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신뢰는 사람 간 관계에 있어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일생 동안 끊임없이 누군가와 교류하며, 신뢰는 교류의 과정을 원활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윤활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시장에 제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와의 신뢰를 강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기업과 소비자도 결국 시장 구조 안에서 교류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 제조사는 신뢰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자동차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자세를 갖춰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BMW 매장에서 전시차를 신차로 속여서 판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신뢰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졌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부산에서 벌어진 전시차 출고 사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이다
BMW는 벤츠와 더불어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클래식하고 중후한 벤츠의 매력과는 구분되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특별한 매력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맡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속출한 화재 사고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후속 처리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으며, 사회 공헌 활동에 다수 참여하는 등 이미지 회복에 심혈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작년 8월에는 E클래스의 판매량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배당 없이
국내 재투자 규모를 확대해왔다
BMW는 국내 재투자 비중이 높은 해외 기업으로 꼽힌다. 얼마 전, 자동차 업계에서 벤츠의 국내 재투자 비용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해외 기업의 시장 재투자 여부는, 해당 기업이 그 시장을 얼마나 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가장 큰 지표이다. 때문에 벤츠의 저조한 재투자 비율에 대한 소비자들이 지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 대조되어 비교되었던 브랜드가 바로 BMW이다. BMW는 지난 2017년부터 배당을 없앴으며, 국내 재투자 규모를 확대해왔다. 더불어 작년,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전 세계 최초 공개하기까지 하며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드러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BMW에 대한 국내 인식은 화재 사건 이후 서서히 회복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즉시 출고라는 말에
BMW 630i GT를 구매했지만
이는 전시 차량이었다
그런데 최근, BMW의 인식 재고에 제동이 걸릴 만한 사건이 전해졌다. BMW에서 신차로 차량을 구입했음에도, 전시 차량을 인도받았다는 소식이 세간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 A씨는 BMW 차량을 알아보던 중,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는 블로그 글을 접하고 부산에 위치한 한 BMW 전시장을 방문했다.

해당 매장에서 동일하게 신차를 즉시 출고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9천만 원 상당의 BMW 630i GT 차량을 계약했다. 하지만 출고 받은 차량의 아이보리 시트에는 검은 때가 묻어 있었으며, 차량 매뉴얼 책자의 옆면에는 진주 지역에 전시되었던 차량이라는 문구가 대놓고 적혀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차주가 항의하자 돌아오는
답변은 “몰랐다”였다
경악한 차주는 책자에 적혀 있던 진주 전시장에 연락했고, 인도받은 차량이 진주 전시장에 전시되었던 전시 차량임을 알게 되었다. 분노한 차주는 차량을 구입했던 영업 직원에게 해당 사실을 항의했지만, 직원은 “전시차인 줄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BMW 직원이 차량의 전시 여부를 몰랐다는 사실은 납득되지 않는다. 이에 항의가 계속되자, 결국 직원은 “전산상 해당 차량이 재고로 조회되어 계약을 진행했다”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차량 판매 업체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출고 차량이 전시 차량임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손님에게 고지하지 못했다”라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전시 차량과 출고용 차량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런데 관계자의 해명이 전해짐에 따라, 해당 사건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중되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관계자는 “BMW 전시장은 전시 차량과 출고 차량을 별도로 분류하지 않는다”, “때문에 진주 전시장에 전시되었던 차량임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동시에 “회사 내규상 전시 차량이라는 이유로 할인 판매하는 경우는 없다”라는 말도 덧붙였는데, 이는 지금까지 전시 차량도 신차처럼 판매해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는 다시 말해, 고객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처럼 전시 차량이 신차로 고객에게 인도되는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관계자의 해명에 네티즌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소식에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도덕을 모른다”, “전시 차량임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차량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이건 명백한 사기다”, “전시 차량은 중고로 봐야 하니, 중고 차량만큼 보상해야 한다”라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차량에 대해서 시트 교환 정도의 조치만 취해줄 수 있다는 BMW측의 입장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당연히 새차로 교환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내규 상 전시 차량이라는 이유로 할인하는 경우가 없다는데, 그러면 여태까지 전시 차량을 새차로 속여서 팔아왔다는 것이냐?”, “사기를 치고도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가 황당하다” 등의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X7 동호회)

최근 BMW X7에선
백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인식 재고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던 BMW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BMW 동호회 차주들을 중심으로 1억을 상회하는 BMW X7 신차에 장착된 가죽 시트에서 백화 현상이 동일하게 발생하는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었다.

해당 사건이 전해질 당시, 결함 발생 차량이 시작 가격만 1억을 상회하는 럭셔리 SUV, X7이라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경악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이어 이번 전시 차량 인도 소식과 함께, 지금까지 전시 차량에 할인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내용까지 전해짐에 따라, BMW의 이미지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가격에 걸맞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라는 타이틀이 갖고 있는 과거에 비해 많이 퇴색되었다. 이는 독일 브랜드의 태도가 이전과 변화했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만큼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품질이나 서비스가 좋아졌음을 시사한다. 현재 독일 프리미엄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국산차량 이용 시에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함이 퇴색된 것이다.

때문에 국내 대표 제조사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제조사들이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국산차보다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혹은 국산차보다 못한 서비스를 보여준다면 시장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으니 말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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