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9일) ‘쌍용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 미디어 시승 행사가 있었다. 박준영 기자가 쓴 시승기가 이 기사 발행 몇 시간 전쯤 나왔고, 나는 다른 내용을 다룬다. 시승 행사장은 좋은 기회가 여럿 있다. 그중 가장 좋은 것은 제조사 관계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최근 나는 지프 코란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과 방법으로 독자분들께 이야기를 전해드렸다. 가장 최근에는 <지프 코란도가 부활한다면, 지프 코란도가 성공한다면>이라는 주제로 라면 논평을 이어갔다. 쌍용차 관계자도 이 글을 보았고, 그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시승 행사 시작 전 잠깐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오늘 오토포스트 탐사플러스는 지프 코란도 부활에 대한 쌍용차 생각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김승현 기자
판매량 견인 담당은
티볼리, 렉스턴 스포츠, 투리스모
이미지 견인 담당은 지프 코란도
인터뷰 내용에 앞서 얼마 전 보내드린 라면 논평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최근 쌍용차는 티볼리 상품성을 신형 코란도 급으로 올려놨다. 신형 코란도에 들어간 구성을 기본 혹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중심 내용은 “경영과 개발을 위한 판매량 견인은 ‘티볼리’, ‘렉스턴 스포츠’가 이미 안정적이고, 얼마 뒤 출시될 ‘코란도 투리스모’까지 가세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을 대표하는 SUV 전문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는 지프 코란도 부활을 통해 하면 어떨까”라는 것이었다. 즉, 판매량 견인 역할, 그리고 마니아층을 위한 이미지 견인 역할을 나눌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중심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쌍용차 관계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
“장기적으로 보면 필요하다”
“마힌드라 차 들여올 가능성은…”
[기자]
최근 저희 기사를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관련 이야기가 좀 나오다가 요즘 신형 코란도가 출시되면서 ‘지프 코란도’ 부활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한 번 떠오르고 있는데, 이렇게 직접 관련해서 여쭤보는 건 처음입니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 : 네. 쌍용차 내부적으로도 신형 코란도 개발 과정부터 시장 조사도 많이 하고, 깊게 고민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 지프 코란도 부활에 대해 쓰신 글도 잘 보았습니다.]
[기자]
예. 결론을 너무 빨리 여쭤보는 것 같은데, 지프 코란도 부활 가능성이 있습니까?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 : 사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오토포스트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기업 입장에선 모험이자 부담이 크죠. 지금 쌍용차 판매량이 많이 올랐지만 아직 개발 비용이나 여타 다른 것을 새롭게 마련할 정도로 안정화된 것이 아니라 부담이 큽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쌍용차가 SUV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려면 필요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습니다.]
[기자]
예. 저도 마냥 모험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새로 출시한 티볼리를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티볼리에 판매량을 집중하겠다”라는 의지가 유독 돋보였는데, 상품성을 그만큼 또 강조를 하셨고, 신형 코란도 판매량은 월 1,500대 정도 나오고 있고요. 글에서 보셨듯 사실상 지금 코란도 판매량 정도는 역할 분담을 실행해도 될만한 수준이라고 보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코란도가 지프 형태로 나왔을 때도 월 1,500대 판매가 어려울까요?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 : 단순히 소비자들이 도심형 SUV를 많이 선택하실지, 정통 SUV를 많이 선택하실지 생각해보시면 절반 이상 답이 나오실 것 같습니다. 지프형 SUV가 이미지를 심기에는 좋지만 수요층이 한정되어 있고, 그만큼 차량을 바꾸는 주기도 다른 차량들에 비해 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희 상황으로서는 수요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느냐가 중요한데, 월 1,500대가 몇 년 동안 유지되는 것과 몇 개월만 유지되는 것은 지금 쌍용차 입장에선 많이 다릅니다.
[기자]
지금으로서는 지프형 SUV 수요층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또 한편으로는 완전히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큰 과제도 있고요.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 : 그렇습니다. 정통 지프형 SUV인데 도심형 SUV 프레임을 그대로 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필요성은 느끼지만 지금으로서는, 쌍용차 규모나 상황으로서는 지적하신 것처럼 모험이자 리스크죠.
