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경제적인 경차
큰 차 선호주의와 함께 위축
최근 또다시 선택받는 이유는

국내에서 경차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전장 3,600mm, 전폭 1,600mm, 전고 2,000mm 이하의 크기를 지녀야 하며, 배기량은 1,000cc 미만이어야 한다. 귀여운 몸집과 걸맞은 디자인, 그에 따른 운전 편의와 각종 세제 혜택 덕분에 충분히 매력적인 차종이지만, 고속 주행이 쉽지 않고 사고 발생 시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꺼려지는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자동차시장에 만연한 ‘큰 차 선호 주의’에 따라 경차 시장은 자연스레 위축되었고, 소득 수준 향상과 소형 SUV의 흥행, 차박 유행 등 세그먼트 자체의 존재감이 위협받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도로 위 먹이사슬 최하위인 경차가 다시금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김현일 기자

사진 출처 = “프레시안”

경기 침체와 고유가 기조 동반
활용성 겸비해 실속까지 챙겼다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연간 경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13년 18만 1,933대에서 지난 8년간 꾸준히 내림세를 보였고 2020년부터는 10만 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급격한 반등을 통해 11월까지 경차 누적 판매량은 12만 2,453대에 달하며, 중고차 시장에서도 적은 감가율을 보이며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경차 시장의 부활 요인으로는 경기 위축과 치솟은 기름값이 꼽힌다. 외환위기가 도래했던 1990년대 후반에도 현대 아토스와 대우 마티즈가 불티나게 팔렸던 것을 고려하면 불경기와 경차 판매량 사이에는 정비례 관계가 성립한다. 더불어, 현재 시판 중인 경차 모델들은 MZ세대 공략을 위해 각종 첨단 사양과 디자인 요소를 대폭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20·30세대를 끌어낸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 출처 = “현대자동차”

올해 경차 시장 독보적 1위
캐스퍼, 경차의 귀환 견인했다

올해 경차 시장의 부활을 견인한 모델은 판매량 1위인 현대 캐스퍼이다. 캐스퍼는 지난 11월 한 달 동안 5,573대가 팔리며 출시 약 1년여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전체 승용 모델 판매 순위에서도 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연간 누적 판매량은 44,493대에 달한다.

지난달 캐스퍼는 계약 취소 차량이 속출하여 한때 즉시 출고가 가능한 재고 물량이 1천 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즉시 배송 및 할인 이벤트와 신규 트림 ‘디 에센셜’ 출시 효과가 눈에 띄는 실적 증가를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캐스퍼 경차 1위를 기념하여 이번 달 한 달 동안 구매 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사진 출처 = “뉴스핌”

전동화 모델과 PBV까지
넓은 실내 사랑받는 레이

캐스퍼 출시 이전 국내 경차 시장을 호령했고, 지금까지도 넓은 실내 공간으로 사랑받는 기아 레이도 경차 시장 부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 9월, 5년 만에 단행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반전을 노렸던 레이는 11월까지 40,583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캐스퍼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는 경차가 아니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실내 활용도는 경차에서 차박을 가능하게 하며, 그 외 운송업 활용 등 법인 차량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지난달 기아는 ‘레이 EV를 활용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을 진행했고, 163가지의 다양한 PBV 아이디어가 접수되었다고 밝혔다.

스테디셀러의 대표 사례
기아의 최고 실적 모닝

경형 SUV도 아니고 박스카 형태도 아닌 정형화된 경차의 모습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기아 모닝은 브랜드 최고 실적을 보유한 모델이다. 지난달 28일, 기아자동차는 1962년 이후 60년 만에 국내에서 누적 1,5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약 121만 대의 모닝이었다.

모닝은 신흥 강자들에 밀려 올해 11월까지 27,228대의 실적을 올렸는데, 이로써 22.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에 더해, 기아 모닝은 올해 1~8월 중고차 시장에서 무려 29,802대가 거래되며 그랜저 IG와 카니발 등을 꺾고 당당히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스파크는 끝내 단종 수순
경차도 현대차 독점 시장

한때 모닝의 경쟁자였던 쉐보레 스파크는 티코로부터 계승되어 온 약 3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9월을 마지막으로 스파크 생산을 종료했다고 밝혔으며, 재고가 소진될 내년 1분기까지는 판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파크 단종으로 인해 경차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독주 무대가 되었다. 캐스퍼와 레이의 치열한 각축전에 따라 모닝 역시 스파크의 뒤를 밟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캐스퍼와 레이 두 모델 모두 전동화 버전이 예고된 상황인데, 부디 경차에 적합한 가격과 기본 사양이 적용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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