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장 불입, 한 번 내놓은 패는 다시 물릴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엔 물릴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흘린 물은 주워 담을 수 없고, 바둑돌을 바둑판에 내려놓는 순간 다시 물릴 수 없게 된다. 말이라는 것도 그러하다. 한 번 입 밖으로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 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공식적인 발표나 정보 전달에 있어선 더욱 말이다.

최근 일부 소비자들이 잇달아 전기차를 출시하는 현대차의 행태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아이오닉5 공개 당시 전했던 주행 거리 성능이 계속 하향 정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최근 공개된 제네시스 전기차 주행 거리 성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도 자료에 포함된 어떠한 표현 때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국산 전기차 주행 거리 논란과 제네시스 전기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아이오닉5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공개된 아이오닉5는 사전 계약 첫날부터 2만 대 이상의 사전 계약 기록을 세우는 등 뜨거운 시장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전까지 모빌리티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기능과 레트로한 외관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끄는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재 아이오닉5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맨아워 협상 차질로 인해 생산 지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가까스로 맨아워 협상을 마쳤지만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지연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출고 지연에 따라 전기차 지원금이 지급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가장 큰 논란은
주행 거리 성능이다
다행히 환경부의 조치에 따라 아이오닉5, EV6는 출고 시기에 상관없이 전기차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아이오닉5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종식되지 않았다. 바로 전기차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일컬어지는 주행 거리 성능 때문이다. 현대차는 앞서 자체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출시하며 500Km 이상의 주행 거리 성능을 예고해왔다.

때문에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된 아이오닉5의 출시 소식이 전해졌을 때에도 소비자들은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 성능이 500km 이상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공개한 자체 측정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는 430km였으며, 이후 아이오닉5의 환경부 공식 인증 주행 거리는 405km로 전해졌다. 이마저도 고용량 배터리 모델 롱레인지 후륜 구동 모델 기준이어서, 아이오닉5 주행 거리 논란은 쉽게 잠식되지 않을 전망이다.

G80 전동화 모델이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되었다
그러던 중, 현지시각으로 지난 19일 개최된 ‘2021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이 공개되었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같은 친환경 차량을 선보였던 벤츠, BMW와 달리 제네시스는 친환경 라인을 출시하지 않았던 터라, 소비자들은 제네시스 전기차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앞서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부재된 자사 라인업에 대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전용 전기차 출시에 집중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외관은 G80과 흡사하며 전,후륜 모터를 합산한 차량 최대 출력은 272kW, 약 370마력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소비자들은 제네시스 전기차의
주행 성능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현대차 보도 자료에 따르면 G80 전동화 모델은 87.2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에 따라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427km 정도이다. 하지만 해당 주행 거리 성능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G80 전동화 모델 주행 거리 성능이 환경부 공식 인증 거리가 아닌, 현대차 자체 측정 수치였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는 연구소에서 국내 기준으로 자체 측정한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 성능이 430km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부 공식 인증 결과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 성능은 405km 정도에 불과했다. 때문에 자체 측정된 G80 전동화 모델의 주행 거리 성능에 대해서도 공식 인증에 따라 주행 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자체 측정 결과는
정확한 인증 수치가 아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주행 거리 성능을 전하는 보도 자료의 표현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당사 연구소 측정 결과”라는 표현이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과거 아이오닉5와 EV6의 주행 거리를 전할 때에도 해당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공식 인증 주행 거리 성능 대신 연구소 측정 성능을 발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선 WLTP 기준과 환경부 인증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은 유럽 시장이다.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유럽 측정 기준인 WLTP 인증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WLTP 인증 기준과 국내 환경부 인증 기준이 상이하며, 일반적으로 국내 인증 주행 거리 수치가 WLTP 인증 수치보다 낮다. 때문에 국내 출시를 위해선 환경부 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인증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에 제조사 측에선 국내 기준으로 자체 측정한 값을 먼저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차량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측정 기준이나 방식에 대한 차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공식 보도 자료에서 공개된 주행 거리 성능을 차량의 공식 성능이라고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 인증 이후 전기차 주행 거리 하향 정정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연구소 측정 주행 거리를 공식 사양처럼 공개해선 안 된다는 것이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외관 디자인은 호평,
주행 거리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G80 전동화 모델 소식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제네시스 패밀리룩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한 채로 전동화 모델만의 포인트를 적용한 외관 디자인에 대한 호평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 자체 측정 주행 거리 성능에 대해선 대부분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또 300km로 말 바꾸겠지”, “강북에서 출발해서 서울 교통 체증을 지나 부산까지 가려면… 대구 지나서 방전되겠다”, “500km는 불가능한 것이냐?”, “이 정도면 컨셉트카 아니냐?” 등 주행 거리 성능에 대한 우려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밖에 G80 전동화 모델에 탑재되는 솔라루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이어졌다.

그만큼 현대차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이겠다
최근 공개되고 있는 전기차의 성능이 계속 정정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단순히 현대차에 대한 반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국내 전기차 시장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현대차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현대차가 보여주고 있는 E-피트 사업처럼 전기차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주행 거리 성능이라는 약점만 해결한다면,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까지 말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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