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차는 잘 팔린다”라는 법칙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차는 정말 잘 만들었는데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가 아니었거나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명차들이 여럿 존재한다. ‘명차’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조심스럽지만 어쨌거나 국내 시장에서 차는 정말 잘 만들었는데 유독 판매량이 적은 차가 있다.

바로 현대 ‘I30’이다. 출시 초기부터 탄탄한 주행감각을 강조하고 고성능 N 모델을 등장시키는 등 인상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월 판매량을 보면 판매하는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저조한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평가가 좋음에도 이 차가 유독 안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유독 안 팔리는 그 차 ‘현대 I30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판매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I30’는 2016년 최초로 등장한 3세대 모델로 현재 ‘1.4리터 가솔린 터보’와 ‘1.6 가솔린 터보 N-Line’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1.4 리터 모델은 최대출력 140마력과 24.7kg.m 토크를 자랑하며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어 13.0km/L의 준수한 복합연비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출시 초기부터 탄탄한 해치백 특유의 주행성능으로 인정받아왔던 i30이기에 기본기 측면에선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고성능보단 실용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1.4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펀 드라이빙을 추구한다면
1.6 터보 N-Line
펀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라면 ‘1.6 리터 터보 N-Line’을 선택하면 된다. 최대출력 204마력을 발휘하며 27.0kg.m 토크에 6단 수동변속기와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적용된다. 수동 모델의 복합연비는 11.4km/L이며 자동변속기 모델은 11.8km/L를 자랑한다.

1.4 터보 모델과는 다르게 기본 사양이 수동변속기로 제공되어 펀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라면 수동변속기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수동변속기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차량들은 점점 종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가뭄의 단비 같은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나 안 팔리는지
살펴보니 월평균 130대 수준
그렇다면 얼마나 안 팔리기에 “차는 좋은데 정말 안 팔린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i30 국내 판매량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1월부터 9월까지 i30 판매량은 총 1,195대로 ‘1.4 터보’가 442대, ‘1.6 터보’가 644대 판매되었으며 109대는 분류 예정이다.

같은 기간 47,405대가 판매된 준중형 세단 ‘아반떼’나 요즘 잘 나간다는 소형 SUV 들과 비교해 보면 민망한 수치라고 할 수 있겠다. 월평균 130대가 판매된 것으로 같은 기간 동안 1,721대를 판매한 ‘벨로스터’보다도 판매량이 훨씬 적었다.


다른 현대차들보다
기본기에 대한 칭찬이 많은 I30
3세대 I30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른 현대자동차들과 비교했을 때 기본기에 대한 평가가 우수한 편이다. 특히 국내엔 판매하지 않는 ‘I30 N’은 코리안 핫 해치로 인정받았으며 현대도 재미있는 펀 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차량이다.

국내엔 N을 판매하지 않아 아쉽다는 평이 많지만 현재 판매 중인 ‘1.6리터 N 라인’에 대한 평가도 펀 드라이빙 측면에서는 훌륭하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평가만 보면 참 좋은 차인 것은 알겠는데 정작 판매량은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저것 따져보니 이차가 안 팔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은 따로 있었다.


1. “어차피 안 팔려”
해치백 무덤 대한민국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은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려왔다. 전통적으로 세단이 강세를 보이던 국내 자동차 시장이기 때문에 해치백은 인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국내시장에서도 잠깐이나마 해치백 수요가 많았을 때가 있었다. 바로 폭스바겐 골프 5세대와 6세대가 판매되던 2010년 초반쯤이다.

이 시절 국내 자동차 시장은 클린디젤 정책에 따라 수입 디젤 차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판매가 늘어나고 있었으며 연비가 뛰어난 골프 디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골프의 짧은 전성기는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터진 이후로 마무리가 되었다. 골프의 몰락 이후로 국내 시장은 다시 해치백 불모지가 되고야 말았다. 르노는 집안의 효자 모델이자 유럽시장 베스트셀러인 ‘클리오’를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역시나 판매량은 저조했다.


2. 진짜 펀 드라이빙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벨로스터 N을 선택한다
국내시장에서 ‘I30’을 막상 구매하려면 애매한 것이 많다. 펀 드라이빙을 위해 1.6 N-Line을 구매하려 하면 ‘벨로스터’가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거기에 조금 더 구매 자금을 추가한다면 진정한 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벨로스터 N’도 존재한다.

실제로 서킷을 가거나 펀 드라이빙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I30’보단 ‘벨로스터 N’을 더 선호하며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911만 원부터 시작하는 ‘벨로스터 N’은 낮은 가격대가 아님에도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726대를 판매하며 ‘I30 1.6 터보’의 649대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보여준 것이 이를 증명한다.


3. 지금 대한민국은
소형 SUV 전성시대다
어떻게 보면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겠다. 해치백 불모지와 더불어 현재 대한민국은 ‘소형 SUV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I30의 판매량이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쌍용 티볼리가 꾸준히 선두를 달리던 소형 SUV 시장엔 최근 기아 셀토스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7월 출시 첫 달부터 3,335대를 판매한 ‘셀토스’는 8월 6,109대, 9월 역시 6,109대를 판매하며 단숨에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량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월 판매량이 I30의 5년 치 판매량에 근접할 수준이니 비교가 될 리가 없겠다.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소형 SUV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인기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4 가솔린 터보
실구매 가격
마지막으로 I30 실구매 가격대를 살펴보자. 현재 현대자동차가 국내시장에 판매 중인 I30은 ‘1.4리터 터보 가솔린’, ‘1.6리터 터보 가솔린’ 두 가지이며 두 모델 모두 개소세 인하 기념 할인 50만 원을 제공한다. 여기에 전시차는 100만 원 추가 할인이 적용되지만 정상적인 차량을 기준으로 하여 전시차 할인 조건은 제외하였다.

‘1.4 가솔린 터보’ 모델의 하위 트림인 스타일은 1,865만 원에서 시작하며 취등록세는 123만 7,280원, 실구매 가격은 1,942만 7,280원이다. 상위 트림인 프리미엄은 2,428만 원에서 시작하며 모든 옵션을 추가한 풀옵션 모델의 취등록세는 184만 3,170원, 실구매 가격은 2,892만 3,170원이다.


1.6 가솔린 터보 실구매가격
“이 가격이면 000를 산다”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가격대
‘1.6 가솔린 터보 N-Line’ 모델은 수동과 자동변속기 트림으로 나뉜다. 수동변속기 모델은 2,379만 원에서 시작하며 취등록세는 158만 7,640원, 실구매 가격은 2,491만 7,640원이다.

자동변속기 모델은 2,556만 원에서 시작하며 모든 옵션을 추가한 풀옵션 모델의 취등록세는 197만 760원, 실구매 가격은 3,092만 760원이다. “이 가격이면 000를 산다”라는 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가격대다. “I30가 왜 안 팔리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셨으리라 생각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