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물리적인 거리가 심리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항상 통하는 말은 아닌 듯싶다. 적어도 ‘이 나라’와의 관계에서만큼은 거리가 마음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에 관한 이야기다.

2019년에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례로, 일본차는 한국에서 맥을 못 추리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비장의 무기, 하이브리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 계획도 뜻하지 못한 난관에 봉착해 화제다. 안 그래도 판매량이 저조한데, 사면초가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일본차와 하이브리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장인 정신에서 비롯된
세계적 수준의 인기
그간 일본차는 소비자 사이에서 “고장이 잘 안 나는 차”, “안전한 차”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 이는 일본의 장인 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제로 뭇 전문가는 일본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으로 장인 정신을 꼽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일본차의 인기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훌륭한 품질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적극 채용 등 여러 가지 장점을 내세워 독일차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렉서스 ES,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는 월 판매량 상위권에 오른 전력이 있다.

일본 불매 운동 시작
일본 브랜드들은 눈물
하지만 요즘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한국에서만큼은 일본차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산 불매운동’ 때문이다. 이 불매 운동으로 인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일본 브랜드는 설자리를 잃어가는 실정이다. 심지어 대중 브랜드인 ‘닛산’이 국내 진출 16년 만에 철수를 발표하는 등 시장 재편이 일어나기도 했다.

불매 운동은 자연스럽게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량 및 점유율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수입 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의 국내 수입차 신차 판매 중 일본차의 점유율은 5.9%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6%나 감소한 수치다.

렉서스는 판매량 증가
토요타와 혼다는 감소
1~2월 누적 기준으로 살펴봐도 지난해와 비교해 21%가 덜 팔렸다. 이는 일본 불매 운동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될 것이다. 다만 브랜드별로 자세한 성적은 상이했는데, 고급 하이브리드 브랜드 렉서스는 판매량이 외려 증가하기도 했다.

렉서스는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52.8%가 늘어나, 677대가 판매됐다. 1월과 2월을 합산한 누적 기준으로는 올해 13.8%가 늘었다. 하지만, 토요타와 혼다는 동반 10% 이상 감소했다. 토요타의 지난 2월 판매량은 414대로 전년 대비 19.1%가 줄었고, 같은 기간 혼다는 220대로 38.9%가 줄었다.

비장의 무기 하이브리드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본차의 상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모름지기 하이브리드일 것이다. 일본산 하이브리드 차는 높은 연비와 조용한 주행으로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전력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만 살펴보더라도 렉서스는 국내 판매의 약 98%가, 토요타는 약 88%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그러나 2019년부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고, 벤츠,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등장하면서 그 인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차 브랜드들은 올해 다시 한번 대표 제품 하이브리드 신차를 앞세워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계획이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저공해차에서
하이브리드가 제외된다?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토요타와 혼다는 하이브리드 신차를 출시하면서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직 현실적으로 전기차나 수소차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위주의 신차 출시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접근 방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 문제다. 환경부가 저공해차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상 ‘저공해 자동차’의 정의를 바꾸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저공해차 범위 축소
여러 혜택 못 받게 될까
실제로 환경부는 100만 원 이상 세제 혜택을 받는 산업부 ‘친환경차’ 분류는 유지할 전망이지만, 저공해차 범위를 축소해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 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 남기는 방향의 방안 검토를 논의 중이다. 2022년부터 관련 시행령을 고쳐 2023년부터 적용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저공해차 혜택으로는 전국 15개 공항 주차비 최대 50% 할인, 공영주차장 주차비 50% 할인, 환경개선부담금 전액 면제 등이 있다. 만약 일본산 하이브리드 차량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판매량 회복에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아직도 렉서스를 산다고?”
“이런 방안은 진작에…”
소비자들은 이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일단 “아직도 렉서스를 구매하는 사람이 다 있냐”, “굳이 대체품도 많은데, 일본차를 사야 했나”라며 렉서스의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것에 분노를 표하는 네티즌을 찾아볼 수 있었다.

더불어 환경부의 저공해차 범위 축소 방안에 대해선 ”이런 방안은 진작에 냈어야 했다”, ”국민 세금이 일본차 지원해 주려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잘했다”라며 방안 검토를 찬성하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아무리 반일 감정이 있다고 해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저공해 자동차가 아니면 뭐지?”라며 의문을 표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일본 불매 운동은 비단 자동차 시장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패션 업계와 코스메틱 시장만 해도 여전히 반일 감정이 뚜렷하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산을 대체할 만한 다른 상품의 리스트를 구축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향상된 품질의 상품을 선보이는 가운데, 일본산 제품의 대체품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역사가 깊고, 감정의 골이 깊은 만큼 일본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반감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신차가 적합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는, 독자들도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을 듯하다.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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