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캐딜락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이 현대기아차와 비교되곤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비교를 당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토요타, 렉서스 등 수입 브랜드에서 신차를 내놓으면 현대기아차와 비교 구도가 형성된다.

비교 기준은 다양하다. 가성비가 되기도 하고, 운동 성능이 되기도 하고, 디자인이 되기도 하며, 옵션 장비가 되기도 한다. 캐딜락은 최근 ‘CT6’ 부분변경 모델을 한국 시장에 공개했다. ‘제네시스 G90’와 유독 나란히 보이던 자동차 중 하나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캐딜락 CT6’ 부분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이들에게 기대하는 행보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사진 박준영 기자

경쟁 시장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모든 수입 브랜드들이 국산 브랜드와 비교되는 것은 경쟁 시장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자동차 시장은 더욱 그렇다. 국산 브랜드가 가장 많이 팔리고, 그에 따가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비교하기 좋다.

현대기아차보다 잘 팔리는지, 얼마나 더 비싼지, 옵션 장비는 어떻게 다른지, 디자인은 더 좋은지, 운동 성능은 어떤지, 좀 더 길게 보면 내구성은 얼마나 더 좋은지도 판단할 수 있다. 순수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는 그저 하나의 기준으로만 보면 된다. 어떤 게 더 좋다 나쁘다고 평가하기 위함이라기보단 선택을 위한 비교일 뿐이다.

판매량 만으로 평가한다?
한국에서 캐딜락이 안 팔리듯
미국에선 현대차도 안 팔린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판매량만으로만 비교하거나 평가한다면 전혀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없다. 간단히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서 ‘캐딜락’이 안 팔리는 것처럼, ‘미국’에선 ‘현대차’가 잘 안 팔린다.

한국에서 한국 브랜드의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당연하듯 미국에서도 미국 브랜드의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당연하다. 판매량 자료를 근거로 살펴보자.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자동차는 ‘현대 싼타페’,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자동차는 ‘포드 F-시리즈’ 픽업이다. 참고로 지난해 북미 판매량 상위 20위 권에 현대기아차는 없었다. 모두 미국 브랜드와 일본 브랜드가 차지했다. 상위 3개 차종은 모두 미국 브랜드 픽업트럭이었다.

같은 한국지엠이지만
쉐보레와 많이 다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선 상대적인 시선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절대적인 시선이 빠져선 안된다. 우리는 자동차 제조사의 절대적인 행보를 유심히 들여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한국 브랜드든 해외 브랜드든 말이다. 같은 한국 지엠이지만 캐딜락은 쉐보레와 다르게 꾸준히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쉐보레의 판매 실적 동향을 살펴보자. 쉐보레는 2014년 15만 4,360대로 시작하여 2015년엔 15만 8,423대, 그리고 2016년에는 18만 267대로 절정을 찍었다. 그러다 2017년에 13만 2,378대로 곤두박질친 것에 이어 2018년에는 10만 대 경계에서 추락하여 9만 3,317대를 기록하였다. 요인은 다양하다. 크게 군산 공장 사태, 뒤늦은 신차 도입 타이밍, 애매한 경쟁력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캐딜락은 꾸준히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504대로 시작하여 2015년 886대, 2016년 1,102대, 2017년 2,008대, 2018년에는 2,101대로 꾸준히 판매량이 오르고 있다. 같은 한국지엠이지만 결과와 행보는 쉐보레와 상반된다.

볼보가 ‘XC90’을 통해 이미지 변신과 재도약을 이뤄냈듯 캐딜락은 CT6를 시작으로 이미지 변신과 재도약을 이뤄내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타깃층을 넓혔고, 적절한 포지션을 공략하여 절대적인 성장이 진행 중이다. 관련 이야기는 뒤에 자세히 나온다.

1. 적극적인 신차 도입
올해 XT6와 CT5도 나온다
쉐보레와 달리 캐딜락이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신차 도입이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11일에 공개한 CT6 부분변경 모델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지 1년여 만에 국내에 들어온 것이다. 쉐보레는 ‘이쿼녹스’를 미국 공개 2년이 지난 뒤에야 국내에 도입했고, 팰리세이드가 출시된지 한참이 지났지만 ‘트래버스’는 아직 소식조차 없다.

CT6 부분변경 모델 론칭 행사에서 캐딜락코리아 김영식 대표이사는 “올해 하반기에 ‘XT6’와 ‘CT5’도 출시할 예정이다”라며, “신차 도입을 통해 전체적인 판매량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 말했다. 최근 ‘BMW X7’을 시작으로 럭셔리 대형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과 소비가 늘고 있다. 캐딜락이 적절한 시기에 신차를 도입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2. 독일차와 국산차 사이
틈새 공략이 좋았다
독일차를 선택하자니 부담스럽고, 국산차를 선택하자니 아쉬운 소비자들을 잘 공략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인데, 제네시스와 가격 범위가 많이 겹치는 것도 적절한 공략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캐딜락 CT6 3.6’ 모델의 최저 기본 가격은 8,880만 원, 최고 기본 가격은 1억 322만 원이다. 취득세 등을 고려했을 때 나오는 최저 실구매 가격은 9,556만 990원, 최고 실구매 가격은 1억 1,107만 2,280원이다.

