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 그랜저가 일으킨 지각변동이 놀라웠다. 사전계약 11일 동안 3만 2,000대가 넘는 계약을 이뤄내더니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량 1위까지 차지해버렸다. 출시 후 지난 7월까지 무려 10만 2,057대가 팔렸다. 그러나 많이 팔린 게 이상하리만큼 많은 결함이 터져 나왔다. 2.5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엔진의 엔진 오일 감소 현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최근 현대차가 이에 대한 무상수리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해결 방법이 조금 황당하다. 심지어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K7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일각에서는 “차별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엔진 오일 감소 현상에 대한 현대차의 황당한 해결 방법과 계속되는 논란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원섭 에디터

(사진=그랜저 동호회 ‘그랜저 멤버스’)

“1,000km 주행 후 절반으로 감소”
그랜저의 심각한 엔진 오일 감소 현상

그랜저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주들 사이에서 “엔진 오일이 감소하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약 1,000km 주행 후 엔진 오일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약 3,000km를 주행한 후에는 엔진 오일이 상당 부분 줄어들어 게이지에서 발견되지 않는 현상도 발생했다.

오래된 차도 아니고 신차에서 엔진 오일이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현대차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차주들은 원인도 모른 상태에서 엔진 오일을 계속 보충해야만 했다. 현대차가 모르쇠로 일관하자 차주들은 신속한 원인 규명과 정확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현대차의 한결같은 태도는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진=오토포스트 독자 ‘노현준’님 제공 | 무단 사용 금지)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K7 프리미어에서도 발생

엔진 오일 감소 현상은 비단 그랜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랜저보다 먼저 출시되었고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K7 프리미어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해당 문제를 경험한 차주들은 기아차 서비스 센터에 방문했지만 같은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

같은 문제를 경험한 차주들이 무리를 지어 서비스 센터에 방문해보기도 했지만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이 없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무책임한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5 스마트스트림은 피해야 한다”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심각한 엔진 오일 감소 현상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약명 높은 엔진이 되어버린 것이다.

엔진을 보호하는 역할
계속 감소하면 안전에도 영향

엔진 오일은 정말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엔진이 작동되면서 실린더 내벽과 피스톤 사이에는 상당한 마찰이 일어난다. 마찰로 인해 엄청난 열도 함께 발생한다. 엔진 오일은 이러한 마찰로 인한 엔진의 손상을 막아준다. 일종의 윤활유 작용을 하는 것이다. 발화점이 낮기 때문에 엔진 내부의 열을 흡수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이유로 엔진 오일이 감소하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실린더와 피스톤의 마찰을 줄여주지 못하면서 엔진의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엔진 내부의 열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엔진 오일이 안전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묵묵부답
국민청원까지 등장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현대차는 입을 꾹 다물었다. 서비스 센터에 문의해도 “본사로부터 내려온 지침이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원인을 몰라 수리를 할 수도 없으니 차주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현대차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해당 문제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하기도 했다. 비록 청원은 참여인원을 채우지 못한 채 종료되었지만 차주들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대변해 주었다. 한 차주는 “플래그십 세단에서조차 결함이 나오고 제대로 해결하지도 않으니 현대차를 믿을 수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클럽 K7 ‘고양KNaDA’님)

엔진 오일이 감소하는데
엔진 오일 게이지를 바꿔주겠다?

최근 그랜저에 대한 무상수리가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9년 11월 7일부터 2020년 8월 10일 사이에 생산된 그랜저 5만 5,163대에 대한 무상수리가 실시된다고 한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국토부가 나서자 드디어 현대차가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무상수리의 내용이 황당할 따름이다.

“엔진 오일 주입량 및 엔진 오일 게이지의 정합성 평가가 미흡하니 이를 조치하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를 접한 소비자들은 “엔진 오일이 감소하는데 엔진 오일 게이지를 수리하겠다는 건 결함을 감추려는 거냐”라며 분노하고 있다.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로 대응하는 것도 모자라 생뚱맞은 부품을 수리해 주겠다고 하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이미 ‘1차 베타테스터’가 된 차주들
‘2차 베타테스터’로 만들어 버린 꼴

무상수리를 직접 경험한 그랜저 차주들은 하나같이 ‘엔진 오일 봉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엔진 오일 감소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센터에 방문하자 “엔진 오일을 봉합하고 4,000km 주행 후 방문하면 다시 확인해보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엔진 오일 감소 테스트를 차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행위인 것이다.

이미 다양한 결함을 경험하면서 ‘베타테스터’가 되어버린 차주들에게 ‘2차 베타테스트’를 제안하는 꼴이니 차주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결함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해결은 당연히 제조사의 몫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를 소비자들에게 맡기는 일이 자주 있는 듯하다. ‘1차 베타테스터’ 논란에 이어 ‘2차 베타테스터’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같은 엔진, 같은 현상이어도
K7에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현대차그룹은 같은 엔진을 공유하면서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K7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같은 결함이 발생했지만 ‘그랜저는 무상수리, K7은 묵묵부답’이라는 것이다. 결국 K7 차주들은 “왜 우리만 차별하냐”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K7 차주들은 아직 1차 베타테스터니 다행이다”라는 자조적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랜저 차주들은 2차 베타테스터가 되었지만 K7 차주들은 아직 1차 베타테스터라는 말이다. 한 소비자는 “같은 회사가 같은 엔진에 대해 다른 대처를 한다는 것은 해결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라는 일침을 날리기도 하였다.

(사진=오토포스트 독자 ‘노현준’님 제공 | 무단 사용 금지)

서비스 센터에 가서 요구하면
무상수리해 준다는 후문까지

K7 프리미어 동호회 등에서는 황당한 후문까지 들리고 있다. 서비스 센터에 방문하여 엔진 오일 감소 현상에 대한 해결을 강하게 요구하면 그랜저와 같은 무상수리를 실시해 준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그랜저에 대해서는 모든 차주에게 무상수리 공고를 해주었지만 K7에 대해서는 항의하는 차주들에 한해 무상수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미 K7에 대한 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항의하면 무상수리를 해준다는 후문까지 들리면서 K7 차주들은 혼란에 빠졌다. “아는 사람들만 수리받을 수 있다는 거냐”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심지어 한 차주는 “무상수리를 받더라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데 그마저도 공고가 나오지 않았다”라며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현대차그룹의 황당한 대처
이제는 변화가 절실하다

이미 수많은 결함으로 논란에 휘말린 현대차는 그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또 다른 논란을 낳곤 한다.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니 최근 ‘현대차 불매운동’에 관련된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첫 번째는 결함이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결함 발생 시 신속하고 투명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현대차는 두 개 중에 어떠한 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대차가 정말로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이제는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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