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그랜저가 지난해 11월 공개될 당시 소비자들은 “너무 못생겼다”, “그랜저와 안 어울리는 디자인”, “요즘 현대차 디자인이 왜 이러냐?”등 대체로 좋지 못한 평가를 내렸었다. 게다가 가격이 비싸져 트림과 옵션을 넣으면 4천만 원은 기본이고 풀옵션을 선택하면 거의 5천만 원에 도달한다.

혹평 받는 디자인, 비싸진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기존보다 더 늘었다. 출시 이후 2월을 제외하고 월 판매량 1위를 놓치지 않는 저력을 보였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더 뉴 그랜저가 국내에서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기자

월평균 1만 대 이상
역대 최고 수준
더 뉴 그랜저가 베스트셀링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 7,294대가 계약되어 당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12월 9,843대, 올해 1월, 9,186대로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월은 7,519대로 판매량이 떨어져 포터에게 1위를 내줬다가 3월에는 1만 6,586대, 4월 1만 5천대로 반등했다. 참고로 모든 판매 수치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포함되어 있다.

1월부터 4월까지 더 뉴 그랜저의 판매량은 4만 8,3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했다. 이번 달 중으로 6만 대를 넘길 것으로 보이며, 현재 추세라면 현대차가 올해 판매 목표로 제시한 11만 대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SUV 선호도 증가에도 그랜저를 찾는 고객들이 꾸준하다”면서 “출고량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랜저를 계약하면 트림에 따라 최대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30년 이상 이어져온
그랜저의 이름값
그렇다면 국내에서 그랜저가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는 30년 이상 이어져 온 그랜저의 이름값이다. 그랜저는 1986년 출시 당시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출시되었다. 가격은 1,690만 원부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아파트 한 채에 버금가는 매우 비싼 가격이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아파트 한 채가 도로에 돌아다니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당시 그랜저는 부의 상징이자 성공의 상징으로 통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다이너스티, 에쿠스, 제네시스, 아슬란 등 그랜저보다 상위 모델들이 출시되어 과거보다 포지션은 내려갔지만 여전히 고급차 라인업에 속하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이름값은 국내 시장 안에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현재 상위 모델인 G80과 G90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랜저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고급차로서 크게 인정받고 있으며, 쏘나타와 비교할 시 대중차와 고급차를 가르는 큰 차이로 인식되기 때문에 조금 무리하더라도 그랜저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특히 그랜저가 가지는 네임밸류는 동급 모델인 기아 K7보다 훨씬 잘 팔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K7은 4,772대가 판매되었는데, 그랜저의 3분의 1 수준이다.

고급차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의 변화
두 번째는 고급차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그랜저와 같은 준대형 차는 부장급 이상들만 몰고 다닌다 또는 아빠 차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다. 그렇다 보니 그랜저를 살 만한 돈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라도 사회적 인식으로 중형차 이하 모델들을 구입했다.

그러나 2010년을 기점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졌으며, 사회적 인식도 많이 변해 그랜저를 구입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났다. 현재 그랜저 전체 연령대 중 20~30대가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중장년층 비율이 높지만 20~30대 오너들도 무시하지 못할 비율로 많이 늘어난 것이다.

그랜저를 대적할
경쟁 모델이 거의 없다
그랜저에 대적할 만한 경쟁 모델이 거의 없는 것도 그랜저의 인기 이유 중 하나다. 중형차 시장만 해도 쌍용을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물론 SM6와 말리부의 판매량은 쏘나타, K5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상품성 개선을 통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준대형 차 시장은 사실상 그랜저 독점 체제다. 임팔라와 SM7은 저조한 수요로 단종되었으며, 현재 남은 경쟁 모델은 K7뿐이다. 그렇다 보니 그랜저 또는 K7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준대형 차 주 수요층인 중장년층은 네임밸류가 훨씬 높은 그랜저를 주로 선택하다 보니 그랜저 판매량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동일 가격대에 있는 수입차의 기세도 꺾였다. 그랜저 수요를 흡수하던 3~4천만 원대 수입차인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의 판매가 줄어들어 이젠 반대로 수입차 수요를 그랜저가 흡수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그랜저 인기에 한몫
그랜저는 배기량이 높다 보니 자동차세와 유류비가 많이 든다. 물론 기술 발달로 인해 공인연비가 많이 높아졌긴 했지만 여전히 시내에서는 연비가 최악이라는 후기가 많다.

이러한 준대형 세단의 단점을 보완한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도 인기가 매우 뜨겁다. 세제혜택과 연비 강화를 장점으로 내세워 올해 4월까지 9,775대가 판매되어 1만 대 고지를 앞뒀다. 하이브리드 차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 실적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 전체 그랜저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의 비율은 22.8%를 차지하고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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