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포스트 소셜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운이 좋게도, 정말 운 좋게도 한국 전쟁이 일어났다”… 지난 2005년 아소 다로 당시 일본 총무상이 한 말입니다. 그는 지금 일본의 부총리 겸 재무성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로 한국전쟁은 일본에 크나큰 이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대공황’이라던 일본 경제는 당시 한국 전쟁 군수 물자를 팔며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고, 그들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전쟁의 수혜를 누리는 동안 희생당한 것은 우리 시민들이었습니다.

일본 경제 대공황 시기, 아소 다로의 외조부이자 한국 전쟁 당시 일본 총리였던 요시다 시게루 역시 “한국 전쟁은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이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으니, 적어도 그들에게만큼은 한국 전쟁이라는 것이 운이 좋았던 사건, 신이 내린 선물로 여겨지는 것이 마냥 이상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전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전쟁. 그때처럼 폭탄이 터지고 총성이 울려 퍼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은 ‘경제 보복’이라 불리는 전쟁에 맞서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떠오른 ‘불매 운동’이라는 전략이 시민들의 단합을 이끌어내고 있지요. 총성 대신 울려 퍼지는 불매운동의 바람 덕에 목숨을 잃는 희생 대신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결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일본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갖고 있는 일본차를 팔겠다는 사람도 늘면서 일본차 수입은 지금 30% 넘게 줄었습니다. 옷이나 맥주, 생필품에 갇혀있던 ‘작은 소비’에서 자동차와 같은 ‘큰 소비’로 불매운동 바람이 넘어간 것입니다. 일본 식재료까지 샅샅이 찾아내는 이른 바 ‘핀셋 불매’까지 나타나며 식당도 식품업체도 일본산 재료들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라던 어이없음을 넘어 오만하게까지 느껴졌던 일본 기업인에게 보란 듯, 시민들뿐 아니라 기업들까지 이른 바 ‘탈 일본, 국산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소차의 핵심이라 불리는 탄소섬유는 국산화 인증 단계를 거치고 있고, 한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기업은 “자동차 생산이 100% 국산화되면 그것이 국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라던 명예회장의 말처럼 소재와 부품 국산화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큰 그림뿐 아니라 우리도 이제 치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물 흐르듯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으나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오늘날 우리는 이 전쟁을 ‘경제 보복’이라 말하고 있습니다만 ‘보복’이라는 것은 피해를 받은 사람이 행하는 수단인데, 그들이 우리로 인해 받은 피해는 무엇인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스스로 피해자를 자처하는 모순…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우리의 내분은 그들이 계획한 치밀한 전략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늘 브리핑을 전해드리는 순간에도 머릿속을 스칩니다.
“나 때문에 큰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그들 스스로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동안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버린 사람. 1940년대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가 노인이 되어버린 청년은 피해자이면서 졸지에 미안함까지 느껴고 있다는 아이러니.

그들이 펼쳐놓은 전략의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인지 불매 운동을 함께 하고 있는 피해자임에도 졸지에 미안함과 불안감까지 느껴야 하는 우리 시민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차를 이미 구매하여 타고 있는 차주들도 분명 경제 보복의 피해자일 터. 차에 본드를 붓는 테러를 하는가 하면, 인터넷 댓글에는 그들을 향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잘못된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인해 불매운동 움직임과 의미가 자칫 퇴색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지난번 브리핑을 통해 여러 번 말씀드렸듯 그들이 자처한 경제 보복이 우리끼리의 내분과 희생을 낳고, 비폭력이라 아름다웠던 시민들의 행동과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어쩌면 치밀한 그들의 계획으로부터 나온 결과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운이 좋게도 한국 전쟁이 일어났다”… 우리 시민들의 희생을 바라보며 수혜를 누렸던 그들이 했던 말처럼, 지금의 경제 보복이 오히려 시민들이 원하는 경제 독립이 되길 바라는, 그리하여 훗날 우리도 “운이 좋게도 경제 보복이 일어났다”, “경제 보복은 신이 한국에 내린 선물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오늘의 소셜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