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모터쇼’가 폐막했다. 올해 오토포스트 서울모터쇼 특집 시리즈도 이 기사로 막을 내리려 한다. 모터쇼 특집 시리즈는 내년 부산모터쇼와 함께 다시 찾아온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특집 시리즈도 관심 있게 구독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아마 오토포스트 기사를 구독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눈치채셨을 것 같다. 올해 모터쇼 특집 기사쯤부터 새로운 기자 이름이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모터쇼 행사 기간 동안 촬영하느라 고생한 박준영 기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 이야기로 어떤 내용을 전해드릴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 현대차 연구소 관계자로 있는 지인과의 만남이 떠올랐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얘기, 살아가는 이야기, 업계 이야기 등을 하다가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나왔다. 딱딱한 뉴스만 전해드리다가 가끔은 이런 이야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 주제를 택했다.

올해 오토포스트 서울모터쇼 특집 마지막 비하인드 뉴스는 제네시스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브랜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던, 그리고 내가 생각하던 브랜드와 거리가 멀다.

김승현 기자
사진 박준영 기자

현대차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얘기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말씀드리자면 현대차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이 글을 전해드리는 이유는 자동차 시장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돌고, 일반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해드리고 싶어서다.

오늘 이 이야기는 자동차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몹시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론 평소 알고 있던 이야기와 정 반대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몇 가지 근거도 잘 맞아떨어져 가치가 더해진 이야기라 생각한다.

흔히들 렉서스를 생각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제네시스의 행보와 방향성을 설명할 때 렉서스를 예로 든다. 나 역시 그랬다. ‘토요타 크라운이 등판한다면 현대차와 제네시스에 미칠 영향’, ‘현대차에서 독립한 제네시스, 정말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었을까?’, ‘제네시스와 차이 나는 프리미엄 쏘나타, 탄생 가능할까요?’ 등 현대차와 제네시스에 대한 칼럼에 어김없이 렉서스를 등장시켰다.

그런데 이제 제네시스를 설명할 때 콘텍스트로 사용할 브랜드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콘텍스트’란 ‘맥락’이나 ‘문맥’을 말한다. 이 맥락에는 이제 ‘렉서스’뿐 아니라 ‘인피니티’도 더해져야 할 것 같다.

처음엔 의아했는데 듣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토요타와 렉서스, 그리고 닛산과 인피니티… 현대차와 제네시스처럼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는 렉서스, 닛산의 고급 브랜드는 인피니티다. ‘성공 사례’라는 주제로 보았을땐 인피니티보단 렉서스가 가깝고, 이 때문인지 대부분이 제네시스를 비판하거나 설명할땐 렉서스를 등장시킨다.

‘좋은 예’라는 키워드에 가려져서일까. 알고 보면 제네시스가 따라가고 있는 방향은 렉서스보단 인피니티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인피니티’이야기가 나와서 의아했는데, 듣다 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납득되는 근거도 많았다.

“대부분 렉서스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인피니티가 더 가까워”
그가 꺼내든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그는 “대부분 제네시스가 따라가려는 브랜드를 렉서스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인피니티가 더 가깝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기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고, 보도를 통해 그렇게 설명하고 있으니 소식을 전해 듣는 일반 사람들이라면 렉서스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현대차가 제네시스 마케팅을 정말 잘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잘 하고 있었다’라는 것은 차를 잘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마케팅 전술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가 말한 근거들과 연결된다.

“제네시스 모델명 봐봐
인피니티랑 규칙이 똑같아”
그가 첫 번째로 말해준 근거는 ‘모델명 규칙’이다. “제네시스 모델명 보면 인피니티랑 규칙이 똑같다”라며, “제네시스 세단은 알파벳 ‘G’뒤에 십의 자리 숫자를 사용하고, 인피니티 세단은 알파벳 ‘Q’뒤에 십의 자리 숫자를 넣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UV도 마찬가지다. 제네시스는 알파벳 ‘GV’ 뒤에 십의 자리 숫자를 넣고, 인피니티는 알파벳 ‘QX’ 뒤에 십의 자리 숫자를 넣는다”라고 말했다.

표로 보면 이해가 더 쉽다. 인피니티는 세단 라인업 모델명 앞에 알파벳 ‘Q’를 넣는다. ‘Q70’, ‘Q50’ 이런 식으로 모델명이 만들어져 있다. 제네시스는 ‘Q’ 대신 ‘G’다. ‘G90’, ‘G80’, ‘G70’이다. SUV 이름으로 인피니티는 ‘QX’를 쓴다. 제네시스는 이 대신 ‘GV’를 쓴다. ‘QX60’, ‘QX80’대신 ‘GV80’이다.

