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아직 성적이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가채점 결과는 우수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4일 ‘그랜저’ 페이스리프트가 사전계약 시작 후 첫날 계약대수로 1만 7,294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1월에 출시한 6세대 ‘그랜저 IG’가 보유하고 있던 사전계약 첫날 기록 1만 5,973대를 넘어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현대차의 주력 모델답게 출발이 좋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만큼 정식 공개 전부터 다양한 썰전이 오갔다. 물론 걱정과 우려, 그리고 비판을 완벽히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더 뉴 그랜저’를 향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짚어보고, 새롭게 기대하는 그랜저의 역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사진=보배드림)

“삼각떼에 이어 마름모랜저라니”
vs
“그래봤자 판매량 1위 할걸?”

그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는데, 오늘은 판매량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보려 한다. 유출부터 정식 공개까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단연 많았다.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이고, 낯설다면 낯선 얼굴 덕에 유독 이번 그랜저는 디자인을 두고 썰전이 치열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전면부에 적용된 마름모 패턴 주간주행등이 이모티콘(>_<) 같다는 것, 그리고 아반떼의 삼각형 패턴에 이어 그랜저는 사각 마름모 패턴으로 이어졌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좋은 뒷모습과 실내 디자인을 앞모습이 모두 망쳐놨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디자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뒤로하고 긍정적인 의견, 더 나아가 부정적인 의견에 반박을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어차피 우승은 그랜저”, “인터넷에서 아무리 말해도 어차피 잘 팔릴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이들의 주장대로 실제 사전계약 첫날 만에 계약대수 1만 7,000대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한 관련 기사 댓글에서는 디자인을 향한 부정적인 의견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여기에 대립하듯 사전계약 대수를 근거로 한 반박 의견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강조되던 옵션
대부분 상위 트림에만 집중
사진 공개 이후 옵션 사양과 가격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공방이 펼쳐졌다. 그간 강조되던, 예컨대 디지털 계기판,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 앰비언트 무드 램프 등이 모든 트림에 옵션으로 제공됨과 동시에 그랜저 최초로 적용된 후면 LED 방향지시등은 상위 트림에만 장착할 수 있게 되면서 “옵션 장난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뒷도어 이중 접합 차음 유리, 자외선 차단 유리 등은 모두 최상위 트림에만 기본으로 장착되고, 나머지 하위 트림에서는 추가 불가능하다는 점, 운전석 자세 메모리 시스템, 운전석 4방향 럼버 서포트, 동승석 워크인 스위치 등도 최상위 ‘익스클루시브’ 트림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상위 트림으로 유도하려는 큰 그림”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논란의 R-MDPS
주력 2.5 가솔린은 아예 없음
3.3 가솔린만 기본으로 장착
또 하나 논란이 된 것은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R-MDPS 적용 범위다. ‘K7’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R-MDPS를 3.0 가솔린 모델에만 기본으로 장착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는데,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 역시 3.3 가솔린 모델에만 기본으로 장착되며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간 소비자들 사이에서 R-MDPS 스티어링 장착 목소리가 높았고, 신형 그랜저에 장착된다는 소식에 기대하신 분들도 많았으나 정작 주력 모델에는 옵션으로조차 장착할 수 없어 실망하신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치 지난달 현대기아차가 ‘세타’ 엔진 평생 보증을 약속했는데 정작 “많이 팔린 모델은 외면한다”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었던 것처럼 2% 부족한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1. 이미 공개된 사전계약 대수
첫날부터 역대급 기록 세웠다
여러 충돌하는 목소리가 많으나 적어도 ‘판매량’만큼은 걱정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랜저의 판매량을 걱정하진 않을 것이다. 생각에 대한 근거와 의견을 조금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첫째는 수치로 증명됐다는 것이다. 최종 성적은 아니지만 가채점 결과라 할 수 있는 사전계약 대수는 “역대급”이라 불리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하루 만에 1만 7,000여 대, 정확하게 말하자면 1만 7,294대를 기록했다. 이는 ‘그랜저 IG의’ 첫날 사전계약 대수였던 1만 5,973대보다 1,321대나 많은 숫자다.

2. 처음으로 5천만 원 넘었다
그런데 정작 많이 팔리는 건
3천만 원대 중후반이 많을 것
역사적이라면 역사적이다. 그랜저 최초로 실구매 가격이 5,000만 원을 넘어섰다. ‘3.3 가솔린 캘리그래피’ 트림에 모든 옵션을 넣으면 차량 가격은 약 4,660만 원이 되고, 여기에 취득세까지 더하면 실구매 가격은 약 5,020만 원이 된다.

이를 두고 이야기가 많았지만 역사에 없던 사전계약 대수가 기록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력 모델은 2.5 가솔린이라는 점, 그리고 풀옵션 모델 판매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2.5 가솔린 ‘프리미엄 초이스’ 트림에 플래티넘, 현대 스마트 센스 I, 18인치 알로이 휠과 미쉐린 타이어를 추가하면 실구매 가격은 3,880만 원 정도가 나온다. 흔히 말하는 중간 트림, 중간 옵션 구매자들이 많고, 대부분 3,000만 원 중후반 대 구성에서 판매를 기록할 것이기 때문에 풀옵션 가격이 실구매에서는 의미 없다고 보는 분들도 많다.

