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선비즈,금강일보)

미국의 법률은 공고하기로 유명하다. 개인의 배경에 상관없이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사람들은 우리나라 제도의 미흡한 점을 미국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의의 나라 미국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사실을 알렸던 내부고발자에게 법령에 명시된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선 유명한 김광호 전 부장 이야기이다.

김광호 부장은 내부 고발로 해고 통보, 고소 등의 곤욕을 치렀지만, 세타2 엔진의 치명적인 결함 내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힘썼다. 그 결과,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은 현재까지 미국 법령에서 제시하고 있는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에서는 모든 것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의 충격적인 근황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세타2 엔진을 사용한
쏘나타 47만 대 리콜,
이유는 원인 미상의 화재 때문이었다
지난 2015년 9월, 북미 시장에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생산된 쏘나타 47만 대가 리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타2 엔진을 탑재한 해당 차량에서 원인 불명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여, 미국 소비자 단체에서 해당 건으로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는 리콜과 함께 “조립 공정 중 공장 내의 쇳가루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화재 원인을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1년 후, 현대차의 한 엔지니어가 세타2 엔진과 관련된 치명적인 결함을 제보하면서 세타2 엔진 결함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내부 고발이 전해졌다
내부 고발을 감행한 김광호 전 부장은 25년간 현대자동차에 근속하며 연구소, 생산, 품질 본부 등에서 차량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던 중, 품질전략팀에서 세타2 엔진의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하여 이를 내부에 알렸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내용을 공론화시켰다.

김 전 부장은 세타2 엔진의 실린더 결함으로 금속성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커넥팅 로드가 파손되어 엔진에 구멍이 발생하고, 화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러한 원인이 현대차가 앞선 북미 쏘나타 리콜에서 설명했던 단순 공장 쇳가루 문제가 아닌, 근원적인 설계 문제라고 덧붙였다.

내부 고발자 김광호 부장은
제보 이후 수많은 곤욕을 겪었다
해당 내용의 공론화를 위해 김 전 부장은 세타2 엔진의 결함 내용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과 국토교통부에 잇달아 제보했다. 이로 인해 국토부에서 조사가 진행되었고, 제작 단계에서부터 결함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현대차에서는 국토부 명령 이전에 자진 리콜을 실시했다. 덕분에 세타2 차량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웃을 수 있었지만, 내부고발자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세타2 엔진 제보 이후, 김 전 부장은 회사 영업 비밀 유출 및 사내 보안 규정 위반 등의 이유로 해임되었으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되어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김 전 부장의 해고 처리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져 복직되었지만, 김 전 부장은 복직 한 달 만에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현대차는 NHTSA와 약 2천억 원대의
배상금 합의를 진행했다
김 전 부장의 내부 고발로 세타2 엔진의 근원적인 문제가 알려지면서,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 판매된 세타2 엔진 문제를 수습해야 했다. 앞서 원인 불명의 화재로 인해 세타2 엔진을 사용하고 있던 쏘나타 47만 대 리콜 당시 해명했던 “공정상 결함” 내용이 김 전 부장의 고발 내용과 상이했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차는 해당 문제의 수습을 위해 세타2 엔진을 대상으로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으며, 보증 기간 연장 등의 후속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도로교통국 NHTSA와 배상금 합의도 이뤄졌다. 총 배상 금액은 2억 1천만 달러, 한화로 약 2,372억 원 규모이다.

(사진=오마이뉴스)

김 전 부장은 국내에서
내부 고발자로 인정받아
훈장과 포상금을 받았다
김 전 부장은 내부 고발을 통해 세타2 엔진의 치명적인 결함을 알리고, 국내외 대규모 리콜을 이끌어내며 소비자 권익 신장에 힘썼다. 그 과정에서 26년 간 근속했던 직장에서 해임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취하되긴 했지만 한때 고소로 인해 자택 압수 수색을 당하는 등의 곤욕을 겪기도 했다.

부당 해고 판결을 받고 회사에 복직했지만, 결국 복직 한 달 만에 스스로의 의지로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국내에서는 내부 고발자로서 노고를 인정받아 훈장을 수여했으며, 지난 2019년에는 국민 권익위원회로부터 2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하지만 정작 북미에선
포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대규모 리콜을 이끌어낸 북미에선 제대로 된 포상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미 의회에선 내부자 신고 포상금 프로그램 제도와 관련된 법률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률에 의거한 내부 고발자 김 전 부장의 포상금 액수는 1,370만 달러, 한화로 약 154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해당 포상금 지급이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김 전 부장이 포상 대상 내부 고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해당 법률이 통과되었던 2015년 이후, 현재까지 내부자 인정 방안 및 포상금 지급 절차에 따른 세부 항목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내부 고발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적절한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내부 고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 내부 신고자 포상금에 대해 네티즌들은 “당연히 지급되어야 한다”, “내부 고발자는 기업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일등 공신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 2억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 반면, 북미 포상금 규모가 154억 원 규모로 전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반응을 전했다. “바다 건너가니까 단위가 바뀐다”, “포상금만큼 기업의 배상금도 높을 것이다”, “내부 고발 무서워서 기업이 꼼수를 부릴 엄두조차 못 내겠다”, “국내도 저렇게 해야 한다” 등 강도 높은 처벌 수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적절한 포상 지급으로
바람직한 내부 고발 문화가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호 전 부장이 내부 고발을 감행했던 이유가 수십, 수백억 원 대의 포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함을 제보했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근속했던 직장에서 한순간에 해고되고, 소송까지 당하는 등의 곤욕을 겪었기에, 김 전 부장에게 적절한 포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설계상 결함을 발견하고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손 놓고 볼 수 없었던 김 전 부장의 정의감 덕분에 세타2 엔진 결함 내용이 알려졌고, 소비자들은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었다. 대규모 리콜을 이끌어낸 김 전 부장에 대해 적절한 포상이 이뤄져야, 앞으로도 바람직한 내부 고발 문화가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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