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더팩트)

흔히 계약 관계에서 대상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갑”과 “을”이라는 표현은,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를 구분하는 말로 주로 활용된다. 하지만 유독 자동차 업계에선 갑과 을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듯했다. 매일 같이 파업을 일삼는 노조의 행태와, 이에 휘둘리는 듯한 기업의 경영 행태에 비판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 노조를 향하던 비판의 화살이 현대차 경영진을 겨누기 시작했다. 성과급 문제와 더불어 경영진 연봉에 대한 이슈까지 얽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영진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노조를 전면에 내세워 분쟁을 조장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동결된 근로자들의 급여와 대폭 인상된 경영진의 연봉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자동차 업계의 꾸준한 문제,
강성 노조와 귀족 노조
국내 자동차 업계의 강성 노조, 귀족 노조 문제는 끊임없이 비판이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노사 갈등이다. 처우 개선과 연봉 인상을 이유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파업 소식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노동자의 부적절한 근무 태도가 내부 직원에 의한 현장 폭로나 공식 영상을 통해 연일 전해지면서, 이러한 인식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제조사 대비 높은 연봉에도 낮은 생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 노동자들의 행태를 분석한 자료들이 꾸준히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는 조립 불량이나 품질 결함 문제를 노동자의 부적절한 근무 태도와 연관 지어 이해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오닉5 생산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출고 지연 현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노조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노조를 향하던 비난의 화살이 돌연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 임원을 향하는 중이라고 한다. 현대차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급여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경영진과 근로자의 기형적인 임금 등락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1. 영업 이익 감소로
성과급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품질 경영을 위한 예산 책정과 더불어 실제로 코나 EV 리콜을 진행하면서 부담하게 된 리콜 비용의 여파로,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 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19년, 3조 6,05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에 반해 작년 영업 이익은 2조 3,946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감소한 것이다. 이에, 역대급 판매 기록 소식을 전하고 있음에도 리콜 비용 등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여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임직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 생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본금 150% + 격려금 120만 원”으로 타결된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한 비생산직군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과급을 일률 지급하는 현행 방식을 따를 경우, 실적이 회복된다 할지라도 구조적으로 차등 성과 보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더팩트)

2. 정의선 회장의
연봉이 15.2% 상승했다
이런 와중,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전년 대비 15%나 상승한 60억 원의 연봉을 지급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센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공시한 2020년 사업 보고서를 통해 정의선 회장의 연봉 인상폭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에서 30억 6,200만 원의 급여와 9억 4,600만 원의 성과급을, 현대모비스에서 급여 13억 4,500만 원과 상여금 6억 2,7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를 합산한 총 금액은 59억 8천만 원으로, 이는 2019년 대비 15.2%나 상승한 수준이다.

(사진=뉴스토마토)

3. 임원 연봉은 상승했지만,
직원 연봉은 8.3% 감소했다
30% 이상의 높은 연봉 인상률을 기록한 경영진은 비단 정 회장뿐만이 아니었다. 현대차 연구개발 본부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지난해 대비 43.4% 증가한 22억 7,500만 원을 받았으며, 울산 공장장 하언태 사장은 전년 대비 32.9% 증가한 10억 9,800만 원을 지급받았다.

반면, 임원을 제외한 임직원의 임금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11년 만에 동결되었다. 성과급은 기존과 같은 150%를 유지했지만, 영업 이익이 줄어든 탓에 1인당 평균 급여는 9,600만 원에서 8,800만 원으로 8.3% 감소했다.

타운홀 미팅의 답변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연봉 인상 내용이 밝혀지기 전 정의선 회장은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미팅에서 제기된 성과급 문제에 대해 정 회장은 “많이 노력한 직원이 회사에 기여한 것에 비해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답변 직후인 16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공시된 2020년 사업 보고서를 통해 연봉 인상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해당 발언에 대한 진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임원 연봉 인상 기준을 세간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건 무슨 뻔뻔함이냐?”
비판적인 네티즌 반응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어렵다고 성과급 줄여 놓고, 자기 성과급 올리는 건 무슨 뻔뻔함이냐?”, “어렵다고 직원 연봉 동결했으면 자기 연봉도 동결해야 형평성이 맞지 않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경영진이 갑인 건 어쩔 수 없다” 등의 비판 여론을 찾아볼 수 있었다.

생산직 중심으로 짜인 성과급 기준과 베일에 감춰진 임원 연봉 인상 기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었다. “차등 분배 없는 성과급 지급이 말이 되냐?”, “금속 노조의 이기심으로 협상된 성과급 기준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 “임원 연봉 인상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솔선수범의 자세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사극이나 영화에서 폭군을 묘사할 때, 백성들이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도 매일 고기반찬을 먹으며 연회를 베푸는 왕의 모습이 주로 연출되곤 한다. 유래없는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봉을 동결한 노동자들과 수억 원의 연봉을 인상한 경영진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계속되는 결함 소식과 품질 이슈 등, 잇달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차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해진 이번 급여 논란은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모쪼록 현대차가 이번 논란을 원만히 종식시켜 소비자들과 임직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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