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거듭할 때마다, 그 해의 가장 뜨거운 이슈나 사람들의 인식을 나타내는 대표 키워드가 달라진다. 전례 없는 전염병으로 생활의 모습이 180도 바뀌었던 2020년의 대표 키워드가 코로나19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2019년의 대표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불매운동이다. 2019년엔 일본의 무역 제제에 대한 반발로, 대한민국에 불매 운동의 열기가 뜨겁게 불어닥쳤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불매 운동에도 자신만만했던 일본 브랜드들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는 여파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판매량이 회복되지 않았음은 물론, 최근에는 일본차 주력 모델에 대한 정부의 “한 규제” 소식까지 전해지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정부의 저공해차 규제와 일본의 하이브리드 차량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사진=로이터 연합)

2019년의 대표 화두,
일본 제품 불매 운동
2019년 7월, 대한민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불매 운동의 불길이 피어올랐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보이콧이 이어진 것이다. 불매 운동의 움직임은 “No Japan”이라는 슬로건까지 붙으며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될 때에만 해도, 일본에선 관련 내용을 예능이나 개그 소재로 활용하는 등,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불매 운동의 여파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민들의 인식 속에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심각한 타격을 입은 몇몇 일본 기업들은 국내 시장 철수를 선택하기도 했다.

불매 운동은 국내 시장의
일본차 판매량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해있던 일본 브랜드들도, 불매 운동 초기 단계에는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뛰어난 품질이나 최신식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앞세운 일본차에 대한 국내 인기는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매 운동의 여파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판매량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매 운동이 시작되었던 19년 7월, 렉서스의 판매량은 전월 대비 64%나 감소했으며, 혼다는 59%, 토요타는 35%, 그리고 닛산은 17%나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다.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판매량 회복은 어려웠고,
철수를 선택하기도 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일본 브랜드들은 1,500만 원 상당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도 했지만, 불매 운동의 열기를 꺾진 못했다. 여파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년 국내 시장에서 1만 대 이상 팔리던 렉서스의 작년 판매량은 8,911대에 불과했다.

토요타 역시 연간 1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작년 판매량은 6,154대로 급감했다. 혼다의 2019년 판매량은 8,760대였으나 작년 판매량은 3,056대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닛산의 작년 판매량은 1,865대, 인피니티는 578대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이로 인한 수익 악화로 결국 2020년 12월,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일본은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에
강세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자국의 주력 모델인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을 국내에 출시하고 있다. 혼다는 작년, 주력 SUV 모델인 CR-V의 국내 출시 소식을 전하며, 기존 가솔린 1.5 모델을 대체할 2.0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국내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일본차는 1990년대부터 전기 모터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중화하는 등,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전기차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순수 전기차”이다. 테슬라를 비롯하여 벤츠, BMW, 포르쉐까지 순수 전기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대차에서 미래형 모빌리티 아이오닉5가 출시되어, 전례 없는 사전 계약 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기차가 내연 기관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주유소에 비해 충전 시설이 현저히 적으며, 과거에 비해 줄긴 했지만, 충전 시간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전기차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중간 단계에 놓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시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저공해 차량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하이브리드에 대한 국내 수요를 통해 판매량 전환을 이루려 했던 일본차 브랜드의 계획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환경부가 저공해 차량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저공해 차량은 전국 15개 공항 주차비 최대 50% 할인, 공영 주차장 주차비 50% 할인, 환경개선부담금 전액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방안은 2022년 검토를 거쳐 2023년 시행될 예정이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친환경 분류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친환경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부정적 영향을 주기엔 충분하다
해당 방안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저공해 차량 분류만 제외하는 내용일 뿐,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기존의 친환경 차량 분류는 동일하게 이어진다. 더불어, 이번 규제가 일본산 하이브리드 차량만이 아닌 전체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본차를 겨냥한 규제 조치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소식이 일본차의 난항으로 읽히는 이유는, 불매 운동으로 저조한 인식 속에서도 나름의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하이브리드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커뮤니티에 세 자리 번호판을 장착한 일본차 사진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도가 어떻든 혜택이 줄어든다는 소식은,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충분하다.

일본차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선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일본차의 하락세는 비단 국내 시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90년대, 하이브리드의 대중화를 이루며 친환경 차량의 선두주자로 달려갔던 것과 달리, 전 세계 제조사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전기차 경쟁에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제조사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선,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만연한 일본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타파, 그리고 하이브리드를 넘어선 파급력 있고 강력한 전용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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