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출시되려면 3개월 정도 남았다. 사실 이 소문은 2017년 아슬란이 단종되었을 때쯤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출시될 것이라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소비자들 관심도 함께 높아진 상태다. ‘그랜저 롱휠베이스’ 모델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소문이 나올 때부터 최근 출시 보도가 나오기까지 여러 가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랜저 롱휠베이스 모델은 소문에 불과할 뿐 실제로 출시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그랜저 롱휠베이스에 대한 소문, 그리고 그랜저 롱휠베이스 모델에게 바랐던 희망과 앞으로 풀어나갈 과제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길이를 늘릴 계획
롱휠베이스는 잘못 알려진 것”
최근 한 매체로부터 그랜저 롱휠베이스 출시 소식이 들려왔다. 해당 기사에는 “현대차가 그랜저 롱휠베이스 모델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오늘(1일) 나온 보도에 따르면 이는 소문일 뿐 현실로 이뤄지지 않는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형을 내놓으면서 그랜저 길이를 늘릴 계획이 롱휠베이스 출시로 잘못 알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즉, ‘K7 페이스리프트’ 모델처럼 길이 제원 수치만 변화할 뿐 휠베이스 수치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라면 논평
만약 그랜저 롱휠베이스가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앞서 언급했듯 2017년 아슬란이 단종될 즘부터 그랜저 롱휠베이스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결국 현실로 이어지지 못하고 소문에 그쳤다는 것이 드러났다. 개인적으로 바라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오랜만에 라면 논평을 꺼낸 이유다.

만약 그랜저 롱휠베이스 모델이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리무진 모델처럼 수요층이 조금 더 넓어진다는 것 말고 큰 변화는 없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사실 내가 바라던 것도 매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적용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제네시스 분리 이후
그랜저는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이 되었다
제네시스를 브랜드로 분리 시키기 전까지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모델은 ‘에쿠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제네시스 브랜드로 출시된 ‘G90’에게 에쿠스의 역할이 넘어갔고,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 역할은 ‘그랜저’로 넘어가게 되었다.

역할이 넘어갔지만 역량까지 넘기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3,000만 원대 준대형 세단 가격을 갑자기 8,000만 원 수준으로 높일 수도 없고,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하자니 기업 입장에서는 부질없는 모험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랜저 롱휠베이스가
독립의 발판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비하인드 뉴스 칼럼에서 “G90은 ‘LS’처럼, 그랜저는 ‘센추리’처럼 플래그십 모델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여러 번 말했었다. 사실 최근 그랜저 롱휠베이스 모델이 나온다는 말에 ‘드디어 제대로 된 독립과 분리의 발판이 마련되는구나’ 하는 기대감이 컸다.

롱휠베이스 모델이 나온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동차 가격도 상승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롱휠베이스 모델은 대부분 그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에게나 있는 특별한 존재로 통한다. 메르세데스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이 롱휠베이스 모델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어쩌다 보니 플래그십 모델이 된 그랜저에게도 제대로 된 역할이 부여되는구나 싶었다.

또 다른 변화의 발판
기대보단 희망했다
기대와 함께 희망과 바람도 있었다. 플래그십 모델로서 그랜저의 만듦새를 높임과 동시에 제네시스의 만듦새와 품격도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지금 G90이 하는 역할을 그랜저가 대신하고, G90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드는 상품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만드는 플래그십 세단들처럼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예술품이 되길 희망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이미 다른 제조사들이 하고 있는 것들이다. 메르세데스는 다른 자동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S클래스만의 품질과 감성을 마케팅 수단으로 잘 활용한다. 플래그십 세단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렉서스는 LS의 장인 정신을 강조한다. 장인이 만드는 자동차, 기계가 아닌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자동차라는 것을 마케팅 수단으로 잘 활용한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다. 그들을 이기려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시절 그랜저는
사오십 대가 추억한다
그랜저가 지금의 G90 역할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쓰비시 데보네어’를 들여와 판매했던 이른 바 ‘각 그랜저’… 그 시절 그랜저는 말 그대로 부의 상징이었다. 부자들만 탈 수 있는 자동차, 부자들을 위한 자동차였다.

그 시절의 향수는 지금의 사오십 대, 즉, 지금 준대형 세단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층들에게 남아있다. 아직 그들에게는 ‘그 시절 그랜저’라는 브랜드의 파워가 통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약간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실제로 인터넷을 전혀 들여다보지도 않고 자동차를 구매하는 50대 고객들이 여전히 많다.

