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 업계에서 불문율처럼 전해지는 말이 있다. 바로 “1편 만한 속편이 없다”라는 말이다. 아무리 흥행을 끈 영화나 드라마라 할지라도, 속편의 경우 1편에 비해 신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시장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행보가 이와 비슷하다.

작년, 아반떼 정도의 가격으로 출시된 제타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뜨거운 시장 반응을 일으켰던 반면, 이후 출시된 모델은 제타 정도의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연유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저조한 폭스바겐의 국내 성적과 디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폭스바겐 준중형 세단
7세대 제타가 아반떼 정도의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작년 10월, 자동차 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독일의 대중 브랜드 폭스바겐이 자사의 준중형 세단 모델인 7세대 제타를 2천만 원 대로 출시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수입차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파격적인 자체 프로모션 조건까지 전면에 내세웠다.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건, 프로모션을 적용한 7세대 신형 제타의 가격이 현대차의 동급 경쟁 모델인 아반떼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제타는 발표 직후 초도 물량 3천 대가 매진되는 등 뜨거운 시장 반응을 이끌었으며, 수입차의 대중화가 시작된다는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나날이 상승하는 국산차 가격에
반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제타를 반긴 이유는 단순히 저렴한 수입차의 등장 때문만이 아니었다. 당시는 카니발, 투싼 등 현대기아차의 신형 모델이 시장에 출시되었던 때이며, 풀체인지를 거듭하며 가격을 높였다는 부분에 대해 소비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타가 2천만 원대로 출시되면서, 현대기아차가 독점하고 있는 국산차 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제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발현된 것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에선 제타를 시작으로 가격을 낮춘 자사의 승용차 라인을 국내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아후 파사트 GT, 티록 등을
연달아 출시한 폭스바겐
실제로 폭스바겐에선 제타 출시 이후 중형 세단 파사트와 고성능 퍼포먼스 소형 SUV 티록을 국내에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앞서 제타가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만큼, 뒤이은 파사트, 티록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하지만 해당 차량의 국내 출시 트림에 대한 상세 정보가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는 빠르게 식기 시작했다. 파사트와 티록 모두 가솔린 트림 없이 경유 모델로만 국내에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세간에서는 폭스바겐의 시장 전략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 출시된
디젤 모델이
재고 처리 물량이다?
먼저 제기된 의혹은, 유럽 시장에서 선호되지 않는 디젤 모델을 한국 시장에서 처리하려는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럽은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당 95g으로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디젤 차량은 제조사 입장에서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친환경 배출 가스 규제에 대한 기준이 약하기 때문에, 폭스바겐에서 수입차의 대중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디젤 차량을 처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진=아주경제)

디젤 차량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
하지만 친환경 규제가 없다고 해도, 디젤 차량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특히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과거 폭스바겐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은 자동차 선진국 독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제조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 발생한 배출 가스량 조작 사건, 이른바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 폭스바겐에 대한 인식이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순식간에 판매량이 급감하는 최악의 사태를 야기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지고의 노력 끝에, 지금의 폭스바겐은 시장 입지를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현재까지 폭스바겐 디젤 모델에 대해 불신을 보내는 소비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폭스바겐의 유일한 가솔린 모델
제타는 전체 판매량 42.2%를 차지한다
실제로 폭스바겐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가솔린 차량은 나름대로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디젤 트림은 좀처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폭스바겐 디젤 차량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티구안은 지난달 485대 판매되었으며, 이는 1월 판매량 565대 대비 80대 감소한 수치이다.

디젤 2위 모델인 아테온 역시 1월 대비 97대 감소한 251대가 판매되어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신형 디젤 차량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가운데, 유일한 가솔린 모델인 제타는 국내 폭스바겐 전체 판매량의 42.2%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디젤 차량보다 가솔린 차량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디젤이 부정적인 것은 맞지만
가격만 맞으면 상관없다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수입차의 대중화라는 포부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잇단 디젤 모델 출시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행태에 대해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승차감도 안 좋은 디젤을 왜 사는지 모르겠다”, “판매량 높이고 싶으면 가솔린 모델 가져와라”, “매연은 둘째 치고 요소수 관리에 진동 문제까지 있는 디젤은 전 세계적으로 퇴출 분위기다” 등 디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파격적이었던 제타의 가격 대비 그리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는 프로모션 전략에 대한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가격만 맞아봐라 디젤이든 가솔린이든 신경 안 쓰고 구입하지”; “할인만 많이 해주면 디젤이라도 잘 팔릴 거다”, “외제 디젤 차 처리해 주는 국내 소비자 파이팅!” 등의 비판 의견을 표현했다.

폭스바겐의 주력 모델은 디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른 수입차 제조사에서도 디젤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유독 폭스바겐에 대해서만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가솔린 모델을 배제한 채 디젤 모델만 출시하는 것에 대한 반감일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디젤 차량을 처리하려 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가중시키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환경부의 발표에 의하면, 친환경 시대로 나아가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어 배출 가스 규제 기준을 강화될 전망이다.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든, 시대적인 요인 때문이든 디젤 차량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디젤 차량을 국내 주력 모델로 보유하고 있는 폭스바겐이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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