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만큼 부와 재력을 드러내기 좋은 소비재가 또 있을까. 겉으론 아니라고 하면서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엔 남들에게 보이는 시선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무리해서 수입차를 구매하기도 하며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겉으로 보이는 그 모습을 포기하지 못하는데 이런 부류들을 ‘카푸어’라고 부른다.

카푸어들은 기본적으로 재력이 넉넉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입차를 구매할 때 신차가 아닌 중고차를 구매한다. 2020년 현시점 5년 정도가 지난 수입 중고차 매물들을 살펴보면 국산 준중형 차인 아반떼 가격으로도 살 수 있는 차량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이런 수입차들을 구매했을 때 실질적으로 드는 유지비는 얼마 정도가 나올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5년 된 BMW 520d 중고차를 구매했을 때 들어가는 유지비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자동차를 사서 유지한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카푸어들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선사하는 자동차는 점점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자동차를 구매하고 유지하기 위해선 일정한 월수입이 있거나 목돈이 있지 않다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렴한 경차를 구매하더라도 초기 비용은 1천만 원 이상이 들어가며 요즘은 사회 초년생들도 아반떼나 소형 SUV들을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대부분 첫 차 구매에 소요되는 비용은 2천만 원이 넘는다. 따라서 연간 유류비와 보험료, 세금 등 기타 경비들을 합치면 못해도 평균적으로 차에 들어가는 비용은 500만 원 이상일 것으로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소비자라면 사실 차를 운용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진=교통신문)

자동차를 사서 유지하려면 빠듯한 생활을 해야 하니 이를 포기하고 불편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회 초년생들도 많다. 아니 많은 게 아니라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젊을 때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재력이 넉넉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능력 범위를 벗어난 고급차나 수입차를 구매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수입이 좋아 정상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전혀 문제가 없으나 빠듯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수입차를 포기하지 못하는 카푸어들이 문제다. 물론 책임은 언제나 본인의 몫이지만 대부분 인생이 망가지거나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 이런 사례들을 보면 합리적인 소비의 중요성을 깨닫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첫 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고민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사회 초년생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잡아 알뜰한 소비생활을 하여 목돈 3천만 원 정도를 모았다고 가정해본다.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제는 결혼 같은 미래도 생각해야 하고 그동안은 차가 없이 버텨왔으나 이제는 자동차의 필요성을 느낄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모은 목돈 3천만 원을 이용하여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보면 여러 가지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3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라면 아반떼를 구매하고 나머지 비용은 차량 유지에 드는 기타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소비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3천만 원을 온전히 차값으로 소비하려는 생각에 등급이 더 높은 차를 바라보게 되고 한술 더 떠 예산을 조금만 더 높이면 고급차나 수입 엔트리급 모델들이 가시권에 들어온다는 사실에 “나도 한 번 사볼까”라는 혹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새 차가 아닌 중고차 시장으로 눈길을 살짝 돌려보니 출고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상태가 좋아 보이는 수입차들도 생각했던 것보단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아 이 정도면 수입차도 한 번쯤 타보고 싶은 용기가 또 생기기 시작한다.

4년 정도 지난 중고 BMW 5시리즈들이 적게는 천만 원 대부터 2천만 원 대로 형성되어 있는 중고차 시세를 보면 사실 어떤 소비자든 유혹의 손길이 한 번쯤은 다가가게 될 것이다. 과연 재력이 그렇게 넉넉지 않은 소비자가 이런 중고 수입차들을 구매하면 현실적으로 들어가는 유지비는 얼마 정도가 나올까?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판매된 6세대 5시리즈다
오늘의 주인공은 코드네임 F10 BMW 5시리즈다. 2010년 최초 등장하여 2017년까지 판매된 6세대 5시리즈인 F10은 한때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BMW 화재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정말 많이 팔린 5시리즈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함께 수입차 2대장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며 520d는 연비와 퍼포먼스도 동급 최고 수준을 보여주어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왔다. 당시 많이 판매되었던 모델인 만큼 2020년 현시점 중고매물로도 수많은 차량들이 존재하는데 이중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중고차를 구매하면 실질적인 유지비는 얼마 정도가 들어갈까?

천만 원부터 2천만 원 후반까지
다양한 매물 가격대
먼저 차를 구매하기 위해 매물을 살펴보았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7년 동안 생산된 차량이다 보니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중고차 가격의 차이가 꽤 컸다. 오래되고 킬로수가 많은 모델은 천만 원대로도 구매할 수 있었으며 비교적 상태가 좋은 5년이 지나지 않은 모델들은 대부분 2천만 원 중후반대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너무 오래되거나 킬로수가 많은 차량을 구매하면 보증기간이 끝났기 때문이 이후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아 매물 후보에서 제외하였다. 실제로 구매한다 생각하고 좋은 매물들을 추려본 결과 가격과 상태가 모두 괜찮은 차량을 찾는데 성공했다.

