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포스트 소셜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15년, 일본은 돈의문을 헐었습니다. 명목상 목적은 도로 확장을 위해서였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일본의 속내가 무엇이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독립문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당시 일본은 큰돈을 들여가며 독립문을 보수했고, 조선의 문화재로까지 지정했습니다.

‘독립문’이라는 이름 때문에 조선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 같지만, 사실 본래 독립문이 세워지게 된 진짜 이유는 일본이 아닌 청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한 것. 조선과 관련해서 청나라는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습니다.

“국가로서 독립할 실력 없이 독립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 일본과 제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립 협회의 초대 위원장이면서, 독립문 건립에 가장 많은 돈을 냈던, 그리고 그 시대의 선각자를 자처했던 이완용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만을 넘은 비상식적인 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시대 독립운동가들의 의지와 움직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날 선각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자발적인 시민들의 성숙한 행동들을 애써 낮게 보는 것도 모자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만큼 비상식적인 발언들을 서슴지 않게 내뱉고 있습니다. 어떤 국회의원은 불매운동하는 시민들의 순수한 의도를 “저급한 반일감정”이라고 선을 그어버리더군요.

이완용의 말과 행동이 오히려 그 시대 독립운동가들을 더욱 단단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준 것처럼, 오늘날 자칭 선각자들의 발언과 행동도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시민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비상식적인 말에 자극받은 시민들은 불매운동을 더욱 정교하고 치밀하게 진행하기 시작했고, 비로소 ‘판매량 감소’, ‘수입량 감소’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까지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좋게만 흘러가는 줄 알았으나, 품위 있는 움직임을 뒤로하고 들려오는 다소 불편한 사건 사고들. 자동차 기자로서 오늘도 이야기를 꺼내자니 마냥 개운치만은 않습니다. 지난번 브리핑에서 저는 의류, 생활용품, 먹거리 불매운동에서 느낄 수 있는 시민들의 단합이 유독 자동차 쪽에서는 다르게 느껴지고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일까.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일본 차 테러 뉴스 이후 잠잠한가 싶더니 온라인 기사 댓글에서는 일본 차 차주들을 향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까지 계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한 의사가 골프장에 세워져 있는 일본 차를 돌로 긁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불매 운동 방향성과 방법에 대한 분열과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일본 차 차주들은 불매 운동을 함께 하고 있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졸지에 미안함과 불안함까지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비폭력이기 때문에 아름다웠던 시민들의 행동과 의미가 퇴색되기 시작했고, 이는 어쩌면 치밀한 일본의 계획으로부터 나온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다시 한 번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위계질서 의식과 명예 관념을 분석했습니다. 일본을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지만 미국에 사는 일본인들을 면담하고, 7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며 만들어진 책 한 권은 “미국이 일본을 점령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성과를 낸 것으로 기록됩니다.

그는 일본인만의 독특함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일본인은 싸움을 좋아하면서 얌전하며, 불손하면서 예의 바르고, 용감하면서 겁쟁이며, 보수적이면서 개방적이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답은 “일본인들은 자기 행동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놀랄 만큼 민감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자기의 잘못된 행동을 모를 때는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
불매운동이든, 물건의 독립화든, 지소미아 종료든… 우리의 행동이 그들이 계획한 치밀한 전략의 결과가 아니라 자각의 동기가 되길 바라는, 그리고 혹시나 우리를 연구하는 또 다른 인류학자가 있다면 적어도 베네딕트가 분석한 그들의 결과와는 다르게 나오길 바라는, 오늘의 소셜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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