[기자]
잘 알겠습니다. 약간 다른 쪽으로 보는 분들도 계십니다. 일각에선 “쌍용차 모회사가 마힌드라이지 않느냐. 마힌드라는 SUV 전문 브랜드인데 마힌드라 차를 들여와 판매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보는 분들도 있더군요.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마힌드라하고 이런 이야기가 있기도 했었는지요?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 : 마힌드라가 아무래도 SUV 전문 브랜드이고, 이미 지프 형태 모델들도 판매하고 있어서 저희도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도 나눠봤습니다. 그런데 마힌드라 자동차를 들여와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첫째는 가격보다 문제인 것이 인도 시장하고 한국 시장 차이인데요. 한국 소비자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아무리 인도에서 가장 큰 SUV 전문 브랜드가 만든 자동차라 하더라도, 아마 그대로 들여오면 “무슨 이런 차를 파느냐”라고 질책하실 겁니다. 둘째는 환경 규제인데,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힌드라 엔진은 유로 4 환경 규제에 맞춰져 있는 수준입니다. 국내에 들여오려면 유로 6 기준으로 새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죠. 상품성 부분에서 거의 모든 것을 바꾸고, 엔진도 대대적으로 재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차를 내놓는 수준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GM이나 르노는 차를 그대로 들여와 팔아도 되지만 마힌드라 차는 한국 소비자들 눈높이에 충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기자]
알겠습니다. 맨 처음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그러니까 부활 가능성이 있다는 여지를 답변으로 주신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프 코란도 부활 가능성이 있다면, 쌍용차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성장해야 실현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 : 저희도 말씀해주신 것처럼 장기적으로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린 건 말 그대로 지금 상황에선 당장 불가능하다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 쌍용차 평택 공장 가동률이 60에서 70% 내외 정도 되는데, 공장 가동률 100%가 된 뒤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때쯤 지프 코란도도 가시화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코란도’라는 브랜드가 중요한 것을 알고, 소비자 요구가 계속 있고, 쌍용차가 줄 수 있는 전문 SUV 브랜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습니다.
[기자]
예. 공장 가동률 관련해서 저희가 자료를 좀 더 찾아본 다음에 내용을 덧붙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갑작스럽게 요청을 드렸는데,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평소 이와 관련해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 내용이 많은 분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 : 감사합니다.]
싼타페급 준대형 SUV
2020년 출시가 행보 바꿀까
인터뷰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지프 코란도 부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단, 관계자가 말한 첫 번째 전제는 ‘공장 가동률 100%’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쌍용차 평택 공장 가동률은 70% 내외를 왔다 갔다 한다. 현대차와 조금 다른 점은 물량이 밀려있지만 인력이 부족하여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인력 증원이 첫 번째 과제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공장 가동률 100%는 2020년 전후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 머지않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쌍용차가 밝힌 목표치와 신차 계획이다. 올해 초 쌍용차는 연간 판매 목표를 16만 3,000대로 잡았다. 작년보다 2만 대 정도 높인 것이다.
이와 함께 2020년에는 준대형 SUV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코란도보다 차체가 크고, 렉스턴보다는 작은 D 세그먼트 자동차다. 싼타페, 쏘렌토 정도 크기다. 쌍용차는 이를 위해 평택 기술 연구소에 2020년을 목표로 차체 구조, 플랫폼 등을 우선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코란도 투리스모’ 세대교체 모델 출시도 예정되어 있어 티볼리, 렉스턴 스포츠 등 기존 판매량 견인 모델 상품성을 잘 유지한다면 공장 가동률 증가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공장의 연간 생산 가능 규모는 25만 대다.
다른 국산차 제조사들에게 바라는 것과 약간 결이 다르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요구와 희망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쌍용차만이 가져갈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도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간 시장 경쟁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시장 경제에서 ‘독점’은 소비자에게 그리 좋지 못하다. 다른 경쟁 기업이 있어야 더 합리적인 가격, 더 좋은 품질, 더 빠른 소비자 요구 반영을 위해 기업들 스스로가 노력한다. 다양한 경쟁이 있어야 다양한 선택지가 나올 수 있다. 소비자는 소비자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원한다. 오토포스트 탐사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