‘제네시스 G90 3.8’ 모델의 최저 기본 가격은 7,706만 원, 최고 기본 가격은 1억 995만 원이다. 옵션 가격은 트림별로 최대 953만 원까지 발생한다. 취득세 등을 고려했을 때 나오는 최저 실구매 가격은 8,293만 2,390원, 최고 실구매 가격은 1억 2,360만 4,150원이다. 최저 실구매 가격은 ‘CT6’가 약 1,260만 원 비싸고, 최고 실구매 가격은 ‘G90’이 약 1,250만 원 비싸다.

3.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내실을 갖추기 시작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과거엔 캐딜락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링컨 역시 캐딜락과 비슷한 아쉬움이 있는 브랜드였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내실이 부족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들은 겉치레에 불과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게 평가받는 중이다.

링컨은 ‘에비에이터’를 시작으로, 그리고 캐딜락은 ‘XT6’를 시작으로 브랜드 특유의 정체성을 잘 이어감과 동시에 보기 좋은 디자인 요소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공감이 부족한 고집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적절히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혁명 수준은 아니지만 절제된 틀 안에서 자신들의 색깔을 과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이들은 겉치레에서 벗어나 내실을 갖추기 시작했다. 미국 브랜드들은 그간 자신들에게 주어진 적절한 포지션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

미국 브랜드들은 값비싼 독일 프리미엄보다 낮고, 일본의 프리미엄 브랜드보단 높은 중간 포지션을 잘 타게팅 할 수 있었으나 지금까지 그들에게 밀리기만 했다. 내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으로 따지면 위에서 언급한 한국 프리미엄 브랜드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가 되겠다.

이들은 볼보처럼 내실을 갖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도약에 나섰다. 과거의 볼보는 제레미 클락슨과 같은 해외 저널리스트들이 “나이 든 교수들이나 타는 차”라고 평가하는 브랜드였다. 그러나 디자인 변화를 통해 ‘차세대 럭셔리’를 이뤄내기 시작했다.

캐딜락과 링컨 역시 차세대 럭셔리를 실현하기 시작했다. 가죽, 목재, 알루미늄 등을 정교하게 다루고, 고급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 특유의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1. 신차 도입만큼
다양한 선택지도 필요
아직 2% 부족한 선택지
물론 모두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도 아쉬운 몇 가지가 존재한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아직 선택지가 2% 부족하다는 것이다. 모델은 다양한데 세부 트림 선택지가 부족하다. 이번 CT6도 마찬가지다.

CT6는 부분변경되면서 ‘3.6 가솔린’ 모델만 남게 되었다. ‘스포츠 플러스’ 트림을 도입했다는 것은 모험적이고 적극적이라 볼 수 있으나, ‘2.0 터보’, ‘하이브리드’ 등의 다른 파워 트레인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다.

2. 실효성 있는
소비자의 ‘진짜’ 니즈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는 소비자의 진짜 니즈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이자 바람이다. 위 1번 내용과 이어진다. 이번 CT6의 선택지가 2%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CT6의 판매 비율이 말해준다. “나오면 산다”라는 말과 달리 실제 판매량이 보여주는 증명된 소비자 니즈가 존재하는데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한 해 CT6는 총 951대가 판매되었다. 그중 ‘3.6 가솔린’ 모델은 465대, ‘2.0 터보 가솔린’ 모델은 486대가 판매되었다. 비율로 따지면 각각 49%와 51%다. 즉, 적어도 2.0 터보 모델 정도는 다시 들여와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2.0 터보 가솔린 모델을 선택하려 했던 소비자들이 모두 빠지게 된다. 지난해 판매량에서 반 토막이 날아간다고 생각해보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2.0 터보 엔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소비자의 니즈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한 판매 전략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중간을 지키는 자의
치열한 전투가 필요하다
아마 쌍용차가 한국 자동차 브랜드에서 빠진다면 재미없는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코나’를 견제할 수 있는 자동차는 ‘티볼리’, ‘팰리세이드’를 견제할 수 있는 자동차는 ‘렉스턴’, 그리고 국산 픽업트럭은 ‘렉스턴 스포츠’가 유일하다.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 및 쉐보레 사이에서 쌍용차는 재미있는 방관자 역할을 한다. 견제와 경쟁을 동시에 하고 있는 브랜드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캐딜락’이나 ‘링컨’이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빠진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값비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국산 브랜드가 아쉬워 선택을 망설이는 이들에겐 좋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이 경쟁하면 소비자가 웃는다. 한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적절한 견제와 경쟁을 이어가길 바란다. 위에서 보았던 상승 곡선이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적어도 소비자에게 “캐딜락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잘 피력했다면 말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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