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미뤄야겠다…” 틈만 나면 차 바꾸던 한국인들이 보였다는 충격적인 변화

신차 교체 주기 짧던 한국
갑자기 고령차 폭증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원인은?

한국인들은 유행에 민감한 편이다. 휴대폰만 해도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교체하는 소비자들이 많으며 자동차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해외에서는 신차를 구매하면 10년, 10만~20만km 이상 타는 경우가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차령이 10년을 넘기면 주변에서 슬슬 차 바꿀 때가 됐다는 말을 듣게 된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 소비자들의 신차 교체 주기가 풀체인지 주기와 비슷한 5~7년 사이로 보고 있다. 자동차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혹은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의 일부가 된 현재는 페이스리프트 주기인 3년에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온라인 판매가 점점 대중화되고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돼 신차 구매 문턱이 낮아졌다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차령 15년을 넘긴 고령차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 이목을 끈다. 갑자기 흐름이 역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글 이정현 기자

15년 이상 된 고령차
작년 20만 대 증가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에 총 2,550만 3,078대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 출고 후 15년이 지난 차량은 297만 8,460대로 확인된다. 이는 2021년 278만 5,206대보다 7%가량 증가한 수치다. 출고 후 10~15년 동안 운행한 차량도 대폭 증가했다. 2021년에는 531만 4,574대였지만 작년에는 562만 9,697대로 약 6%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고령차 증가세는 그간 보여왔던 흐름과 확연히 달라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017년에는 276만 1,898대였으며 2018년에는 288만 179대, 2019년에는 280만 5,777대, 2020년에는 276만 6,588대로 지난 6년간 270만~280만 대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했지만 작년 갑자기 20만 대 가까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출고 차질이 원인
금리 인상도 한몫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반도체 수급난을 꼽는다. 2021년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따른 반도체 수급난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며 작년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 줄어든 139만 5,297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137만 3,902대를 기록한 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들어 출고 대기가 줄긴 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신차 출고 대기 1년 안팎은 기본이었다. 작년 6월 기아 납기 스케줄에 따르면 쏘렌토 디젤 모델을 주문하면 16개월가량 소요됐다.

또한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오른 금리도 한몫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차량 할부 이율도 급등했는데 지난 16일 기준 현대차 그랜저를 선납 10%, 36개월 할부로 구매할 경우 할부 금리가 6.6~12% 수준이다. 현금 일시불로 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드문 만큼 할부 금리 부담으로 신차 구매 계약을 취소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내구성 좋은 요즘 차
15년 타도 거뜬하다

경제 상황과 별개로 기술의 발전도 고령 차량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차량 노후화가 빨랐던 과거와 달리 내구성이 개선되어 소모품만 제때 갈아줘도 한동안 별다른 이상 없이 운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 8.3년이었던 국내 평균 폐차 주기는 2015년 14.87년으로 대폭 늘었으며 2020년에는 15.59년, 2021년에는 16년으로 상승세를 보인다. 따라서 올해도 고량차가 증가할 전망이다.

네티즌들은 “금리도 금리인데 요즘 신차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쌈“, “멀쩡히 굴러만 가면 오래 타는 게 좋지 않나?”, “수천만 원 주고 산 차 정성껏 관리하면서 수명 다할 때까지 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함”, “08년식 뉴모닝 25만km 넘겼는데 잔고장 없이 잘 타고 다닌다”, “요즘 차들은 관리만 잘하면 50만km도 거뜬함”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정현 기자  |  carl@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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