“제네시스 모델 계획도 봐봐
에쿠스 후속인 G90 빼고
모든 게 맞아떨어져”
그가 말한 두 번째 근거는 ‘제네시스의 모델 계획’이다. 그는 “에쿠스 후속으로 나온 ‘G90’ 말고, 제네시스로서 만들어지거나 새로 만들어질 모델들을 보면 인피니티 모델 라인업과 딱 맞아떨어진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해준 대로 제네시스 모델 계획도와 인피니티 모델 라인업을 맞춰보았다. ‘제네시스 G80’ 자리에는 ‘인피니티 Q70’이 들어가고, ‘제네시스 G70’ 자리에는 ‘인피니티 Q50’이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제네시스 G90’ 자리에는 위에서 말씀드렸듯 들어갈 수 있는 인피니티 모델이 없다.

제네시스는 모델 계획에는 럭셔리 스포츠 쿠페도 있다. 차체 크기와 브랜드 내에서의 위치를 고려하면 이 자리에는 ‘인피니티 Q60 쿠페’가 들어갈 수 있다. SUV 라인업도 살펴보자. 제네시스는 미드 사이즈 럭셔리 SUV로 ‘GV80’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인피니티 QX60’이 들어갈 수 있다. 제네시스는 준중형 크기의 SUV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인피니티 QX50’이 들어갈 수 있다.

단순히 모델 라인업만 보면 “이런 브랜드 많잖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모델명 규칙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같이 생각하면 이 역시 충분히 일리 있게 이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급브랜드들이 이보다 훨씬 많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거나, 아예 소수의 라인업만 갖추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렉서스, 그리고 반대로 어큐라를 생각해보면 감이 오실 것 같다. 현재의 제네시스, 그리고 제네시스가 계획하고 있는 것과 가장 가까운 모델 라인업을 갖춘 브랜드는 인피니티다.

“모터쇼 부스 기억해?
닛산 인피니티 부스와 비슷해
직선 디자인, 주황빛 조명
그리고 깔끔함을 강조하잖아”
사실 모델명이나 라인업 이야기보다 이 근거가 더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그가 말한 건 ‘모터쇼 부스 디자인’이다. 그는 “제네시스 모터쇼 부스를 기억해보면 닛산 인피니티 부스와 정말 비슷하다”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지난 몇 년간 진행된 모터쇼 부스 사진을 찾아봤다. 그 결과 제네시스 부스는 인피니티의 뿌리인 닛산 부스 디자인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가로로 반듯한 직선과 각진 디자인, 그리고 주황빛 분위기와 깔끔함 등으로 두 브랜드가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으로 볼수록 더욱 와닿는다. 사실상 차를 가려놓고 보면 어떤 게 어떤 브랜드 부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위 사진은 이번 서울모터쇼 제네시스 부스와 닛산 인피니티의 작년 부스 사진이다.

“닛산과 인피니티가 반대로 제네시스 부스 디자인을 따라 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질문했는데, “닛산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직선과 깔끔함을 강조했다. 당시 사진을 찾아보면 지금과 비슷한 디자인의 부스를 찾아볼 수 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확인해보니 닛산은 이미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한 2015년, 그리고 그보다 훨씬 이전인 2009년에 특유의 가로 디자인과 각진 조형물을 강조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었다.

제네시스는 신생이지만
현대차는 신생이 아니다
늦은 만큼 서두르는 것도 좋다
오늘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롭게 들리셨을지 모르겠다. 기사 내용을 써내려가며 든 것은 ‘렉서스와 인피니티는 라인업이 정말 다양하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이와 관련된 기사에서 여러 번 말씀드렸듯 제네시스 브랜드는 신생이지만 현대차는 신생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늦은 만큼 서두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탑 기어’나 ‘모터트렌드’, 아니면 ‘더 그랜드 투어’에서 언젠간 제네시스가 만든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가지고 드래그 레이스를 펼치는, 혹은 로드 트립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 시기가 되도록 늦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고, 현대차에게 기대가 큰 소비자들 역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부디 지금과는 달랐던 행보를 가주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무너진 신뢰와 기반을 하루빨리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재정비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 그리고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을만한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오래 곪을수록 터지면 아프다. 오토포스트 국제 모터쇼 특집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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