3. 사회적 갈증은 덤
치열한 SUV 열풍 속
세단에 대한 갈증 있었던 소비자
약간의 사견을 붙이자면 SUV 열풍도 한몫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올해만 봐도 SUV 열풍이 대단하고 치열했다. 말 많고 탈 많은 ‘팰리세이드’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포화상태를 넘어섰고, ‘셀토스’ 역시 부동의 소형 SUV 시장 1위였던 ‘티볼리’를 큰 차이로 밀어냈다.

그리고 11월 말쯤 ‘제네시스 GV80’도 출시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올해 신차 소식은 SUV가 점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UV 열풍이 거센 와중에 신형 ‘쏘나타’를 시작으로 ‘K7’ 페이스리프트가 다시 세단 시장에 불을 붙였고, ‘그랜저’가 뒤를 이어간다. SUV 열풍 속에서 국산 신형 세단을 향한 갈증이 있던 소비자들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사진=보배드림)

판매량은 일정 수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
위에서 살펴보았듯 ‘그랜저’의 판매량은 일정 수준 보장된다 해도 무방하다. 이미 “기록”이라 불리는 사전계약 대수를 보여주었고, 현대자동차의 신차, 현대자동차의 볼륨모델이라는 점에서 기본 판매량은 충분히 보장될 것이다. 그랜저뿐 아니라 팰리세이드는 여전히 수요 포화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바 가루 등 품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6세대 그랜저 IG 역시 출시 초기 변속기 결함, 내장재 품질 문제 등에 시달렸지만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팰리세이드 에바 가루 문제 인터뷰에서 박찬수 매니저가 했던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렇다. 인터넷에서 심각하게 문제 제기되는 문제가 실제 구매자들은 아예 모르는 문제일수도, 그리고 알면서 구매하는 사람도 상당수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판매량 “어차피 우승은 그랜저”
다만, “그래봤자 현대차”이미지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까?
그랜저 판매량을 걱정하는 이들을 두고 “현대기아차 걱정이 가장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최근 ‘K7’이 그랜저 판매량을 넘어서면서 걱정하는 분들도 여럿 있었는데, 이 역시 현대차에게 그리 타격 없는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어차피 우승은 그랜저”라는 말도 그랜저를 넘어선 K7의 판매량이 강조될 때쯤 나오던 말이다.

판매량에서는 “어차피 우승은 그랜저”… 나 역시 판매량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래봤자 현대차”이미지는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판매량과 이미지가 무조건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그랜저에게 점점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와 신뢰도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사진=보배드림)

새로운 차원의 발전 필요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그간 비슷한 주제의 칼럼을 내보내면서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완벽한 분리를 말해왔다. 이와 함께 언급한 것이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 역할, 즉, 그 시절 ‘에쿠스’의 역할을 ‘그랜저’가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완벽한 브랜드 분리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이제는 새로운 차원의 발전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눈에 보이는 것, 특히 옵션 사양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긍정적인 것이 많았다.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을 터. 비슷한 사양 수입차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다는 점, 그리고 가격은 더 저렴하다는 점에서 현대차는 분명 수입차 대비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왔었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가성비’라는 키워드와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의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완벽함을 찾기 시작했고, 그간 문제 제기되었던 것들에 대한 해결 의지를 현대차가 보이지 않았거나, 아니면 아예 해외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신뢰를 점차 잃어간 탓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번 그랜저도 IG 출시 초기처럼 품질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이다. 대부분 “기업이 만드는 상품인데 문제가 아예 없을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것은 문제 발생 이후 기업의 대처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다면 올바른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

진단부터 처방까지의 과정이 그간 투명했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분들은 몇 안 될 것이다. 지난 10월 ‘세타 2 엔진 결함 늑장 리콜’에 대해 현대기아차 모든 임원들이 1심 첫 공판을 치렀고, 미국에서 이슈화된 엔진 결함 논란으로 압수수색까지 진행됐다. 뒤늦게나마 엔진 결함 평생 보증을 약속했으나, 이 역시 정작 가장 문제 많았던 모델이 제외되었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새로운 엔진이라고 자유로울까? 이번 그랜저에 장착되는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K7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장착되는 것과 동일하다. K7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엔진 부조와 시동 꺼짐 문제로 자동차리콜센터에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엔진 인젝터 연료 분사량을 조절하는 볼의 제조 분량으로 연료가 과분사 되는 것이 원인이었고, 이로 인에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문제였다. 기아차는 이 때문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차를 리콜하기도 했다.

새로운 차원의 발전이라는 것이 쉽고도 어렵다.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변화를 비교적 많이 추구해왔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도 발전을 이뤄야 할 때가 왔다. 쉽게 말하자면 신차 보도자료에 옵션과 디자인 내용보다 파워트레인 관련 내용이 많아져야 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면 건물은 금방 무너진다. 곪은 것을 소독해주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두면 언젠간 아리게 터지기 마련이다. 자동차에게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기본기를 그대로 둔 채, 건물의 높이라 비유할 수 있는 가격만 높인다면 언젠간 쉽게 무너져버리고 말 것이다. 진정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지길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차원의 발전과 마케팅, 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신차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신뢰와 이미지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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