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발효 4개월째
미국 빼고 모두가 반대
우리나라의 대응에 주목

미국 정부가 지난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함에 따라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법안에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 및 주요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사실상 미국 완성차 업계와 미국에 공장을 둔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전기차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차는 당초 2025년으로 목표했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완공 시기를 1년 앞당겼으며 다른 제조사들도 손실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무슨 수를 쓰든 상당한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 각국의 완성차 업체 및 단체들이 미국에 IRA 개정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응을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 이정현 기자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 출처 = “CNN”
사진 출처 = “서울신문”

IRA 발효 전부터 설득
해외 업체에도 도움 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IRA가 발효되기 전부터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보다 빠른 대응에 나섰다. IRA 발효 후에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9월 7일 미국 정부와 협상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9월 16일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강조, 국산 전기차가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설득하며 협의에 들어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8~9월 동안 두 차례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대차 미국 법인의 사업 현황과 판매 전략을 점검하는 등 IRA 대응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을 두고 미국 수입 자동차 협회(Autos Drive America)와 각국 정부는 물론 언론까지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 나갔다. 제니퍼 사파비앙 미국 수입 자동차 협회 대표는 “IRA 이슈가 떠오르자마자 한국 측은 즉시 문제를 부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며 “한국 측의 적극적인 소통 시도가 미국 수입 자동차 협회와 우리 회원사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의사당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현대차 미국 법인

외신도 긍정적 평가
“한국이 가장 솔직해”

미국 매체들도 IRA에 대한 타국의 우려를 보도하며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을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월 “미국 주요 동맹국들이 IRA에 분노하는 가운데 가장 반발이 큰 국가가 한국“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같은 달 블룸버그는 “유럽, 일본 등지의 전기차 제조사들도 IRA의 보조금 차별에 반감을 품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북미 권역 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부가 여러 경로로 IRA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내 인사들과 접촉했고 IRA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확실하게 전달했다”며 “덕분에 우리를 포함한 기업들이 좀 더 수월하게 미국 측과 소통할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푸조 e-208 / 사진 출처 = “Electric Road”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 출처 = “New York Daily News”

EU도 직설적으로 항의
“이건 시장 왜곡 조치”

아울러 지난달부터 미국과 IRA 관련 협의를 시작한 EU 역시 목소리를 높여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IRA의 전기차 보조금은 시장 왜곡 조치“라며 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EU 통상 장관들은 미국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에 “유럽산 전기차들도 캐나다, 멕시코산 전기차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IRA가 프랑스 산업에 큰 피해를 준다”며 직설적으로 입장을 표명했으며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IRA에 관련해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차 앨라베마 공장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유리한 조항은 활용
배터리 업계도 협력

한편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4년 중으로 앨라배마, 조지아 등 현재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 중인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차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세액 공제 혜택 등 IRA 내 인센티브가 될 수 있는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현대차그룹과 GM, 포드 등 완성차 업계와 협력해 미국 내에서 배터리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에너지 생산량과 공급 가격에 따라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현지 설비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기아 EV6 / 사진 출처 = “Autoblog”

네티즌 반응 어땠나
“전 세계를 왕따시킨다”

국내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응원하는 한편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출혈을 줄인다”, “진짜 세액 공제 3년만 유예해도 그 안에 웬만큼 대응할 수 있을 텐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속적으로 항의해야 조금이라도 바뀌지”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참 치졸하다”, “그냥 중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지급 안 하면 훨씬 나을 텐데”, “중국처럼 전 세계를 왕따시키려고 하네”, “아이오닉 5는 미국에서 보조금 못 받아도 나름 잘 팔리던데?”, “미국에서조차 테슬라 탈 바에는 EV6 탄다더라”, “차 잘 만들면 보조금 못 받아도 살 사람은 다 산다“와 같은 댓글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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