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 국민가수, 국민 여동생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 앞에는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국민 대다수에게 사랑을 받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세대가 바뀜에 따라 트렌드에 뒤처지게 되면 그 자리의 주인은 쓸쓸히 퇴장해야만 한다.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대표 국민차 자리에 꿰차고 앉은 건 현대 쏘나타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쏘나타는 지난 2019년 3세대 풀체인지 모델 출시 이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현재는 재고 물량만 7천여대 이상 쌓인 골칫거리가 되었다. 이를 위해 현대차가 폭탄 할인을 내세우며 쏘나타 판매량을 올리려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가 쏘나타에 내건 ‘역대급 할인’ 타이틀 이면에 숨은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김민창 수습기자

2010년 초반 매년 50만대 셀링카
이제는 20만대도 못 팔아
한때 국민차로 통하던 현대차의 최장수 모델인 쏘나타의 인기가 요즘엔 시들하다. 쏘나타는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매년 50만대 이상 팔렸으나, 지난해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판매 대수가 20만대에도 못 미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모델 중 판매실적 상위권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는데, 올해 3월까지 기아 K5가 16,674대를 판매한 것에 비해 쏘나타는 9,653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특히나 8세대 모델은 현대차가 절치부심하며 내놓은 풀체인지 모델이지만, 현재는 재고만 7천 대 이상으로 아반떼나 그랜저보다 두 배가량 많은 재고 상태이다. 소득 수준 증가와
SUV 강세로 인한 세대교체
쏘나타의 판매량 감소 원인 중 하나를 꼽자면,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의 증가와 국내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SUV 강세로 인한 ‘패밀리카’의 세대 교체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국내의 한 조사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세단을 이용하던 차주가 SUV로 갈아탄 비율은 2011년 9%에서 지난해 16%로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 차급 낮은 아반떼나 준중형 차급은 사회초년생들을 공략해 아직 꾸준한 수요를 지켰지만, 2000년대 중산층의 패밀리카였던 쏘나타는 국민소득이 오름에 따라 가격과 차급이 한 단계 높은 그랜저나 더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가진 쏘렌토 등의 SUV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가격경쟁력 지닌 수입 세단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
여기에 가격경쟁력을 지닌 수입차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그나마 지키고 있던 중형세단에서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 특히 수입차의 대중화를 선언한 폭스바겐은 쏘나타와 같은 차급인 파사트 GT를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최대 혜택을 받는다면 3,700만 원대로 구매가 가능해 3,800만 원대인 쏘나타 풀옵션과 견줄 만했다. 심지어 한 차급 밑인 제타에마저도 아반떼와 비교할 만한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위협당하는 쏘나타였다.

쏘나타의 디자인도 판매감소에 한몫했다. 자동차에 있어 디자인은 판매량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선례로 무난한 디자인으로 연간 10만대 팔렸던 아반떼 AD가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삼각떼라는 별명을 얻으며 소비자들로부터 크게 혹평을 받고 월평균 판매량 5천대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쏘나타도 소비자들에게 메기, 영덕대게 등 비유당하며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또한, 같은 해 K5 3세대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출시되자 더욱 비교되며 중형세단 수요가 K5로 대거 이동하게 된 것이다. 기본 3% 할인 혜택 제공
2.5% 저금리 할부 프로모션
현대차는 4월, 쏘나타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단행했다. 가솔린 모델에 대해서는 기본으로 3%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여기에 생산월에 따라 1월 이전 모델은 6%, 2~3월 모델은 4%를 각각 추가로 제공했다.

추가로 쏘나타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 올해 처음으로 2.5% 저금리 할부 프로모션을 적용했으며 이는 쏘나타에만 해당하는 프로모션이었다. 인기 있는 그랜저의 경우엔 기본 할인 혜택이 없으며 1월 이전 모델은 3%, 2~3월 모델은 2%로 쏘나타의 절반 수준이었다. 기본 할인 3%는 제일 비싼 모델에
적용해도 100만 원 채 할인이 안 돼
현대차가 쏘나타 대규모 할인 공세라고 하는 부분을 보면 결국 기본 할인 3%밖에 안 되는 것이다. 가장 하위 트림인 2.0 가솔린 스마트에 적용하면 겨우 71만 원 할인밖에 안 되고, 여기에 재고차 구매 할인 최대 6% 받아봐야 143만 원으로 214만 원의 할인이 전부인 것이다.

제일 비싼 인스퍼레이션에 적용해도 98만 원으로 100만 원이 안 되는 할인을 대규모 할인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심지어 하이브리드 모델은 기본 할인도 없었고 재고 차량에 대해서도 퍼센트가 아닌 50만 원의 고정 할인만 적용되었다. 최소 36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 할인
120만 원의 리베이트도 추가 지급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에서도 판매량이 저조했던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 한지 한 달 만에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했었다. 기본 트림인 블루를 계약하면 계약금 2,699달러(323만 원)를 내고 36개월간 쏘나타를 임대할 시 월 249달러(30만 원)를 지급하면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쏘나타를 이용할 시 3,000달러 할인이 적용돼 한화로 환산하면 약 360만 원 정도의 할인을 받는 셈인데, 상위 트림을 계약한 경우에는 최대 500만 원 수준까지 할인이 적용되었다. 더불어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구매한 모든 소비자에게 60개월간 약 1000달러(120만 원)의 리베이트를 추가 지급 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이어진 할인 차별
현대차 임직원 할인율도 재조명
17년도에는 쏘나타, 싼타페 스포츠, 엘란트라(국내 아반떼), 투싼 등 대폭 할인을 했는데, 그 당시 쏘나타에는 최고 20% 할인, 구매 고객에게 최고 6750달러(약 760만 원)나 무이자할부 60개월 조건을 내걸었다. 싼타페 스포츠의 경우 최대 5천 달러(약 560만 원), 엘란트라 최고 4,250달러(약 480만 원), 투싼 최고 4천 달러(약 450만 원)를 즉시 할인해주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자 현대차 임직원 할인율도 수면 위로 올랐는데, 임직원은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3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할인율을 적용하면 8,730만 원짜리 GV80 풀옵션급 차량이 6,110만 원에 구매 가능해 할인 금액만 거의 쏘나타 한 대 값이었다. 정의선 회장의 말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현대차그룹
한때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의 주요 목적인 쇼핑이 주를 이루었었다. 그만큼 비행기 표 가격보다 직접 와서 제품을 구매하는 게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행보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총수 정의선 회장은 작년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는 발언을 했지만, 자국 기업의 제품을 국내 고객보다 오히려 해외 고객에게 더 싸게 판매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이는 것이다. 지금의 현대차그룹이 있기까지 도움을 준 건 해외 소비자가 아닌 국내 소비자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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