탑재한 아이오닉 5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예상보다 짧은 주행거리에도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하는
판매 시작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 아이오닉 5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사전계약 대수로 이미 올해 목표 판매치를 훌쩍 넘겼으며, 2018년 팰리세이드 사태 때처럼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예비 소비자들이 얼마나 아이오닉 5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최초의 신차 아이오닉 5를 공개하며 새로운 기능 하나를 소개했다.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 (Vehicle To Load) 기능이 그것이다.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V2L 기능이 고객에게 새로운 전동화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요소이자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서 전기차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V2L 기능
자동차를 하나의
보조배터리처럼 사용할 수 있어
V2L 기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쉽게 한마디로 풀어서 설명하자면 자동차를 하나의 보조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높은 최대 3.6kW의 소비전력을 제공해 야외활동이나 캠핑 장소 등 다양한 외부 환경에서도 가전제품, 전자기기 등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전기차 배터리를 비상시 가정용 전원으로 활용하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두고 “미래 에너지 생활을 미리 맛볼 수 있는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자동차가 운송수단으로써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나의 큰 보조배터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테슬라도 못했는데 자랑스럽다”
“잡기술에 불과해”
크게 엇갈린 네티즌들 반응
현대차가 마케팅 요소로 내세운 V2L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다만 이에 대한 의견은 크게 갈렸는데, “현대차가 드디어 세계 최초 신기술을 탑재했다”, “테슬라도 넣지 못한 V2L 기능을 현대차가 먼저 넣어 자랑스럽다”, “곧 전국 캠핑 성지에 아이오닉 5가 흔하게 보이겠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잡기술에 불과하다”, “배터리 수명 단축시키는 주범이다”, “이 기술 때문에 주행거리가 줄어든 거 아니냐”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다수 존재했다. 특히 현대차가 아이오닉 5에 적용한 신기술이라는 데에는 “화재 위험 가능성 때문에 테슬라가 적용 못한 건데 코나 화재로 곤욕을 치른 현대차가 이 기술을 선보였다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라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도 존재했다.

보조 장치에 불과한
V2L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
해당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찌 보면 보조 장치에 불과한 V2L 기술은 분명 순수 전기차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캠핑을 자주 다녀본 소비자들이라면 내연기관 자동차나 전기차 모두 그동안은 인버터나 별도의 발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전기를 활용했으나 V2L 기능을 활용하면 거추장스러운 보조 장비 없이 자동차 하나만으로도 전자제품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캠핑족들이 특히 아이오닉 5에 탑재된 V2L 기능에 주목하는듯하다. 실제로 V2L로 3.6kW에 달하는 전력을 끌어다 쓸 수 있으니 이 정도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700W 짜리 전자레인지 4개를 무난하게 한 번에 돌릴 수 있는 수준이다. 조금 무리하자면 2,000W 짜리 인덕션도 사용 가능하다. 노트북 배터리를 충전 단자에 물리고 드라이기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전력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 될 수 있어
자동차 스스로 전력을 확보하여 일상생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V2L 기술이 더 널리 보급되어 모든 전기차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자동차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자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자동차가 전자제품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굳이 캠핑을 즐기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220V 콘센트를 사용하여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메리트가 존재한다. 현대차는 차가 달릴 수 있는 전력을 남겨놓기 위해 배터리 최대 용량의 70% 정도만 V2L로 사용할 수 있게 설정해 놓았다. 롱레인지 모델 기준으로는 소비전력 40W 노트북을 1270시간 사용할 수 있다. 2,000W짜리 전기 히터는 25시간 동안 사용 가능하다. 참고로 아이오닉 5에 적용된 V2L 기능은 외부 전원은 기본 사양으로, 실내 V2L은 커스터마이징 옵션으로 제공된다.

V2L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배터리 사용 용량을
현저히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
그러나 V2L이 결국 현대차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특히 주행거리나 화재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는데, V2L 기능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행거리를 보수적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배터리팩 풀 충전 대비 사용 가능 에너지를 백분율로 표시한 것을 SOC(state of charge)로 부르는데, 화재 논란이 불거진 코나 일렉트릭의 SOC는 무려 97%에 달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안전마진을 거의 두지 않고 무리하게 사용한 것이 화재 원인이 되었다”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러나 아이오닉 5는 SOC를 이보다 한참 아래인 90%나 그 이하로 세팅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V2L 기능을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배터리팩의 안정화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화재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미 과거에도 V2L 기능을 양산차에 탑재할 것이라고 공표했으나 결국 아직까지도 양산차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다. 닛산은 2018년 해당 기술을 전기차 리프에 적용하여 “지진 등 재해로 전기가 끊겼을 때 유용하다”라고 홍보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기술의 개념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되어 온 것이다. 그들이 V2L 기능을 차에 제대로 접목하지 못한 이유는 화재 위험성 때문이다.

테슬라는 사이버 트럭과 모델 3에 해당 기능을 적용할 것이라 언급했었지만 결국 배터리 화재 위험성 때문에 해당 기능을 적용하지 않았다. V2L 기술을 양산형 전기차에 최초로 접목한 현대차역시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며, 그만큼 기술적으로 이를 잘 보완하여 출시했을 것이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배터리 안전마진을 키울 수밖에 없다. 주행거리는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선 신기술을
탑재한 사실만 놓고 판단해야
이후 벌어질 일들을 지켜보자
그렇기 때문에 V2L 기능을 탑재해서 아이오닉 5 주행거리가 500km를 넘지 못했다는 이야기들도 자주 들려온다. 여기에 더불어 안 그래도 전기차 화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현대차인 만큼 안전 설정치보다도 충전 최대 가능 허용치를 낮게 설정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아이오닉 5는 코나 일렉트릭에 적용된 배터리보다 니켈 함량이 높은 최신형 배터리를 사용하였으며, 용량 역시 더 높음에도 큰 차이가 없는 주행거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V2L 기술의 안정성을 두고 왈가왈부할 단계는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모두 V2L 기술이 왜 그간 양산차에 적용되지 못했는지 모두 알고 있으며, 현대차가 이런 부분들을 기술적으로 잘 보완해서 출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들의 우려대로 해당 기능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거나 다른 문제가 추후 발생한다면, 그때 해당 문제를 다시 논해도 늦지 않겠다. 만약 V2L 기능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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