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차카페 ‘비망록’님 제보)

TV에 소개된 맛집 중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식당 일을 돕는 경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자그맣게 시작한 가게가 입소문을 타면서, 몰려드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발 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당장 손님이 들이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주방장이 근무 여건을 보장해달라며 주방을 멈춰 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가게 수익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음식을 맛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최근 현대차가 비슷한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이오닉5의 사전 계약 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데, 노사간 갈등으로 인해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까스로 양산에 대한 합의는 이뤄졌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어 다시금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아이오닉5 양산과 증산 협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지금,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내연기관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함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대의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내연 기관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세대교체가 마냥 긍정적인 전망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내연 기관이 대체됨에 따라, 수많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내연 기관에 비해 배선 라인이 비교적 단순하고 부품도 단순하다. 엔진이나 변속기처럼 손이 많이 가는 정교한 부품도 필요로 하지 않아, 내연 기관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의 수가 적다. 때문에 전기차가 지금의 내연 기관 자리를 대체할 경우, 현재 종사 중인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아이오닉5 생산에
일자리 문제로 차질이 생겼다
미래형 모빌리티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며, 대중형 전기차 시대로의 첫 발을 내디딘 현대차의 아이오닉5도 최근 이러한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생산에 필요한 노동 인력들이 오히려 라인을 막아서면서, 당장 이달 말부터 유럽 시장에 출시될 아이오닉5의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 여론이 강하게 불고 있다. 하지만 생산을 거부하고 있는 노조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전기차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전문 인력의 감축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맨 아워 책정에 대한 반발로
아이오닉5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차를 출시할 경우, 시간당 배치될 생산 인력, 맨 아워에 대한 노사 간 협상이 이뤄진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전기차의 경우 내연 기관에 비해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여,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노조 측에선 전기차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공장 내 라인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했지만, 현대차 측에선 현대모비스를 통한 외주화를 감행했다. 이는 곧, 전문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극적 합의를 이루었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노사 간 갈등이 계속되던 와중, 지난 10일 현대차 노사가 아이오닉5 생산과 관련된 맨 아워에 대한 합의를 진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울산 1공장에 배치된 일부 근로자를 다른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합의 내용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막 생산에 대한 협의가 완료되었을 뿐, 아직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이달 말부터 유럽 시장 판매가 시작될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일주일 만에 사전 계약 3만 대 이상의 계약 건수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시장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물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때 증산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아이오닉5의 증산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팰리세이드 출시 당시, 사전 계약이 3500건에 불과했음에도 제때 증산이 이뤄지지 않아 출고에 차질을 빚었던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총 2만 건의 계약이 취소되었으며 약 3만 8천 대의 차량 출고가 지연되었다.

출고 대기 기간만 8개월이 걸리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 것이다. 아이오닉5의 경우 팰리세이드보다 시장 반응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제때 증산 일정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출고 지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생산부터 노사 간 갈등으로 불협이 발생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기차 비전과 함께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
출고 지연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노조의 반발을 무작정 이기적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일자리 감축 현상도 이미 가시적으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2023년 전기차 비전을 진행하며 약 8천 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을 세웠다. 아우디 역시 9천여 명이 감축되며, BMW 그룹도 전기차 비전에 따라 최대 6천 명의 인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GM의 경우, 전 세계를 대상으로 1만 4천여 명의 인력 감축을 계획 중에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노사 간 갈등으로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에 “노조가 정신을 못 차린다”, “산업 구조가 바뀌는 걸 왜 기업 탓을 하냐”, “일자리 때문에 전기차가 반갑지 않다니, 생각이 너무 단순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 “현대차는 노조만 없었으면 벌써 테슬라보다 앞섰을 것이다”, “이게 노조인지 깡패인지 모르겠다”, “회사가 죽든 말든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 등의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꾸준히 파업 소식을 전해온 노조에 대한 반감의 표출로 보인다.

문제 해결은 필요하겠지만
지금이 적기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이오닉5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비단 국내 시장에서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의 경우, 꾸준히 국산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었으며, 월드 프리미어 생중계에 대한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로선 생산만 한다면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기존 인력의 일자리 감축 문제를 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차량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는 지금, 생산을 멈추고 일자리와 권리에 대한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시기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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