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포스트 소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어떤 자동차든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들은 일종의 ‘장인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일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장인으로 불리는 ‘타쿠미’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참여했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미 시장에서 매우 큰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자동차 장인은 ‘렉서스’ 소속이었습니다.
이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는 일반적인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립라인과 길게 늘어선 자동차, 심지어 기계 소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숙련된 장인 몇 명이 마치 예술 작품을 다루듯 자동차를 만들 뿐입니다. 프레스 처리 후 차체 패널에 남아있는 사소한 결함들을 장인이 섬세하고 매끄럽게 다듬고, 앞 좌석 시트 사이에 있는 센터 콘솔은 좌석 사이 간격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이 직접 작업한다고 합니다. ‘토요타 센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한국차를 구매했던 한국인의 일화입니다. 그는 닛산 자동차를 타다가 한국 자동차로 넘어왔다고 합니다. 닛산 자동차를 탈 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영업사원이 전화를 하고 집에 찾아와 차량 상태는 어떤지, 오일 교환은 안 해도 되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꼬박 체크를 했다고 하는데, 일종의 고객 만족, 고객 감동 서비스와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자동차의 품질이 뒤떨어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마케팅 때문에 일본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오디오 장치가 대시보드와 맞지 않아 별도 플라스틱 사출물로 프레임을 만들었는데, 손으로 잡아당기면 쏙 빠지는 것이 임시방편으로 그렇게 해놓은 줄 알았으나 순정 상태라는 것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아니 일 년 동안 단 한 번도 차량 상태를 물어보는 영업사원의 전화도 없었다고 하더군요.
이 모두는 지난 10년간 일본 자동차 관련 글을 쓰기 위한 취재 과정 중 알게 된 사례들입니다. 이 사례를 왜 소개해드리는지 이미 눈치채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사례들을 보며 그들의 치밀한 전략과 외골수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 보복과 우리의 불매운동을 보면서 이 사례들이 떠오르더군요.

“사과 편지 보낼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3년 전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 편지를 보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일본 총리가 내뱉었다는 대답. 그 당시 뉴스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그들의 경제 보복이라는 것을 보니 앞서 느꼈던 치밀한 장인 정신과 외골수 정신이 결벽과 오만을 넘은 왜곡된 정신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치밀하고도 한결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최근 들어 퍼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그리 예사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보통이라면, 아니 사전적 의미로도 ‘불매운동’이라 함은 소비자가 물건 구매를 거부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물건을 판매하는 쪽에서 일본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달라진 불매운동 풍경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게들은 저마다 일본산 맥주와 과자, 생활용품들을 판매대에서 없애기 시작했고, 일본 브랜드 가게 앞에서는 불매운동을 알리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독 남다르게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한 분야. 의류, 생활용품, 먹거리 불매운동에서 느낄 수 있는 우리 시민들의 단합이 유독 이 분야에서는 다르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문에 낙서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본드 테러까지 일삼는다는 자동차 불매운동. 단합이 느껴져야 할 순간 오히려 시민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과 분열이 아닌데 말입니다.
워낙 치밀하고도 잔인한, 가끔은 뻔뻔함과 오만함을 넘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은 그들이기 때문에 선량한 양국 시민들의 마음을 갈라놓는 것도 어쩌면 그들의 치밀한 정치적 전략으로부터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 전쟁은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3억 불이라는 그 금액이 지금 한국 발전의 기초가 됐다”, “독도는 한국 것, 다케시마는 일본 것”… 단순하고도 이상한 논리 같지만 일본 극우들의 논리와 생각은 그들이 강조하는 장인 정신과 외골수 정신처럼 오래도록 바뀐 적이 없고,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바뀌지도 않을 것입니다.
언론, 그중에서도 자동차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적지 않은 곳에서 일본 차 불매 운동에 대한 우려와 걱정, 심지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 섞인 기사를 내놓았고, 예상하셨듯 여론 반응은 좋지 못했습니다. 반응이 좋지 못했다는 것은 어쩌면 경제제재에 큰 도움은 되지 않지만, 작은 흠집이라도 낼 수 있다는 시민들의 희망 섞인 움직임이 불매운동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오토포스트 시승기가 연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애독자라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세 편 정도가 나갈 수 있는데, 모두 일본 차라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작은 흠집이라도 낼 수 있다는 시민들의 희망처럼 저희 역시 시민들의 단합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반대로 지금 일본 차 시승기를 내보냄으로써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여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자동차 기자로서, 그리고 자동차 매체에 소속되어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일본 차 불매운동은 어느 작가의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한 마디는 앞으로 저희가 나아갈 방향과 정신을 대변해줄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좋은 언론이란 진실을 보도할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오늘의 소셜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