선택한 매물은 2016년 5월식 520d M 에어로 다이나믹 모델로 약 4년 정도가 지난 매물이다. 주행거리는 10만 킬로 수준으로 연식을 감안한다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M 에어로 다이나믹 모델이기 때문에 M 스타일 범퍼가 적용되어 있어 특히 젊은 층이 더 선호하는 매물이기에 선택해 보았다.

절묘하게 아반떼 신차 풀옵션 가격과 비슷한 2,570만 원이었기에 비교 대상으로도 적절했다. 차량 상태는 당연히 진단 결과 무사고 차량으로 선택하였다. 실내 관리도 깔끔하게 잘 되어있어 당장 사서 타도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차량 구매 후 드는 가장 큰 초기 비용은 자동차세와 보험료다. 먼저 자동차세를 알아보자. 현재 대한민국 자동차세는 내연기관의 경우엔 배기량으로 세금이 매겨지고 있어 1,995cc인 520d는 연간 51만 8,700원의 자동차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만약 배기량이 더 높은 530d 같은 모델을 구매한다면 차량 가액과는 상관없이 자동차세는 그에 맞게 더 올라간다.

20대 후반을 기준으로 보험료는 얼마 정도를 지불해야 할까. 먼저 보험료 산정 기준은 이렇다. ▲대인배상 I은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 법 한도에 맞춰 산정했고, ▲대인배상 II는 무한으로 설정했다. ▲대물 배상은 10억 원, ▲자기신체사고와 자동차 상해시 사망후유 장애 2억과 부상 3천만 원, ▲자기 차량 손해 자기부담금은 손해액의 20%, 최저 20만 원, 최고 50만 원, ▲무보험차 상해는 5억 원으로 설정했다.

가끔 대물 한도를 5억으로 설정하여 가입하는 소비자들도 꽤 많은데 연간 보험료 차이가 몇만 원 정도밖에 나지 않으니 혹시나를 대비해 대물 한도는 가능한 높게 맞춰놓는 것이 좋다. 보험료를 산정해보니 자차를 포함하여 연간 318만 9,410원이 나왔다. 아반떼급 준중형차 보험료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절대 권장하진 않지만 만약 자차를 빼버린다면 어느 정도일까. 다들 잘 아시다시피 자동차 보험에서 가장 높은 금액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자차보험이다. 2016년식 BMW 520d 모델의 자차보험을 제외하니 보험료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156만 원 정도가 된다.

이러면 국산 준중형 차를 신차로 샀을 때와 비슷한 수준인데, 자차보험을 가입하지 않을 시 사고가 나더라도 파손된 내 차에 대한 보험처리를 전혀 받을 수 없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특히 수입차라면 작은 사고에도 수리비가 수백만 원 이상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자차보험은 필수다.

좋은 중고차를 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구매 전 파워트레인 상태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보증기간이 끝났고 10만 km 정도를 주행한 차량이기 때문에 이제 어느 정도 소모품 교환이 필요한 시기가 되어 잔고장이나 부품 교환이 필요할 수도 있다.

520d의 경우엔 비교적 고질병이 적은 편에 속하는 수입차이지만 엔진오일 누유는 꾸준히 많은 차량들에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차량을 구매할 때 잘 체크해야 한다. 만약 차를 타다 운이 없어 동력 계통에 큰 고장이 생긴다면 하루아침에 적게는 몇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카푸어로 보이기 딱 좋은
주변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사실 잔고장이나 큰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중고로 BMW 520d 같은 수입차를 구매해서 타더라도 초기 구매 비용과 세금, 보험료를 일시불로 모두 해결한다면 크게 유지비가 들어갈 부분은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모품 교환 비용들도 국산차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한 부담 정도를 인지해야 한다.

요즘은 사설 수리센터들도 많으며 특히 인기가 많고 많이 판매된 5시리즈 같은 경우엔 보증기간이 끝났다면 굳이 공식 서비스센터를 갈 필요가 없으므로 정비와 유지 보수 측면에서도 크게 불편할 것은 없다. 다만 언제든 고장이 나서 큰돈이 들어갈 수 있다는 부담감과 젊은 나이에 5시리즈 중고차를 샀다면 카푸어로 보이기 딱 좋으니 이런 주변의 시선들만 잘 견뎌낼 수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해 봐도 크게 문제는 없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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