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대한민국에서 유행했던 인터넷 용어 중에 “잉여인간”이라는 단어가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주인공 현수의 성적을 질타하던 아버지가 현수에게 했던 말이 밈처럼 퍼지게 된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철학, 문학계에서 꾸준히 사용되던 이 말은, 사회에서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남아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잉여” 취급을 받고 있는 자동차가 있다.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민차로 자리했던 과거의 영광이 무색할 정도로 누구도 찾지 않는 자동차가 된 것이다. 넘치는 재고 물량으로 골머리를 썩이다 결국, 다시 한번 공장 가동 중단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또다시 멈춰 선 아산 공장과 쏘나타의 난항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쏘나타와 K5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차량이다
흔히 쟁쟁한 두 라이벌의 경쟁을 빗대어 용과 호랑이의 싸움, 용호상박이라고 말한다. 국내 중형차 시장에도 쟁쟁한 두 차량이 수년간 용호상박을 벌여왔다. 국민차의 위상을 떨치던 쏘나타와, 스포티한 감성을 물씬 담아낸 K5가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해온 것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중형차 시장의 절대 강자는 쏘나타였다. 쏘나타가 한 해 판매량만 6만 5천 대를 기록한 반면, K5는 3만 2천 대 정도로 쏘나타 절반 정도의 판매량밖에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재작년 하반기, K5의 풀체인지 이후, 시장 판도는 180도 바뀌게 되었다.

승기를 잡은 K5,
약세를 보이는 쏘나타
2020년, K5의 전체 판매량은 7만 9천대로, 점유율만 37.6%에 달한다. 반면, 쏘나타의 판매량은 4만 8천 대에 불과했다. 1년 만에 판세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쏘나타와 K5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고 있어 주행 성능이나 편의 기능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판매량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관, 즉, 디자인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5는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차체와 스포티한 포인트 라인으로 디자인 호평을 받았지만, 쏘나타는 “메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라며 혹평 받기도 했다.

풀체인지로 판매량 급증을
예상했던 터라,
재고 물량이 쌓이게 되었다
디자인에 대한 꾸준한 혹평이 이어짐과 동시에, 풀옵션 가격이 그랜저와 겹치는 애매한 차급이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쏘나타의 판매량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쏘나타 DN8 풀체인지로 판매량 급증을 예상했던 상황인지라, 판매량 감소의 타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예상 판매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리 생산해둔 물량이 제때 팔리지 않아, 재고 물량만 7천 대에 달하게 된 것이다. 현재 쏘나타는 일부 재고 차량에 대해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한때 국민차로 불렸던 쏘나타에겐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재고 물량 관리를 위해
작년 12월, 현대차 아산 공장이
2주간 멈춰 섰다
현대차는 계속해서 쌓이는 재고 물량을 관리하기 위해, 작년 12월,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 공장의 가동을 2주간 중단하기도 했다. 작년 11월, 생산직 직원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엔진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한 것에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공장을 멈춘 것이다.

더군다나, 가동 중단 원인이 코로나19 확산 등과 같은 불가항력 때문이 아닌, 판매량 부진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소식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현대차의 굴욕”, “국민차 쏘나타의 굴욕”등의 강한 단어를 통해 해당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현대차에서
지난 8일, 아산 공장의
가동을 다시 한번 중단했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의 아산 공장이 다시 한번 멈춰 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차는 생산 중단 이유에 대해 ‘시장 수요의 감소로 기초적 생산 공급 조절을 통해 적절한 재고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선, 쏘나타의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재고 관리의 일환으로 가동 중단 조치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중단된 아산 공장의 재개는 15일로 예정되어 있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 공장은, 팰리세이드 등을 생산하는 울산 공장과 더불어 현대차의 대표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번 공장 중단 조치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는 한편, 쏘나타 판매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개선을 요구하는 네티즌들
네티즌들은 쏘나타 판매량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을 디자인 문제를 꼽았다. “LF 쏘나타에 비해 이번 디자인은 너무 별로여서 익숙해지지 않는다”, “차를 저렇게 만들고 팔릴 거라 생각했다는 게 더욱 놀랍다”, “디자인이 문제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판매량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원인 분석과 해결책 제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부진에 대한 원인 분석을 잘못 파악하니,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리가 없지”, “애매한 포지션 때려치우고 이제라도 택시 모델을 출시해야 할 것” 등의 의견을 찾아볼 수 있었다.

판매량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K5와 쏘나타는 플랫폼부터 파워트레인까지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어, 성능 상으로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중형차 시장에서 판매량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네티즌들의 반응대로 디자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국민차 타이틀을 걷어내고, “고급형 승용차”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전략도 실패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준대형급에서 그랜저가 해당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젊은 수요층마저 K5에 빼앗기게 되면서 판매량 개입이 크게 발생한 것이다.

다양한 전략을 통해
판매량 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쏘나타 재고 할인을 근거로 “조만간 7천 대의 재고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현대차의 유래없는 할인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보이고 있다. 프로모션을 따로 진행하지 않는 현대차에서,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쏘나타에 대한 이러한 소문은, 그 자체로 굴욕일 것이다.

현대차 측에선 페이스리프트 시기를 앞당기거나, 택시 모델 출시 등의 판매 전략을 활용하여 이번 판매량 부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 디자인 논란으로 급감했던 아반떼의 판매량을 디자인 변신을 통해 끌어올린 것처럼 말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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