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LR 클럽)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상황이 나쁘게 변하더라도 참고 이겨낸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참고 이겨내서 되는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기지를 발휘해 ‘이’를 대체할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만 할 것이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어 화제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 독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많은 소비자가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라는 의견을 냈는데, 최근 현대차가 소비자의 염원을 현실로 옮기고 있다. 현대차의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가 먼 미래의 일은 아닐 성싶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반도체 대란
얼마나 심각한가?
반도체 대란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국내 자동차 시장에 경고등이 켜진 것일까? 반도체 대란은 코로나19로 IT 기기 업계가 주목받고 이로 인해 파운드리 업계가 호황을 맞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이런 상황에 오히려 눈물짓고 있다. 반도체 생산 기업 입장에선 차량용 반도체가 IT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보다 다소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 시장에 큰 타격을 줬고, 현대차 역시 이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 실제로 현대차는 5월에 1만 대로 잡아놨던 생산량을 2,600대로 감소시켰고 코나와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1공장을 7~14일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차량용 반도체인 MCU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한국 정부도
발 벗고 나섰지만…
최근 한국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대만의 TSMC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여전히 물량 확보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또 다른 해결책으로 정부는 국내에서 개발 중인 반도체 부품의 사업화를 앞당기기 위한 지원 방침도 내놨으나, 이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일각에선 “수급난의 핵심인 MCU는 아직까지 대체가 어려워 차량용 반도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라는 관측이 존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절벽 끝에 다다른 듯한 상황에 현대차가 반도체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 전해져 화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사진=한국경제)

3공장 가동 중단은
가까스로 막았다
앞서 현대차 역시 반도체 대란의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 1공장이 휴업에 돌입했으니, 3공장 역시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았지만, 최근 현대차가 이를 가까스로 막은 것으로 전해져 화제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를 진행키로 한 덕분이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협력업체 및 계열사들과 수입산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에서 화재가 발생
현대차는 협력업체와
반도체 부품 일부를 국산화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국내 중견 전자 업체 M사와 협력해 그동안 주로 수입에 의존해왔던 반도체 부품의 일부를 국산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해당 부품들은 자동차 전장 제품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하는 통합 차체제어시스템과 전자제어장치 등이다.

이 제품들은 그동안 해외에서 주로 수입해 왔는데, 지난달 일본 르네사스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수급난이 발생했고 그 결과 재고가 급격히 소진되며 1공장에 이어 울산 3공장도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막기 위해 협력사와 빠르게 대체품 개발에 나섰고 결론적으로 가동 중단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협력사와 협업을 강화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이끈다
현재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대체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최신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공정 기술이 높지 않기에, 국내 중견업체 중에서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는 대체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들이 더러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현대차도 주요 협력사들과 협업을 강화해 반도체 국산화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달 만도 등 차량부품 업체 8곳 및 팹리스 업체 15곳 등과 협업을 맺고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사진=HMG 저널)

장기적으로 봐도 “역대급”
현대모비스도 발 벗고 나섰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지난주 신기술 발표 콘퍼런스에서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으로부터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도 반도체 국산화의 일환으로 밝혀졌다.

물론 지금 당장 차량용 핵심 반도체인 MCU를 대체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이 결단이 일명 ‘역대급 결단’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현재는 비록 차량용 반도체가 수익 측면에서 불리하더라도, 향후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이 무수히 많아질 텐데 언제까지나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맞춰 현대차가 반도체 국산화를 결정한 것은 발 빠른 대처이며 현명한 판단이라 볼 수 있겠다.

“진작 이러지”
“안정성도 확보해야 할 텐데…”
그렇다면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대다수 네티즌은 반도체 국산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일각에선 “진작에 했어야 하는 결정이었다”, “반도체 국산화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건 칭찬해야 하는 일이다”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더했다.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물론 존재했다. 몇몇 네티즌은 “국산 대체하는 건 좋지만, 안정성을 제일 우선시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검증이 매우 까다로운데, 당장 없으니까 긴급하게 조달해서 쓰는 듯해서 걱정이다”라며 품질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대부분 소비자가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가운데, 현대모비스 측은 “현대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대부분 범용”이라며 “성능을 유사하게 낼 수 있는 대체재를 찾아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단기 공급 이슈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일각에선 발 빠른 대처가 성급한 결정이 아닌지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산화를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것은 사실이나, 조급한 마음에 개발 및 생산을 하다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산 차량용 반도체 역시 품질 문제만 신경 쓴다면 국내 소비자의 만족감을 배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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