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쌓인 재고만 7천 대”, “물량 조절 실패로 공장 가동 중단”, “라이벌 K5에 판매량 밀려 굴욕” 오랫동안 국민차로 사랑받아온 현대 쏘나타가 최근 받아든 성적이다. 어딘가 빼어나게 특출난 점은 없지만 반대로 딱히 부족한 부분도 없어 36년간 장수해온 쏘나타는 역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쏘나타가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걸까? 쏘나타가 안 팔리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의견들이 존재하는데, 대다수 소비자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 때문”이라며 빠른 페이스리프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과연, 쏘나타가 안 팔리는 이유를 단순히 디자인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국민차 쏘나타가 몰락한 진짜 이유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2020년 국산 중형 세단 판매량
K5 7만 9072대
쏘나타 4만 8,067대
국민차 쏘나타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2019년 12월 기아 K5가 출시되면서 쏘나타 판매량이 점점 하락하더니 이제는 K5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판매량에 격차가 벌어졌다.

2020년 국산 중형 세단 판매량을 살펴보면 기아 K5가 7만 9,072대, 현대 쏘나타가 4만 8,067대를 판매해 단순 계산으로도 무려 3만 대 이상 차이가 난다. 몇천 대 수준이 아닌 몇만 대 차이가 났기 때문에 쏘나타의 완패다.

구형 뉴 라이즈 택시
판매량을 더해도
K5를 넘어서지 못했다
쏘나타의 굴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택시 전용 모델로 아직까지 판매되고 있는 구형 쏘나타 뉴 라이즈 판매량 1만 9,373대를 쏘나타 판매량에 더해도 K5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현대자동차 입장에선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겠다.

실제로 최근, 차가 너무 안 팔려 최근 쌓여있는 쏘나타 재고만 7,000대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는 쏘나타 재고 처리를 위해 보기 드문 5% 할인까지 진행했는데 그래도 재고 조절이 되지 않자 결국 쏘나타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네티즌들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외관 디자인을 지적했다
신형 쏘나타가 이렇게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출시 초반부터 호불호가 강하게 갈린 외관 디자인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그나마 스포티함을 살린 센슈어스는 봐줄만해도 주력 모델인 “2.0 가솔린 모델의 전면부 디자인은 도저히 눈뜨고 못 봐줄 정도”라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실제로 쏘나타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기사에도 “외관 디자인이 저러니 차가 안 팔리지”, “옆집 K5는 이쁘게 잘 나와서 승승장구하는데 쏘나타는 왜 저렇게 생겼냐”, “메기 디자인의 몰락”, “디자인이 모든 걸 망쳤다”라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RV SUV가 유행해서 그렇다?
그랜저는 제일 잘 팔렸다
정말 쏘나타 판매량이 줄어든 이유가 단순히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디자인 때문일까?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면 일각에선 “RV와 SUV가 유행해서 세단 판매량이 줄었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실제로 작년 국산 승용차 판매량 TOP 10을 살펴보면 SUV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기아 신형 쏘렌토는 7만 6,882대나 판매되었고, 현대 팰리세이드도 6만 3,407대나 판매됐다. 기아 셀토스는 4만 9,481대 판매되어 4만 8,067대를 판매한 쏘나타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RV와 SUV가 유행해서 세단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같은 세단인 그랜저는 14만 4,188대나 팔리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현대 아반떼 역시 7만 8,187대를 판매하며 3위를 기록했다.

대형차 트렌드에 밀렸다?
기아 K5는 여전히 잘 팔려
일각에선 “요즘 큰 차를 선호하는 분위기라 대형차 트렌드에 밀린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쏘나타가 팔리지 않은 이유로 동의하긴 어렵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동급 세단인 K5도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해야 하지만 정 반대의 성적을 내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쏘나타보다 작은 아반떼 역시 국산차 판매량 3위를 기록했으니 대형차 트렌드와 쏘나타 판매량은 별다른 상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고급화 전략을 택한
택시 단종은 오히려 독이 됐다
자동차 업계에선 쏘나타 판매량이 줄어든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내세운 고급화 전략이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는 “쏘나타 브랜드 고급화”를 외치며 “신형 쏘나타는 절대 택시로 생산하지 않을 것”임을 알렸는데, 택시로 판매가 되질 않으니 종합적인 판매량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쏘나타 판매량은 택시가 절반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높았는데 택시 수요가 사라지니 자연스레 판매량은 지금 수준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신형 쏘나타의 택시 단종으로 인해 쏘나타 이미지가 고급스러워졌냐?라고 묻는다면 이에 선뜻 “그렇다”라는 대답을 하기도 애매하다. 쏘나타는 쏘나타일 뿐이기 때문이다.

2030에게도, 4050에게도
모두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애매한 상품성
그랜저가 잘 팔리는 이유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쏘나타의 상품성 자체가 너무 애매하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무난함이 매력이었던 쏘나타 수요층은 매우 폭이 넓었는데, 2030 청년 세대들은 쏘나타보다 화려하고 젊은 이미지인 K5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4050 장년층들은 쏘나타보다 그랜저가 눈에 더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쏘나타 2.0 가솔린의 중간등급인 프리미엄 패밀리에 옵션을 몇 가지 추가하다 보면 어느새 가격이 3천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그랜저 2.5 가솔린 기본 사양인 프리미엄의 가격은 3,294만 원. 당신이 4050 세대라면 옵션이 풍부한 쏘나타 중간 등급과 그랜저 기본 사양 중 어떤 차를 선택할 것인가? 쏘나타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꾸준히 지적받아온 디자인
페이스리프트로 해결할 수 있을까?
쏘나타 판매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자주 언급되는 디자인 이야기도 빼놓을 순 없겠다. 이 때문에 많은 네티즌들이 “쏘나타 판매량을 다시 일으키려면 빠른 페이스리프트가 절실하다”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연 페이스리프트로 풀체인지에 가까운 성형을 거친다고 쏘나타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까?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쏘나타의 디자인이 K5와 그랜저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을 정도로 멋있게 디자인되지 않는 이상은 어려울 것이다. 또한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올라가 그랜저와의 가격 격차가 더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 승산이 있을까? 쏘나타에 고급화 전략을 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쏘나타는 원래 비싸고 화려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가 아닌, 어디 하나 모난 곳 없이 무난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였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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