연령층은 계속 바뀐다
그리고 미국은 치열하다
그러나 우리는 영원히 40대일 수 없고, 영원히 50대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영원히 20대일 수 없으며, 영원히 30대일 수도 없다. 다시 말하자면 구매 연령층은 계속 바뀐다. 10년 뒤에는 지금의 20대와 30대들이 준대형 세단을 구매하기 위해 자동차 매장을 찾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것은 10년 뒤 지금의 20대와 30대들에게도 ‘그 시절 그랜저’라는 브랜드 파워가 통할 것이냐는 점이다. 그들에게 브랜드 파워가 통하려면 지금의 40대와 50대처럼 그 시절 부의 상징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그랜저’와 ‘그 시절 그랜저’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장인 정신, 초호화 럭셔리… 이 모든 게 지금 현대차에게 굳이 필요하지 않고 이뤄낼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쪽도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본다면 모두 현실로 이뤄져야 하는 것들이라는 이야기다. 단순히 국내 시장만 본다면 지금의 20대와 30대에게 향후 10년 뒤 ‘그랜저를 사야 하는 이유’를 심어주어야 하는데, 지금의 그랜저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넓게 보자면 미국 시장이 있기 때문에 절실히 필요하다. 몇 차례 보도를 통해 전해드렸듯 북미 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쉐보레와 현대차의 상황이 비슷하다. 쉐보레는 미국에서 잘 나가지만 한국에서는 절실하게 재도약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대차는 한국에서 잘 나가지만 미국에서는 절실하게 재도약이 필요하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GV80’과 신형 ‘G80’ 출시 일정이 서로 바뀐 이유는 북미 시장 때문이다. 현재 북미 시장 재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인기 있는 SUV 모델 출시를 앞당기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재도약뿐 아니라 향후 안정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과 단단한 뒷받침이 요구된다. 여기서 말하는 치밀한 계획에는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이미지 분리가 포함될 것이고, 단단한 뒷받침에는 브랜드 파워가 포함될 것이다.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 북미 고급 세단 시장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뿐 아니라 요즘 우리 국민들에게 미움을 사는 렉서스가 중심을 잡고 있다. 그들과 경쟁하려면 그들보다 경쟁력이 뛰어나야 한다. 경쟁을 해야 하지만 경쟁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미국에서 S클래스를 이기려면 S클래스보다 훨씬 편안한 승차감을 잡아야 한다. S클래스가 아닌 LS를 이기려면 LS보다 훨씬 뛰어난 장인 정신이 느껴져야 할 것이다. LS가 아닌 7시리즈를 이기려면 7시리즈보다 훨씬 뛰어난 운동 성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길이만 늘리면 품격 높아지나”
꽤 많은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길이만 늘리면 품격이 높아지나”… 최근 그랜저 롱휠베이스 기사에 달린 네티즌 의견이다. 꽤 많은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첫째는 제네시스 이미지 독립이다. 위에서 계속 언급했듯 제네시스가 북미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현재 자리를 꿰차고 있는 다른 제조사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북미 시장에서 제네시스 발목을 현대차가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이미 한국에서는 ‘제네시스=고급차’라는 이미지 마케팅이 잘 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네시스=고급차’가 강한지, ‘제네시스=현대차’가 강한지 생각해보면 쉽다. 제네시스의 이미지 독립이 절실하다는 것은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한 번쯤 생각해봤을법한 주제다.

둘째는 현대차의 제네시스 ‘분리’하기다. 제네시스에게 독립이 필요하다면 현대차에게는 분리가 필요하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제네시스가 현대차를 틀 안에 가둬두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랜저를 더 고급스럽게 만들지 못하고, 플래그십 모델 역할을 하던 에쿠스를 부활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네시스 G80과 G90 판매량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G80이 있는데 굳이 그랜저가 더 비싸지고 고급스러워질 필요가 있냐”, “G90이 있는데 에쿠스를 뭐 하러 출시하냐”라며 반박한다.

만약 한국 시장만 필요하고, 한국 시장에서만 잘 팔리면 그만이라면 그들의 말대로 그랜저를 고급화할 필요도 없고, 에쿠스를 부활시킬 필요도 없다. 그러나 현대차에게는 북미 시장도 중요하다. 적어도 5년만 차를 팔고 끝낼 기업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토요타와 렉서스 전략을 치밀하게 파악해보면 어떨까. 북미 시장에서 플래그십 역할을 하는 것은 ‘렉서스 LS’지만, 일본 내수 시장에서 고급 플래그십 역할을 하는 것은 ‘토요타 센추리’다. 제네시스와 현대차 이미지 분리와 독립이 절실하다면 한국 내수 시장 플래그십 역할은 그랜저나 에쿠스, 북미 시장 플래그십 역할은 제네시스 G90이 올인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그랜저 고급화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아무런 변화 없이 제네시스는 북미 시장에만 판매하고, 국내에서는 그랜저만 판매한다면 “내수 차별한다”라는 반발이 클 것이다. 즉, 한국 소비자들이 그랜저만 타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그랜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시국에 일본 차 이야기를 계속 꺼내긴 그렇지만 토요타는 센추리를 만들 때 렉서스 못지않게 장인 정신을 강조한다. 많은 생산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순수하게 일본 소비자들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자동차라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가격도 비싸다. 그러나 비싼 가격만큼 자동차 명성이 뚜렷하고, 품질까지 우수하다면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셋째는 품질이다. ‘품질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현대차를 따라다닌지 오래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그리고 ‘제네시스=현대차’라는 키워드가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통하려면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비슷한 주제의 칼럼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듯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건물은 쉽게 무너진다.

제네시스의 기반은 현대차, 그리고 현대차의 기반은 한국 시장이다.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신뢰와 응원을 얻지 못한다면 북미 시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인정이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과 결과가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번에 잡는 것은 욕심
단계별로 나아가면 된다
이 모든 것들이 한 번에, 하루아침에 이뤄지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치밀한 전략과 탄탄한 계획이 필요한 만큼 노력이 들어가는 시간도, 결과가 나타나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하루빨리 결과물을 내놓아라’가 아니라 ‘단계별로 나아가는 과정이 눈에 보이도록 하라’가 될 수 있다.

즉, 단계별로 하나하나 개선되고 발전하는 모습이 소비자들 눈에 잘 띄면 된다는 것이다. ‘품질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고 하나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는 장인 정신과 품질, 그리고 호화스러움을 갖추고 있지 않을까. 그랜저의 역할과 포지션이 어느 순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그리고 그랜저 롱휠베이스가 새로운 재도약의 발판이 됐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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